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요”
“그러면 나눠 볼까요. 24나누기 4는 6이고 18은 어? 안 떨어지는데요? 형이 잘못했는데.”
“아, 그~으~런~네. 그~러~며~언 2.”
“2요? 나눠보죠. 24를 나누면 12고 18을 나누면 9네요. 12와 9를 같이 나눌 수 있는...”
“3~!”
“그렇죠. 그러면 4와 3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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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지난 16일 사회적 기금으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에 1억원을 전달했고 그중 일부를 지원받은 노들야학이 다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안옥수 기자 |
지난 22일 비가 내리는 저녁 7시35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편 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노들장애인야학 청솔1반. 급훈이 ‘처음처럼’이라고 적힌 문 뒤로 수업이 한창이다. 수학시간이다. 인수분해를 하는 중이다. 이어서 ‘빼기’다. 청솔반은 초등교육과정을 배운다.
노들장애인야학(노들야학)은 지난 1993년부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한 20세 이상의 성인장애인들에게 한글과 초중고 교육과정을 가르친다. 교과목은 각급 검정고시 과목인 국어와 수학, 과학, 사회, 영어, 국사 이렇게 6개로 맞췄다.
현재 한글과 수학 기초반인 우리반(6명)과 청솔1반․2반(10명), 중학교육과정인 불수레반(11명), 고등학교육과정인 한소리반(9반) 등 모두 36명의 학생이 각자의 교실에서 수업을 한다. 교사는 자원활동 11명을 포함해 모두 20명이다. 수업은 모두 4교시로 오후6시30분부터 10시까지 한다.
장애인야학은 학령기에 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장애인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수업을 빠지고 어슬렁거리는 불수레반 정희선(31)씨는 “인천에 있는 장애인시설에 있다가 공부하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뒤져서 왔다”면서 “누구한테 구속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고 ‘천천히’ 말했다.
동시에 성인장애인끼리는 물론 비장애인들과 격의 없이 부대끼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수학익힘책을 펴놓고 ‘빼기’에 열중하던 김호식(36)씨가 손을 든다. “화장실 좀 다녀올께요.” 담임인 조사랑(24) 교사가 “형, 쉬는 시간에 다녀오지요”라고 눈총을 준다. 집이 수유동인 호식씨는 “집에 틀여 박혀 있는 것보다 이렇게 나와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 좋다”고 말한다.
홍은전 노들야학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공부하기 위해 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면서 “36년 만에 외출을 처음 한 학생도 있으니 이해가 된다. 올드보이도 아니고”라고 귀뜸했다.
이런 노들야학에게 지난 겨울은 큰 시련이었다. 운영비 부족 등의 이유로 무상으로 있던 정립회관에서 쫓겨났는데 갈 데가 없었던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초중등교육법상 학교가 아니라고 교육시설 예산 지원은 못한다”고 거부당했다.
지난 1월2일부터 3월21일까지 80일간을 마로니에 공원에 천막을 치고 길거리에서 수업을 해야 했다. 상황이 알려지면서 당장 문제를 해결하려는 뜻이 모아졌다. 후원도 농성 전 300명에서 500명으로 늘었다.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틀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홍은전 사무국장은 “연대의 힘이 느껴졌다. 가장 큰 재산을 얻은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전교조 조합원으로 지난 2002년부터 자원활동교사를 해온 유승화 교사는 3교시 시작시간인 8시20분에 맞춰 들어오면서 “집인 노량진인데 구의동일 때보다 가까워서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나마 노들야학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인천의 민들레야학은 지난 16일 노들야학과 똑같은 이유로 천막을 쳤다. 전교조가 사회적기금으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에 1억원을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경석(48) 교장은 “본질적인 문제는 장애인야학을 장애인평생교육기관으로 인정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이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8시30분 급훈이 ‘엄숙하자’인 불수레반 교실에서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매달 학생회에서 준비하는 그 달 생일잔치다. 떡뽂이와 과자 등 한 상 푸짐하게 차려졌다.
배덕민(42) 노들야학 부총학생회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어서 너무 좋다”며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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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지난 16일 사회적 기금으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에 1억원을 전달했고 그중 일부를 지원받은 노들야학이 다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안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