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교과부장관은 ‘얼굴마담’이고 실세가 따로 있다?
이 같은 교육계와 언론계의 지적에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 관리들도 대부분 수긍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 28일 나타났다. 이날 교과부 관리 12명을 무작위로 만나 본 결과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청와대 이주호 교육문화수석실 소속 한 인사가 수시로 전화를 걸어 보고를 받거나 시시콜콜한 지시까지 내리고 있다”고 새로운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 수석이 (교과부와 산하 교육기관에) 자기사람을 심고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불만은 ‘이 수석의 의원 시절 비서관들과 측근 인사인 한 교수가 청와대에 포진해 교육정책을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에 쏠리고 있다. 교과부 중견관리인 A씨는 “뭘 모르는 청와대 때문에 교과부도 학교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태”라고 걱정했다.
역대 정부의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교원단체 인사는 “청와대는 정무 조정기능만 담당하고, 정책 입안과 집행은 교과부에 맡겨야 하는데도 너댓명의 청와대 교육 관계자들이 틀어쥐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더구나 이들이 모두 초중등 교육 경험이 없다보니 연일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화통치_청와대가 과장에게까지 시시콜콜 전화지시
‘따르릉~’하고 울리는 전화에 ‘교과부 관리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게 교과부 중견관리 B씨의 전언이다. 실제로 신문에 교육관련 문제가 보도되거나 주요 정책 발표 전후로 청와대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고 있다고 4명의 중견관리가 확인했다.
일부 부서의 경우는 주요 정책 내용에 대해 “한 달여 동안 1일 언론동향보고서까지 청와대에 전자메일로 상신했다”고 한다.
C관리는 “이번 정부는 청와대가 직접 과장들을 상대로 지시를 내리는 일이 너무 잦아 운신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 자율화를 내세운 교과부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타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반면, 교과서 관련 업무 담당인 한 과장은 “청와대 전화를 전혀 받은 바 없다”고 ‘전화통치’ 의혹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물론 참여정부 시절에도 청와대 교육관계자들이 전화를 걸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전화 방식과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전화통화에서 “이전 청와대도 교과부와 NGO 등에 의견수렴을 폭넓게 하기 위해 전화를 걸고 직접 만나기도 했다”면서도 “지금은 청와대가 전화 등으로 너무 몰아붙이니까 교과부가 뭐라고 말도 못하고 사고를 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소통을 위한 전화가 아니라 지시를 위한 권위주의적인 전화이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연통치_이 수석이 직접 교과부는 물론 국책연구기관까지 강연
취재 결과 이 수석의 강연과 만남은 확인된 것만 크게 세 줄기였다. 교과부, 교육청, 산하기관 직원 등을 상대로 한 강연과 기관장 비밀 면담 등이 그것이다.
이 수석은 4.15 공교육포기 조치(학교자율화 추진계획) 발표를 앞두고 서울 성대 등지에 교과부 실국과장과 사무관 전원을 모아놓고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한 시간에 걸친 일방적인 강의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 4월 1일 시도교육감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초등교장협의회 총회에서 “오늘 이주호 수석과 점심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다”고 밝혀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의혹이 일기도 했다. 공 교육감은 이날 “초중등교육을 우리에게 넘겨주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는 (이 수석의) 말씀이 계셨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또 국책연구기관장이 일괄 사표를 낼 무렵인 지난 4월 21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원들을 상대로 강연했다.
상당수의 교과부 직원들 책상 위에는 이 수석이 쓴 책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란 제목의 책이 꽂혀 있다. 이 책속에는 교과부가 최근 내놓은 고교다양화 정책,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 대학 자율화 정책 등의 줄거리가 거의 비슷하게 담겨 있다.
교과부 한 직원은 “청와대가 이 수석 책대로 지시했다기보다는 교과부 정책담당자들이 알아서 책 내용에 따라 움직인 측면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대리통치_ 교과부, 교육기관, 청와대 직원까지 이 수석 주변인사
최근 김영식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의 사표 사태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 등 이 수석과 같이 일해 온 김 아무개 교수를 앉히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교육과정평가원장에 취임한 김성열 교수(경남대)도 이 수석 계에 속하는 인수위 자문위원이었다.
의원 시절 이 수석의 비서관 등으로 일한 홍 아무개, 김 아무개 씨도 청와대에서 교육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천세영 교육비서관 또한 이 수석과 ‘영어몰입교육’ 등으로 입을 맞춰온 인수위 상임자문위원 출신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교과부는 지난 20일 정책자문위원들을 선임하면서도 이 수석과 가까운 뉴라이트계열 학부모 단체 등을 집어넣어 ‘코드 임명’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교과부장관의 정책보좌관 3명 가운데 2명을 이 수석으로부터 학위지도를 받은 제자와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각각 앉힌 것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수석과 주변 인사들의 ‘교육통치’는 재앙”
이에 대해 교과부 안에서도 ‘참여정부 시절보다 더 심한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견관리 A씨는 “참여정부 때는 교육정책 수립 전에 내부 합의과정이라도 거쳤는데 이제는 청와대 일방통행”이라고 비판했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귀족형사립고 설립 등 시장주의 경쟁만을 내세운 이 수석과 주변 인사들에게 한국교육을 맡기는 것은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민주당도 이날 성명에서 “최근의 국정실패와 사고의 배후는 바로 청와대”라면서 이 수석을 직접 겨냥했다.
반면, 교과부 고위 관리는 “새 정부 국정과제에 따라 청와대와 교과부가 협조해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과부 관리들이 ‘전화통치’ 당사자로 지목한 청와대 관계자는 ‘전화를 직접 건 사실이 있느냐’는 지난 28일 물음에 “조금 있다가 곧바로 전화하겠다”고 말한 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 인사에게 29일 30일에도 몇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