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분기 미국 경제는 연이율 기준 1.4% 성장하는 데 그쳤으며, 이는 3%로 예상했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라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보여준다. 2025년 전체로 보면 미국 경제는 2.2% 성장해 2024년의 2.4%보다 낮았다. 미국 경제가 호황에 들어섰다는 트럼프와 참모들의 자랑은 이번 지표 이후 설득력이 떨어진다. 2025년 설비 및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한 투자는 8%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아마도 AI 투자 붐의 결과다. 이러한 요인이 없었다면 지난해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를 훨씬 밑돌았을 것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률(%)
2025년 미국의 성장률은 여전히 연 1% 남짓에 머무는 다른 주요 G7 국가들보다는 빠르다. 그러나 2.2% 성장률은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인도의 3분의 1 수준이다. 물론 중국과 인도는 ‘신흥 경제’이지 ‘성숙한’ 자본주의 경제는 아니다.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5년 내내 둔화했지만, 여러 연구는 미국의 공식 소비자물가 지표가 실제보다 낮게 산정된다고 지적한다. 한 연구는 모기지와 금융 비용을 공식 지수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를 포함하면 물가 상승률은 두 배가 된다. 나는 이전 글에서 공식 지수가 미국 가계가 체감하는 실제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개발한 ‘가치 기준 인플레이션율’을 적용하면, 가계 실질소득은 1960년 이후 약 20%, 팬데믹 이후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실질 중위 가구소득 누적 변화율(%)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이후 인상한 수입 관세(현재 미 연방대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했다)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분석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인상된 관세의 95%를 부담한다고 추정한다. 특히 식품 수입 관세는 44% 상승했고, 이는 사실상 소비자에게 12% 세금을 부과한 셈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도 “관세 대상 상품의 수입가격이 11% 상승했다”며 “2025년 부과한 고율 관세의 부담을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대부분 떠안는다”고 밝혔다. 높은 관세와 인건비, 건강보험 비용 상승이 기업의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수개월간 가격을 동결하던 기업들이 한 자릿수 후반대 인상에 나섰다.”
관세 부과 상품 가격이 고가 수입품과 저가 수입품 모두에서 상승하고 있다. <가격 지수(일간)>
백악관 고문 케빈 해싯(Kevin Hassett)은 이를 두고 “연방준비제도 역사상 최악의 보고서”라고 비난하며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주장했다.
3개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3%다. 4분기 GDP에는 연준이 금리 정책을 조정할 때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가 포함된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도 3개월 기준 3%를 웃돈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2025년 소매 물가는 평균 소비자 소득보다 더 빠르게 올랐다. 따라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여전히 지속한다.
소매판매 전년 대비 증감률(2023년 1월~2025년 12월)
미국인들은 소비를 유지하려고 저축을 줄이고 부채를 늘렸다. 개인저축률은 12월 소득의 3.6%로 떨어졌고, 2025년 4월 이후 1.9%포인트 하락했다.
개인 저축률
초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 가계가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를 K자형 경제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일자리는 어떠한가. 비교적 낮은 실업률이 침체를 반박하나. 공식 실업률은 다소 오르지만, 팬데믹 침체 말기보다 훨씬 낮다.
미국 실업률(%)
1월 고용은 13만 명 증가해 겉으로는 양호해 보인다. 그러나 11월과 12월 수치는 하향 조정했다. 더 중요한 점은 2025년 전체 수치를 대폭 수정해 경기침체기를 제외하면 20년 만에 가장 부진한 고용 창출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2025년 일자리는 18만 1천 개 늘어 월평균 1만 5천 개 증가에 그쳤다.
비농업 전체 고용 전년 대비 변화(2001~2025년)
레저·접객업, 민간 의료, 정부 부문을 제외하면 경제는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민간 부문 일자리 증가는 보건·사회복지 부문이 주도한다. 보건·사회복지 부문이 민간 부문 고용 12개월 순증가에 기여한 비중
제조업 고용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트럼프가 약속한 ‘남성적 일자리’를 경제가 제공하지 못한다.
전체 고용자 수(보건·사회복지 부문)/ 전체 고용자 수(비농업 전체)
아이러니하게도 의료 부문은 인력이 절실하지만, 트럼프의 강경한 추방 정책이 해당 부문이 의존하는 이민 노동자를 내보냈다. 이민 노동자는 토착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았고, 오히려 공백을 메웠다. 외국 출생 노동자는 저임금 보건·돌봄 직종에 집중한다.
노동력 대비 이민자 비율(%): 재가 요양보호사/개인 돌봄 종사자/의사 및 외과의사
지금까지 실업률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2026년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해고 발표는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구인 건수는 2020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기업들은 10만 8천 건 이상 해고를 발표했다. 이는 2009년 대침체 이후 연초 기준 최대 규모다. 해고는 전년 대비 118%, 2025년 말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많은 해고는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발생했다. 아마존은 1월 기업 부문 일자리 약 1만 6천 개를 없앴고, 총 3만 개 감축을 목표로 한다. 메타는 리얼리티 랩스와 다른 부문에서 수백 명을 감원했다. 구인 대비 실업자 비율은 1.0에 근접했다. 이는 실업 증가를 시사하는 임계점이다.
미국 구인 대비 실업자 비율
이제 AI가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으로 넘어가 보자. AI의 영향에 대한 논쟁은 계속된다. 먼저 낙관론자들이 있다.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Eric Brynjolfsson)은 AI가 ‘J곡선’을 따를 것으로 예측한다. 기업들이 해당 기술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초기에는 생산성에 느리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지만, 이후 성과를 거두면서 급격한 도약이 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J곡선은 미국 제조업 생산성 향상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1980년대 중반 생산성이 하락했다가 1991년 경기침체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브린욜프슨은 지난해 미국 생산성이 2.7% 상승했다고 보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4%에 그쳤던 부진한 흐름에서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는 다시 한번 ‘J곡선’ 이론을 강조했다. “증기기관에서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범용 기술은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않는다. 대신 기업은 막대한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는 업무 프로세스 재편, 노동력 재교육,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포함된다. 이 단계에서는 자원이 투자로 전환되면서 측정되는 생산성이 억제된다. 2025년 최신 미국 데이터는 우리가 이제 투자 단계를 벗어나 수확 단계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과거의 노력이 측정할 수 있는 산출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 4분기 최신 데이터는 이러한 예측에 의문을 던진다. 또 다른 주류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Jason Furman)은 2025년 생산성이 1.7%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과거 연평균 1.4%보다는 높지만, 브린욜프슨의 전망치보다 1%포인트 낮다. 그리고 노동생산성 변화는 두 가지 요인, 즉 산출 증가와 고용 증가에 달려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025년 고용 증가가 거의 0에 가깝고 산출 증가가 2.2%로 집계된 상황에서 생산성 상승 폭은 최대 2%를 넘기 어렵고, 그마저도 산출 증가가 아니라 일자리 감소에 따른 효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2025년 현재의 생산성 상승이 과연 AI 덕분인지도 불분명하다. 1만 2천 개가 넘는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AI 도입이 생산성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근 연구는 AI 도입이 “유럽연합(EU)에서 평균적으로 노동생산성을 4% 높였으며, 단기적으로 고용 감소의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 효과는 고르게 분포하지 않았고, 통합 비용을 흡수할 자원과 기술 전문성, 규모의 경제를 갖춘 중견·대기업에 주로 집중됐다. 또한 “AI의 효과는 일회성에 그치는 경향을 보였고, 장기적인 생산성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일시적으로 수준을 높이는 데 그쳤다”고 연구는 지적했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전역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경영자(CEO), 임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는 기업의 70%가 적극적으로 AI를 사용하고 있고 최고경영진의 3분의 2가 정기적으로 AI를 사용한다고 답했지만, 평균 사용 시간은 주당 1.5시간에 불과하며 4분의 1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기업은 “지난 3년간 AI가 고용이나 생산성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보고했으며, 80% 이상이 고용과 생산성 모두에 영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 경영진은 2030년까지 AI가 생산성을 1.4% 높이고 산출을 0.8% 증가시키며 고용을 0.7%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낙관론자들이 기대하는 효과에 훨씬 못 미치며, 산출 증가 못지않게 일자리 감소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새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 전반에서 기업의 AI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2025년에는 기업의 20.2%가 이 도구를 사용한다고 응답해 2023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도입이 곧 생산성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구는 AI가 자본이 도입하는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자본가가 노동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때만 광범위하게 채택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기계와 자동화는 노동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이 노동을 더 강하게 지배하기 위해 도입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개선의 끊임없는 목적은 일정한 자본에 대해 필요한 육체노동을 줄이는 데 있으며, 그 결과 더 적은 노동자를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숙련 노동을 덜 숙련된 노동으로 지속적으로 대체한다.” 따라서 낙관론자들이 AI가 생산성을 높인다고 주장할 때, 그들은 일자리와 새로 창출된 가치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몫에 미치는 영향을 외면한다.
대형 채권 운용사 핌코(PIMCO)는 AI로 생산성이 상승하더라도 그것은 산출 증가가 아니라 일자리 감축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핌코는 1990년대 기술 붐 시기에는 산출이 증가했고, 적어도 확장 중이던 기술 부문에서는 노동자의 실질임금도 상승했다고 지적한다.
생산성 대비 임금 증가율(전년 대비)/ 시간당 실질 산출, 시간당 보수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2025년 노동자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1%를 겨우 웃도는 수준으로 둔화했다. 이는 미국 국민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을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데 기여했다.
소득 중 노동 몫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일자리 감소를 통해 나타나고, 새로 창출되는 가치는 노동자가 아니라 AI 자본의 소유자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핌코는 “AI 관련 일자리 대체가 이미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은 비교적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2025년에는 AI 노출도가 높은 부문에서 초급 채용이 정체했고, 2022년 이후 해당 부문의 누적 고용은 1% 이상 감소했지만, 다른 부문 고용은 4% 증가했다.
AI를 찬양하는 연구가 늘어날수록 그 관점은 인간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AI 기반 ‘에이전트’가 연구 보고서와 전망 보고서 작성 시간을 단축한다고 듣는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앤트로픽(Anthropic)의 AI 에이전트와 협력해 은행 업무를 자동화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우버, 넷플릭스, 세일즈포스, 알리안츠도 자사 모델을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핌코는 현재의 대형언어모델(LLM)이 미국 경제 전반에서 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약 3분의 1을 처리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가정적으로 AI가 이 노동자의 단 2%만 대체하더라도, 미국에서 거의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률이 0.5%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 단, 이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을 이탈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다.”
한편, 2025년 기술 투자는 수십 년 만에 보지 못한 수준에 도달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브로드컴(테슬라를 포함하면 8개) 등 ‘빅7’ 기술 기업은 2025년에 4,50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2026년 한 해에만 AI에 7,000억 달러를 신규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올해 자본지출을 최대 1,850억 달러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끊임없는 재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투자 수요를 기존 사업의 현금흐름이 점점 감당하지 못하고 있고, 그 수익이 지출 규모를 정당화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AI가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미국의 AI 기술 대기업들은 자본주의를 변혁할 초지능 모델을 달성하는 데 점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들은 이른바 ‘성배’를 찾고 있는데, 기억하듯 그것은 허구적 개념이다. 목표는 인간 노동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1~5년 안에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책임자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은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업무가 “앞으로 12~18개월 안에 AI에 의해 완전히 자동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AI에 대한 거대한 베팅” 상태다.
[출처] US economy: jobs and AI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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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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