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홍수, 연대가 마을들을 구해냈다

출처: Jonathan Ford, Unsplash 

“우리는 전기도, 물도 없었어요. 그들이 와서 진흙을 치우는 걸 도와주고, 가방 가득 음식을 비롯해 손전등 같은 모든 걸 꺼내놓고는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다시 돌아와 매일매일 반복했어요. 첫날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해야 해요.”  

이는 지난 10월 29일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외곽의 파이포르타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홍수로 피해를 입은 빵집 주인 팔미라의 감동적인 말이다.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재난 발생 몇 시간 만에 도착해 필수 물자를 제공하고 구조 및 정리 작업을 도왔다. 이처럼 대체로 지역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보여준 대규모의 연대는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공공기관들 과 이 재난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극우 세력의 시도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사무엘, 파코, 알폰소, 그리고 아이토르는 스페인 북서부 레온에서 차로 10시간을 달려와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돕고자 했다. “어제는 한 그룹과 함께 차고에서 삽질을 했어요.”라고 사무엘은 설명한다. 다음 날, 그들은 파이포르타 중심부를 돌아다니며 누가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들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한 지역 주민의 요청으로 진흙으로 뒤덮인 거리를 걸을 수 없는 노인들에게 음식과 기본 물품을 배달하는 일을 도왔다. 마을에서 물과 진흙이 거리를 파괴한 이후 상호부조 생태계는 이렇게 작동해왔다. 모두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묻고,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건 청소보다 더 힘든 일이에요.”라고 사무엘은 말한다. “어떤 여자가 제 팔을 붙잡고는 ‘사랑해요’라고 했어요. 이건 심리적 지원이죠.”  

홍수 발생 2주 후, 수천 명의 초기 자원봉사자 물결은 사라졌고, 아직 회복이 먼 마을에는 외로움이 엄습하고 있다. 이제 거리를 걸을 수는 있지만 모든 곳이 여전히 진흙으로 뒤덮여 있으며, 1층에 위치한 가정과 상점은 파괴된 상태다. “사람들이 상태가 좋지 않아요.”라고 식량 배급소에서 줄을 관리하는 자원봉사 심리학자인 다니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충격 상태에 있어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뒤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 같은 정신 질환이 나타날 겁니다.”라며, 피해를 입은 지역 사회를 위한 지속적인 외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직 국민들만이 국민들을 구한다? 

정부의 대응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파이포르타 주민들의 감사는 분노로 바뀐다. 이는 11월 4일 펠리페 6세 국왕이 레티시아 왕비와 함께 산체스 총리, 발렌시아 주지사 카를로스 마손과 동행해 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분명히 드러났다. 이들은 야유와 진흙 세례를 받았으며, 산체스 총리는 공격을 받은 후 자리를 떠나야 했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인도주의적 위기 상태였고 공식적인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을을 방문했던 것이다.

“비상사태 관리는 발렌시아 정부의 관할이며, 따라서 이는 마손 씨의 책임입니다.”라고 좌파 정당인 콤프로미스(Compromís) 소속 의원 알베르토 이바녜스가 설명했다. 보수 정당인 국민당(Partido Popular)이 이끄는 발렌시아 지역 정부는 잠재적으로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미 여러 마을이 홍수로 잠긴 뒤 몇 시간이 지나서야 대중에게 경고를 보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발렌시아 정부는 다른 지역과 중앙정부로부터의 다수의 지원 제안을 거부했으며, 중앙정부 역시 비상사태 대응을 직접 통제하기로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국가가 이 폭풍에 대응하지 않았고, 우리가 스스로 조직해야 했다고 느낍니다. 정치인들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런 감정이 존재합니다.”라고 이바녜스는 인정했다.

정치 분석가 키코 미랴예스는 주로 지역 정부가 비난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든 사람들이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음을 이해하고 있지만, 명백히 마손이 사망자들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가 경고를 발령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산체스 총리는 홍수 발생 2주 후 피해 지역에 군대, 경찰, 비상 서비스 요원을 포함해 18,000명 이상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이포르타 주민 헤수스는 “그들이 시작한 것은 4~5일이나 늦었습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훨씬 더 나쁜 상황에 있었을 겁니다.”

초기 며칠 동안 소셜미디어에는 삽, 우비, 장화를 갖추고 거리, 주택, 상점의 진흙을 치우는 젊은이들의 사진이 넘쳐났다. “오직 국민들만이 국민들을 구한다”라는 슬로건이 주목을 받으며, 스페인 전역에서 음식과 필수품 기부가 톤 단위로 쏟아졌다.

노동조합 노동자조정위원회(COS) 소속인 곤살 브라보는 사회운동에 의해 조직된 상호부조 네트워크의 코디네이터 중 한 명이다. 이 네트워크는 지원 물품을 수집하고 배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택권 시위를 준비하는 동안 형성된 연락망 덕분에 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지난주 우리는 이중 교대를 멈추지 않고 일하며 지원팀을 조직하고 물자를 배분했습니다.”라며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극우 세력의 기회주의

그러나 발렌시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사람들이 모두 사회운동 활동가나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만은 아니었다. 극우 세력은 이번 재난을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로 삼았다. 초기에는 폭풍이 모로코 정부의 “기상 공격”이라는 음모론을 퍼뜨리거나, 발렌시아 정부의 책임을 피하려는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 발렌시아 정부에는 2024년 7월까지 극우 정당인 복스(Vox)가 참여하고 있었다. 이후 극우 활동가들은 자신들만의 구호물품 배급 활동을 조직했으며, 때로는 스페인인들에게만 배급을 제한하기도 했고, 이를 소셜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오늘 카타로야에서, 제가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나치들을 본 적이 없어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며, 오직 자원봉사자들만 찾아가는 곳이고, 주민들이 가장 정부와 공공기관에 의해 버려졌다고 느끼는 곳입니다.”  

이는 홍수 피해를 입은 마을 중 한 곳에서 활동 중인 활동가이자 자원봉사자인 라우라 페리스가 11월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반면, 파이포르타에서는 주민들이 자신들이 받은 지원의 이타적이고 비정파적인 성격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정당도, 정파도 없었어요. 오직 도움을 주러 온 자원봉사자들뿐이었죠.”라고 홍수로 파괴된 철물점 주인이 말하며, 판매할 물건들을 복구하려고 애쓴다. “그들(극우 세력)의 존재는 미미해요.”라고 노동조합 활동가 브라보도 동의한다.

정치학자 미랴예스는 극우 세력이 이번 재난에서 큰 이익을 얻을 가능성을 낮게 본다. “국민당이 타격을 받는다면 복스나 음모론자 인플루언서로 최근 유럽의회 의원에 선출된 알비세 페레스가 어느 정도 이득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극우 세력은 사회적 접근성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재난이 스페인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난으로 기록될 것인지, 아니면 상호부조의 감동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인지, 혹은 극우 세력의 부상에 기여한 발판으로 남을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출처] Solidarity Has Saved Spanish Villages After Flooding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파블로 카스타뇨(Pablo Castaño)는 프리랜서 기자이자 정치학자이다. 그는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Ctxt, Público, Regards, The Independent에 글을 기고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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