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과부 간부들이 모교와 자녀학교를 방문하여 나랏돈을 퍼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사건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더니 급기야 김도연 교과부장관이 학교 방문을 지시하고 자신도 직접 모교를 방문하여 2천만 원을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부하 직원 두 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미봉하려는 치졸한 처사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교과부 직원들의 장관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아 김장관의 리더십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김장관은 4·15 공교육 포기 조치를 발표한 다음 날,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 모두가 좋아하고 환영할 줄 알았다”고 엉뚱한 말을 하여 교육현실에 대한 몰이해와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바 있다. 얼마 전엔 교과서 수정을 언급하면서 “지금의 역사교육이 좌편향되었다”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내놓아 역사학계를 비롯한 세간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제 보수언론마저 장관 사퇴를 촉구하니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하고 귀국하면 100일도 못채운 채 보따리를 싸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청와대의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이 독주하며 교과부가 들러리서는 시스템에서 모교 나랏돈 지원 등 실책은 있지만 잇따른 교육정책의 혼선까지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 폐지까지 추진하고 각종 인사에 개입하며 수렴청정에 나선 청와대가 학교자율화, 영어공교육, 고교다양화 등을 상명하달식으로 밀어붙이는 행태에 대한 불만이 교과부 내에 팽배하다. 장관이 교육계 내부 의견조율도 못하고 청와대와의 정책협의 과정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경우도 없어 교과부는 실무만 담당하는 단순행정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정무기능을 해야 할 청와대가 장관 몫의 집행까지 관여해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고 직접 장관으로 나서라는 자조적인 주문도 들려 온다. 요컨대 청와대가 최근 일방적 교육정책 강행의 주연이며 교과부는 조연 또는 실무연락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비 절반, 학교 만족 두배’를 공약했던 것과 정반대로 통계청은 1·4분기 사교육비가 15.7%나 증가한 것으로 발표했다. 일제고사, 영어몰입교육, 자율형 사립고 확대와 기숙형 공립고 등 고교다양화, 4·15 조치 등은 고교평준화 해체와 고교입시 부활로 이어지며 초중등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협하고 있다. 교육을 경쟁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협한 인식은 입시경쟁교육만 창궐하게 하면서 ‘수월성 강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주창한 자신들의 목적 달성에도 실패할 것이다.
정작 심각한 것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러도 어느 누구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며 상태불량의 무개념 장관과 참모가 한 둘이 아니라 종합세트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새 정부 출범 100일도 안 되어 나라 전체가 총체적 난국에 휩싸여도 집권세력의 당·정·청은 소통 마비와 무능, 방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노예협정에 버금가는 굴욕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에 분노한 학생과 시민들에게 마구잡이 연행과 사법처리 협박으로 일관하며 관계기관대책회의를 부활하는 등 5, 6공 군사독재식 공안통치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 자신이 배후가 된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배후 색출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역겹기만 하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를 외면한 채, 고시를 강행하며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치를 요량이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희생이 따를지 걱정스럽다.
위기적 징후는 교육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 외교와 국방, 구직난 등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경유값 폭등과 생필품 가격 인상, 사교육비 폭증, 자영업자 몰락과 비정규 일용노동자 증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성과를 되돌리는 남북관계의 위기, 미국 프렌들리 외교정책에서 파생될 인접 강대국과의 갈등이 그것이다.
작금의 위기는 구설수에 오른 장관 한두 명 교체로 넘길 수 없다. 교과부장관이 직원 두 명 인사조치해서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우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 쇄신 등 전면 물갈이를 검토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냉철한 상황인식에 근거한 정책전환과 인선이 뒤따라야 한다. 필요하다면 야당과 협의 하에 거국중립내각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성난 민심을 달래고 원인을 제거하는 민심수습 종합대책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