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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있는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일주일에 3,4일 정도 학교에 간다. 새학기에 학교가 바빠지면 엄마들도 함께 바빠진다. 지난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별 생각없이 학부모총회에 갔다가 체육진흥회에 가입하게 됐다. 총회에 가면 어디에 가입해야 하고 활동을 해야 하는지도 뒤늦게 알았다. 올해는 아이가 반장이 되면서 머리 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현장학습 때 담임도시락도 싸야하는데 보통 학부모들이 반장엄마가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어서 나몰라라 하기도 힘들다. 이 외에도 녹색어머니회, 도서도우미, 학교행사 때 다과상 준비, 현장학습 지원, 급식도우미를 한다. 심지어 가정형편이 어려워 수학여행을 못가거나 급식지원을 못받는 아이들 지원까지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탠다. 담임은 학교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늘 반장엄마에게 도움을 구한다. 어렵더라도 미안한 마음에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언제나 학교가 먼저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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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인데 돈도 더 내야
“요즘은 아이학교를 제가 다니고 있어요. 학교에서 따로 예산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회비도 내야하고…그런데 어쩌겠어요. 아이들 교육을 위하는 것이라는데 일단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죠" 매일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해야 하는 도서도우미 일도 만만찮다. “도서도우미는 예산을 들여 사람을 구했으면 좋겠어요. 하루 세 시간씩 매일 학부모들이 해야 하는데 한명이라도 빠지면 책임맡은 학부모가 때워야 해요.” 이 모든 일이 학부모 자원봉사라는 말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상 학부모들이 당연히 책임을 지고 활동 소요경비도 직접 내야 한다. 학부모 자원봉사라는 말이 무색하다.
총회에 가기가 무서운 엄마들
“학부모 총회 가면 당연히 무슨 일을 해야 하니까 엄마들은 회의에 거의 안와요.” 그러다보니 학부모총회에 온 학부모들에게 일이 몰리고 회의에 가는 학부모 또한 일할 것을 마음먹고 가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에는 반장을 하지 말라고 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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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청소 당번에 아침 등교지도까지 자의반 타의반 봉사활동이란 이름으로 학교를 다녀야하는 학부모들은 학교가기가 두렵고 힘겹다. 안옥수 기자 |
서울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반장하기를 꺼려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맞벌이나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학부모의 경우 반장 엄마로서 역할을 하기가 힘들어서라고 한 학부모는 하소연했다.
“괜스레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걱정이 되긴 하면서도, 반장하면 일을 많이 해야 하니까 부담 됩니다” 학부모에게는 따로 인건비가 안 들고 게다가 봉사활동 하면서 소요되는 경비는 학부모들끼리 따로 돈을 걷어서 마련하니 학교에서는 예산도 절감되고 성의껏 교육활동에 참여해주니 더할나위 없이 좋다. 학부모들에게 ‘학교가 어렵다보니’, ‘예산이 워낙 없다보니’라고 일을 부탁하는 상황은 오래되었다. “올 해는 힘들어도 계속 해야겠죠. 학교는 아이도 학부모도 힘들게 하는 곳인가봐요. 내년에는 좀 나아질까요?” 아이가 반장됐다고 좋아했던 순간은 아주 잠시다. 같은 반 학생부모들은 반장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당신 아이가 반장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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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청소 당번에 아침 등교지도까지 자의반 타의반 봉사활동이란 이름으로 학교를 다녀야하는 학부모들은 학교가기가 두렵고 힘겹다. 안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