민주주의를 지키며 거리와 광장에서 평등과 존엄을 말하는 일. 그래서 그 광장을 모두의 광장, 모두가 차별 없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광장으로 만드는 일. 그 일을 위해 이번에도 성소수자 시민들이 함께한다. 47개 성소수자 단체들의 연대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12월 5일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을 결의해 거리와 광장에서 무지개 깃발을 올리며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과 존엄을 외치기 시작했다.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성소수자 시민들도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분노하며 행동했다. 시민들의 저항과 국회의 결정으로 비상계엄은 해제되었지만 시민들에게 총을 겨눈 윤석열에게 죄를 묻는 일은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진행 중이다. 여성혐오를 조장하며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키고, HIV/AIDS 낙인과 성소수자 혐오를 증폭시키는 자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자가 결국 모든 시민의 삶을 위협하며 스스로의 무능함과 위험함을 증명했다. 그러면서도 권력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지 못한 윤석열은 우리 사회에 하등 쓸모없는 ‘대국민담화’를 반복하며 우리를 분통 터지게 만들고 있다. 한편 윤석열 탄핵을 방해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질서 있는 퇴진을 운운하지만 그 누구보다 질서와 사회를 어지럽히고 혼란하게 만든다.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 차별을 조장하는 것에 가장 앞장서 온 이들이 있는 정당의 모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폭주하는 경거망동을 멈추기 위해 시민들이 매일매일 거리와 광장으로 나서고 있다. 윤석열 퇴진과 국민의힘 해체가 주요 구호로 외쳐지는 한편 민주주의와 성평등도 여러 시민들의 발언에서 강조되고 있다. 수많은 여성과 노동자, 청소년, 장애인, 이주/난민, 성소수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오기 전부터도 수없이 많은 삶의 위협을 견뎌야 했고, 실제로 우리는 많은 동료 시민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윤석열 정권의 폭거 이전에도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정치가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회 앞 집회에서 거의 매일매일 성소수자 당사자의 발언을 만났고,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가 강조되고 있다. 많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스스로 용기를 내어 무대에 올라 커밍아웃하며 우리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만들어가는 시민으로서 떳떳이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와 연대, 미래를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소수자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 시국선언에는 성소수자 및 앨라이 4,286명과 216개의 단체가 연명했다.
“성소수자 시민들은 차별과 혐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내 자신을 받아들이는 힘을 길렀다. 사회 곳곳에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둥지를 만들고, 서로가 마주해왔을 차별과 혐오의 상처를 보듬어왔다. 우리의 만남을 통해 서로가 얼마나 즐겁고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인지도 발견해왔다. 내 친구와 동료들이 그 즐겁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행복하길 염원했다.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며 나 자신을 긍정하는 힘과 내 주변을 살피고 돌보며 다양한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만들며 우리가 기본권을 평등하게 누리는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민들을 모욕하고 인권을 짓밟는 이들에 대한 치가 떨리는 분노에도, 춤추고 노래하며 광장으로 나선다. 그들이 박탈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 그대로 행복할 자유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모습 그대로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시국선언문 中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모습과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낙인과 혐오에 굴하지 않아 온 힘에 미래와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열악한 인권 상황 아래 온갖 권리가 박탈되었어도 저항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소수자, 약자들의 힘이 민주주의를 보다 증진하고 완성할 수 있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몰아내는 싸움은 그 자리에 평등과 인간의 존엄을 바로 세우겠다는 우리의 투쟁이자 선언이다. 우리가 HIV감염인이고 성소수자이자, 청소년, 장애인, 이주/난민, 여성과 노동자라는 것이 낯설지 않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불평등과 낙인을 뒤엎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존재하고 또 살아가고자 하는 투쟁의 길 위에 민주주의가 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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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소주는 'HIV/AIDS인권행동 알'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