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로에서의 차갑고도 뜨거웠던 나흘

3일 금요일 오후 3시, 대통령 관저 앞 한남대로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민주노총 확대간부 결의대회’가 열렸다. 양경수 위원장은 “저들(공수처·경찰)이 제 손으로 하지 않으면 노동자의 힘으로 윤석열을 체포하자”고 호소했다. 결의대회가 끝난 뒤 ‘윤석열 체포해’, ‘경호처 비켜라’ 구호를 외치며 한남동 관저 앞까지 행진했다. 이어서 민주노총은 대로 위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이튿날인 4일, 민주노총이 길을 열었다. 경찰의 봉쇄로 꽉 막혀 있던 한남대로가 노동자들의 깃발에 의해 뻥 뚫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금속노조와 서비스연맹 소속 노동자 3명을 체포했다. 이튿날 ‘블라인드’에는 민주노총 조합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찰이 의식이 없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이는 팩트체크 없이 언론들을 통해 확산됐다. 하지만 한국일보 등이 취재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부상당한 경찰은 병원에서 처치를 받은 뒤 정상 퇴근했고,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시민들의 분노는 윤석열 체포에 대해 미적지근하고, 오히려 체포 요구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경찰을 겨누었다. 경찰이 ‘강약약강’(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게 대한다는 뜻)이라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그날 오후 노동자들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제각각 혹은 광화문 앞 비상행동 집회에 모였다가 한남대로로 향했다. 행진 차량을 따라 수만여 명의 시민들이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자, 거리를 지나가던 시민들이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주말 내내 한강대로 10차선을 가득 메운 시민들에 의해 광장에서의 집회가 이어졌다. 노동자, 학생, 교사, 서브컬처 매니아, 아이돌 팬, 페미니스트, 퀴어, 활동가 등 다양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경험 속에서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이 왜 퇴진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했다. 엄동설한에 거리에서 싸우는 이들을 위해 은박 담요와 커피차 등 동료 시민들의 물품 후원이 쏟아졌고, 그것이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는 사실이 각인됐다.

6일 오후 2시 집회를 통해 3박 4일간 이어진 한남대로 투쟁은 마무리 지어졌다. 온몸을 던진 외침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체포영장 기한 마지막까지 윤석열 체포를 집행하지 못했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분노와 스트레스, 허탈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황을 이곳까지 이끌고 온 것이 광장의 힘이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 안의 분열에 빠지지 않고, 더 넓게, 더 다양하게, 더 단호하게 나아갈 때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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