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사설1]광란의 입시몰입교육 굿판을 걷어치워라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참담하고 비통한 기분을 대변하는 이 문구는 을사조약 체결을 비판하는 장지연의 1905년 11월 20일자 황성신문 논설 끝 부분이다. 정부의 ‘학교 학원화 추진계획’을 맞닥뜨린 국민들의 심경은 시일야방성대곡 그 자체이다. 말로는 학교 자율화지만 학교를 무한경쟁의 입시전쟁터로 만드는 공교육 파괴 대재앙이다. 더구나 동네 향우회인지 반상회인지 모르겠으나 특정단체와 은밀히 교감이라도 한 것처럼 여론수렴했다며 점령군이 적진에 깃발을 꽂듯 전격 발표한 4.15 학교 학원화 추진계획은 정부가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책무마저 포기한 '무장해제’ 선언이다. 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며 즉시 폐지한다는 29개 지침은 대부분 입시교육의 전면화와 학교의 학원화를 막고, 아이들의 건강권 확보와 교육비리 예방 등의 기능을 담당했던 것들이다. 지침이 있어도 입시를 명분으로 각종 편법이 난무한 현실에서 이런 장치가 사라진다니 그 부작용이 불을 보듯 뻔하여 심히 우려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교육 시장화, 학교 황폐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교육현장을 강타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선거에서 표를 잘못 찍은 대가를 혹독히 치를 모양이다. 0교시, 우열반, 심야보충, 사설 모의고사, 촌지 등 금기시되던 품목이 돌연 밥상에 오르니 교육모리배들이 군침을 삼키기에 충분하다. 학생을 영리업체의 먹이감으로 만들고 비리의 매개체였던 어린이신문 구독, 부교재 채택, 사설 모의고사까지 허용되니 검은 뒷거래와 은밀한 돈거래도 자율화되는 것인가.

앞으로 학생들은 잠을 더 줄여야 하고 밥먹을 시간을 더 빼앗길 것이다. 학부모는 입시 전쟁판에서 자녀가 이기도록 더 많은 교육비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은 새벽부터 심야까지 수업하고 야자감독하느라 격무 속에 생명까지 위협받을 것이다. 밥도 못먹고 새벽별 보며 등교해 무표정한 얼굴로 심야까지 앉아있거나 엎드려 자는 것을 교육이라 부르지 말자. 제발 우리 아이들 잠도 재우고 밥도 먹이며 공부시키자.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온 나라 언론과 방송들이 앞을 다투어 아이들 건강을 위해 아침밥 좀 먹을 수 있도록 등교시간을 늦추자고 한 목소리를 냈던 적이 있다. 9시 이전에 수업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며 외국 사례까지 심층보도한 것이 엇그제같은데 0교시 부활을 학교장 재량에 맡기는 것이 올바른 길인 것처럼 태도를 바꾸며 4.15 계획을 두둔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속이 메스꺼울 정도로 역겹다. 성장기 청소년들의 인성과 학력, 체력을 조화롭게 키우는 발상 전환이 시급하다.

한 줄 세우기 성적지상주의에 빠져 신음하는 교육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더욱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현 정권의 정신나간 불도저식 입시몰입교육을 퇴출시키지 않으면 학교의 미래는 없다. 아이들과 교사의 건강과 생명을 저당잡힐 수 없으며 학부모의 사교육비 폭증을 방치할 수 없다. 개념없는 정부가 땅을 파듯이 무작정 강행하면 우리는 불복종으로 대응하며 국민과 더불어 반격을 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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