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새벽 정부가 발표한 입장을 확인했다. 1단계로 30개월 미만의 소는 척추뼈, 뇌 등을 포함해 특정위험물질(SRM)도 제거하지 않은 상태의 고기 수입을 허용했다. 2단계로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권고한 강화된 사료금지조치를 사용하면 30개월 이상의 소고기도 전면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눈을 의심했다. 참담했다. 곧바로 짐을 싸서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청와대에 자리를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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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당선 인사를 하고있는 나 자신을 견디기 어려웠다”면서 눈을 감았다. 총선 기간 유세를 하면서 들은 당부 가운데 하나가 “제발 굶지 마라”였다. 당선 10일 만에 그 당부를 지키지 못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난 뒤 지난 2004년 이라크침략 파병반대 단식농성을 시작하고서 6번째로 숟가락을 놓았다.
“척추뼈, 뇌, 뇌수에는 광우병 감염 물질인 변형 단백질 프레온이 들어 있어요. 뼈까지 즐겨 재료로 사용하는 우리 국민들의 식습관을 고려할 때 위험천만한 작태입니다. 미국 방문 선물로 국민 목숨까지 팔아버렸죠. 이렇게 미국의 앞잡이로, 꼭두각시로 무엇을 얻으려고 합니까.”
강기갑 의원은 나지막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우려는 자연스레 아이들에게로 옮아갔다. 미국산 쇠고기를 한꺼번에 쓰일 곳이 초중고교 학교급식이기 때문이다.
“광우병 잠복기간이 10년입니다. 10년. 아이들이 급식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10년 뒤에 발병하면 이명박 정부가 책임질 겁니까.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을 허용해 아이들을 죽이려고 하더니 이젠 아이들을 먹을 꺼리로 죽이려고 합니다. 선생님과 학부모가 함께 국민저항운동으로 지켜내야 합니다.”
실제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학교에 광우병 징후를 보이는 소의 고기가 급식으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사상 최대의 리콜사태가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아이들이 뭘 배우겠냐. CEO 출신이라고 기업 경영하는 원리로 이윤 창출에만 몰두해 생명 등 중요한 가치는 다 밟고 가고, 오로지 경쟁해서 이기라고만 하고 박 터지게 공부하라고 입시경쟁 도가니에 몰아넣으면 아이들은 피폐해져요.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인 삶을 배워야 할 나이에 지금 이 작태를 보고 뭐라고 생각하겠나.”
지난 22일 단식농성 4일째 되는 날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의 문제점과 이어질 한미FTA 비준 문제를 국민 속으로 들어가 알려내기 위해서다. 임시국회도 대응해야 한다.
여당 실세였던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꺾은 ‘최대 이변’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거추장스러워보였다. 강기갑 의원은 다시 옷고름을 단단히 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