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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선생님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교육황폐화의 주범이 누구인지를 생생히 보여 주었다. 학생들은 해직교사들이 출근하자 수백 명이 운동장에 몰려나와 환영하는가 하면, 지지 농성, 시위, 수업 거부, 침묵수업, 기말시험 거부, 학교 창문, 벽, 화장실 등에 전교조 지지 대자보 붙이기, 현수막 내어 걸기, 리본 달기, 지지 유인물 배포,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 다양하고 눈물겨운 방식으로 투쟁했다. 심지어 학생들이 학교 등나무 밑(대전 신일여상 이권춘)이나 해직교사의 집(전남 영암여중 채규근, 광주 동아여고 박창균)에서 수업을 받는 진풍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이임인사 한 마디 못한 채 쫓겨난 교사들은 닫힌 교문을 사이에 두고 학생들과 손을 마주 잡고 학교 안을 바라보며 가슴앓이를 했다. 서울 신도림중 홍광수와 이선옥은 편지로 고별인사를 대신했다. “따가운 뙤약볕 아래 갈라진 논바닥처럼 가슴 타는 아픔과 고통이 있었다 …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기다리는 교실로 돌아가 교과수업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며 함께 뒹굴어야 할 학교가 눈 앞에 있는데도 들어가지 못함은 누구 때문인가?…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말며,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전남 포두중 박병섭은 자신의 ‘혼을 빼어 주고 싶은 민족의 희망인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게 전했다. “입시지옥과 형편없는 교육환경 속에서 잃어버린 너희들의 해맑은 웃음을 되찾아 너희들과 선생님 모두 즐거운 학교, 가고 싶은 학교가 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한 죄로 너희들 곁을 떠나지만… 생명처럼 아꼈던 교단, 젊음을 불살랐던 나의 보금자리인 교단으로 기필코 돌아올 것이다.” 서울 성서중에서 해직된 김회경, 한효정, 안승문, 이돈집은 교장에게 “누군가에게 빼앗겨버린 교장으로서의 교육적 권한을 회복하고, 남용되기 쉬운 교장으로서의 관료적 권한을 배제하면서, 민주적 학교운영에 힘써 주실 것을 당부하면서 교원노조 왜곡 흑색 선전 중지, 교사의 주체적인 교육활동 보장, 제반 학교 운영에 평교사 적극 참여 보장을 권고”하는 고별사를 남기기도 했다.
조직은 9월 2일까지 10일 간 전국 1600여 학교에서 연인원 4천여 명이 참여한 정상출근투쟁을 마무리하고 이어 학교별 상황에 따라 주 1~2회 ‘사제 만남의 날’을 갖기로 했다. 이후 해직교사들은 출근투쟁을 현장 방문 활동으로 전환, 전교조신문, 홍보물 배포, 후원대 조직, 지회-분회 재건, 전교조 설명회, 연대투쟁 참가, 참교육 물품 판매, 성금모금 등 조직 선전 보급 투쟁 등 전 방위를 뛰는 활동가로 자리매김 했다. 그리하여 전교조는 10월 말까지 15개 지부 150개 지회 14574명의 조합원과 4만5천 명의 후원회원을 지닌 조직으로 거듭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