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쇠고기검역은 안하고 왜 우리만 검역 해요”
교과서 배운 대로 ‘민주주의’ 현장학습 한다

17일 ‘미친 소, 교육 안 돼!’ 6만여 가장 커진 ‘촛불’ … 청소년 여전히 큰 목소리

미친소! 미친교육! 되고송

♫ 0교시하면 3시간 자면 되고
점심시간에 미친 소 먹음 되고
그러다 머리 구멍나면은
대운하에 뿌려지면 되고
쥐박이는 내려오고 ♫

17일 서울 청계광장은 ‘미친 소 안 돼!’와 함께 ‘미친 교육 안 돼!’라며 6만여명이 든 촛불로 뜨겁게 타올랐다. 최대현 기자

17일 서울 청계광장은 ‘미친 소 안 돼!’와 함께 ‘미친 교육 안 돼!’라며 6만여명이 든 촛불로 뜨겁게 타올랐다.

‘협상 무효’, ‘고시 철회’와 더불어 ‘4․15공교육 포기정책 철회(4․15조치)’도 명확한 이날 촛불문화제 요구사항이었다. 5․18광주민중항쟁 28주년을 하루 앞 둔 날이다.

인천의 ㅂ여자중학교에 다니는 강 아무개 양은 이날 수업이 오전 11시 경에 끝났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 3명과 같이 시간을 보내다 문화제가 열리는 오후 6시에 맞춰서 청계광장에 왔다. 4명 모두 똑같이 교복을 입고 있었다.

“오늘 처음 참석했다” 강 양은 “국민의 말대로 해야 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배웠다”면서 “광우병에 걸린 소를 왜 수입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꼭 그렇게 하고 싶다면 비싼 한우라고 싸게 만들어라. 한우 먹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 아무개 양이 말을 이었다. “0교시는 왜 한다고 해요. 짜증나요. 안 그래도 공부하느라 머리가 터지려고 하는데. 영어도 또 왜 그렇게 공부해야 한다고 하고. 아예 미국으로 만들라고 하세요.”

이날도 이들처럼 ‘교복’이나 ‘사복’을 입고 나온 학생과 청소년들이 30%~40%를 차지했다.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다양하게 표현한 자신만의 팻말에서 들을 수 있었다.

참석한 청소년들은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2MB 정부를 성토했다. 미친 교육 때문에 쩐다, 쩔어~ 최대현 기자

‘학생들이 공부 기계냐, 이완용보다 더 나쁜 놈. 내가 대통령 해도 너 보단 낫겠다’
‘ 0교시하다 급식 먹고 죽고 싶지 않아요’
‘쇠고기검역은 안 하고 왜 우리들만 검역해요’
‘제발 공부 좀 하게 시위나올 일 좀 그만 만드세요’

자유발언에 나선 학생과 청소년의 ‘촛불’은 거침이 없었다. 수원의 ㅇ중학교에서 올라온 홍순비 양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우리 가족은 죽고 싶지 않다”면서 “그럴 바에는 대통령 아저씨 안락사를 먼저 허용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호랑이 의상을 입고 온 수원의 ㅅ중학교 배숙원 양은 “우리는 일찍 죽기 싫어서 촛불에 참여했어요. 그런데 제 친구는 경찰 사이버 수사대가 학교에 전화를 걸어오라고 했어요”라며 “좋은 일 하는 데 왜 경찰하고 학교는 우리를 막아요? 학교 자율화되고 광우병 쇠고기 먹으면 죽잖아요”라고 꼬집었다.

배 양은 “나쁜 짓만 하는 대통령 할아버지를 잡아먹으려고 호랑이를 입고 왔다"고 말했다.

역시 “수원에서 올라왔다”는 고등학교 2학년인 송 아무개 군은 “매일 7시10분에 등교해서 밤 11시에 끝난다. 제 머리를 보세요. 빡빡입니다. 군대도 아닌데. 이런 학교에서 어떻게 주체적인 학생이 나오겠어요.”라며 “학생은 억압하면서 학교는 자율화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교육청 교장, 교감 동원해 청소년 목소리 막아보려 했는데

이러한 상황을 청계광장 한 쪽에서 교복을 입은 4명의 학생이 수첩에 꼼꼼히 적는다. 인천의 ㅇ고등학교에서 왔다는 2학년 학생은 “동아리 편집부에서 활동하는 데 문화제를 취재해서 학교신문에 기사로 쓸 것”이라고 밝히며 “학생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우리 청소년들도 스스로 생각하면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목소리가 터지니까 무서워서 무마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하며 “0교시와 영어 등의 교육문제도 함께 기사로 쓰겠다. 다행인 것은 학교에서 검열을 따로 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웃으면서 이 학생은 연신 펜을 굴렸다.

영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이명박 정부. 하고 싶은 말도 영어로 만들어봤다. 최대현 기자.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은 이러한 학생과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문화제 시작 1시간30분 전 각 중고교 교장과 교감, 생활부장 등 900여명을 한 데 모아 ‘학생 안전지도’ 작전까지 짰지만 터져 나오는 외침은 막지 못했다.

서울교육청이 만든 학생 안전지도 유인물을 보면 청계광장으로 통하는 종각역, 시청역 등 지하철역 출입구와 버스정류장 등을 모두 19개 구역으로 나눠 사람을 배치해 상황을 점검토록 했다.

전교조를 촛불문화제 배후로 지목했던 공정택 교육감도 이날 문화제를 직접 찾아 상황을 듣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4․15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19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이 치료를 받는 병원을 나와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정진화 위원장은 발언대에 올라 “아직도 경쟁이 부족합니까. 지금보다 더 경쟁해야 합니까. 진짜 부족한 것은 행복을 추구한 권리”라며 “아직 어리니까 어른이 될 때까지 권리를 미뤄야 합니까. 건강하니까 아무거나 먹어야 합니까. 행복을 느껴본 사람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고 서로 얘기하는 그런 교육, 학교를 이제 선생님도 함께 만들어 내는 데 더욱 힘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광우병 쇠고기와 미친 교육만이 위험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정말 돈이 없으면 아파서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보험 민영화 때문이다. 의료보험 민영화 문제점을 알리는 보건의료노동조합 조합원들. 최대현 기자

지난 8일 MBC 100분 토론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낱낱이 알린 미국에서 사는 주부 이선영씨는 국제 전화로 이날 집회에 함께 했다.

이선영씨는 “미국은 광우병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람이 광우병에 걸리면 길게는 50년까지 모를 수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쇠고기 공급자인 축산업계의 이익만을 홍호하면서 추진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들고 있는 촛불은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촛불”이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민주주의 현장체험학습장”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발언대에 올라 “든든하다”며 입을 뗐다. 강 의원은 “행동하는, 실천하는 양심들이 촛불로 여기에 모였다”면서 “대통령과 장관들 정말 모르는 것인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거짓말이라면 이제라도 국민들에게 진실을 진실대로 알려야 한다. 잘못했다고.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강 의원은 “다시 협상하기 위해 더 많은 행동하는 촛불이 모여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교육부 앞에서 4․15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밤샘 단식농성을 벌인 고교서열화반대-교육양극화 해소 서울시민추진본부 상입대표인 김옥성 목사는 “목사가 이명박 장로를 잘못 가르쳤다”면서 “친구들끼리 경쟁하지 않고 서로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는 그런 교육을 만들어보자”고 전했다.

‘입만 열면 개구라, 하는 짓은 코메디’ 이명박 대통령 하는 말이 속속 거짓말로 드러나자 한 참가자는 이를 풍자하는 글귀를 적은 팻말을 들었다. 최대현 기자

‘미친 소 안 돼!’,‘미친 교육 안 돼!’. 6만여 참가자들은 5시간이 넘게 이렇게 외쳤다. 최대현 기자

공연으로 짜여진 2부에서는 가수 김장훈, 이승환, 윤도현 밴드, 블랙홀 등의 공연을 이어졌다. 영화배우 문소리와 김부선은 무대에 올라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와 ‘미친 교육 철회’를 외쳤다.

특히 김장훈은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기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어린 학생을 수업 중에 겁을 주고 민심을 거슬러 불법집회로 간주하여 사법처리를 강행하고 배후세력이라 주장하며 전교조를 몰아세우고.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2부 사회를 본 최광기 씨는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교육은 현장에서 해야 한다”며 “여러분은 지금 현장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어려움을 이기고 이 자리에 모인 청소년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국립국악고 1학년인 이연우 학생은 ‘광우병 위험 미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읽으며 “우리 청소년들은 우리가 살아갈 이 사회에 교과서에 나오듯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라며 “국민여러분,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저희들의 손을 함께 잡아 주십시오, 조금만 더 힘을 내고 서로의 힘을 모아 촛불을 밝혀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이어 “잘못된 협상 완전히 철회하고 전면 재협상에 나서는 것만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경고했다.

1500여개에 달하는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정부 고시가 예정된 오는 22일과 24일 다시 한 번 큰 규모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태그

촛불문화제 , 미친 소 , 미친 교육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대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