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육민주화운동 20년사<20> 86년 교육민주화운동 교사들의 수난(3)





윤영규 Y교협 회장의 구속과 이순덕의 해임으로 시작된 86년 9월은 유상덕 민교협 사무국장의 옥중 단식투쟁 소식으로 더욱 우울하게 다가왔다. 7월 15일 안기부에 연행되어 한 달 간 밀폐된 지하실에서 공갈 협박 구타를 당하며 ‘교수간첩단 사건’에 엮일 위기에 처한 유 국장은 8월 14일 영등포교도소에 넘겨진 후 정권의 사건 조작과 부당한 언론 플레이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에 돌입하였고 9월 11일 옥중양심선언을 발표하여 사건의 진상을 처음으로 바깥에 알렸다.



고문수사관들은 ‘(서울대) 이병설 교수가 간첩임을 알았고, 그의 사주를 받고 민교협을 만들어 그 속에 위장 침투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자백하라고 강박했다. ‘네가 민중교육 사건 때 요리조리 잘 빠져 나갔지만 이번에는 안될 것’이라고 한 그들의 협박에서 사건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80년대 교육민주화운동의 핵심인 유 국장에게 간첩단의 딱지를 붙여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던 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수작이었다. 분단체제 하의 독재정권이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노동운동 탄압에 써 먹던 상투적인 수법이 교사운동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이와 같은 탄압의 발톱에 9월 14일 교사 노현설(양화중)이 찍혔다. 이른바 <민족민주교육쟁취투쟁위원회>(민교투) 사건의 시작이다. 3년차 교사로서 교육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며 Y교협과 지역소모임 활동을 하던 노현설은 민교협 기관지「교육과 실천」에 투고할 원고 ‘교사운동으로서의 교육투쟁의 전개’(심임섭의 ‘교육운동론’을 비판한 이장원의 글)와 책자 등을 복사 집에 맡겼다가 주인의 신고로 구로경찰서에 연행되었다.



그 날 후배 지영근(사대 제적생)이 연행되고 15일 가택 압수수색을 당한 후, 서울시경 대공분실로 넘겨져 갖은 고문을 당한다. 20일 새벽 윤병선(관악고)이 연행되고 이장원(봉화중) 한상훈(강서중)은 수업 중에, 송원재(당곡고)가 방과 후에 차례로 연행되었다. 이상대(당산중)는 다음날 연행되었고 노웅희는 연행 하루만에 풀려난다.



이들 중 평소 모임을 같이 한 윤병선 노현설 이상대 한상훈 송원재는 86년 4월 서울지역 신임교사 환영회에 ‘학생은 미래의 기둥인가 포로수용소인가?’라는 제하의 유인물과 5월 10일 교육민주화선언 장소에 ‘민족민주교육을 쟁취하는 그날까지’의 제하의 유인물 각 300부를 뿌렸으나 나머지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다. 그러나 정권은 22일 석간신문부터 윤병선 수괴+조직원 5명으로 ‘그림’을 그려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의식화 교육 교사 조직’으로 대대적인 언론 플레이를 한다. 구속된 교사들은 ‘방어능력을 상실할 정도로’ 극심한 고문을 당했다.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제일 먼저 구속자 가족들이 떨쳐나섰다. 교사들의 가족이 본격적으로 투쟁에 나선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었다. 가족들은 23일 NCC 인권위원회에서 농성을 한 후 25일 ‘민주교사구속가족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85년 12월 창립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일원이 되어 경찰서 항의 방문, 면회 투쟁, 정치권과 재야단체 지원 조직 등에 불철주야 온몸을 던지며 싸워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경찰은 30일 강서남부지역 교사 유수용(구로중) 박종원 김학언 김혜경(이상 양화중) 이민표(양평중) 등 10명을 연행, 가택수색까지 하며 조사한 후 다음날 석방한 데 이어 10월 4일 민교투 사건 관련으로 체육교사 12명을 연행, 조사한 후 다음날 석방하는 등 탄압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민교투 6인 중 한상훈은 11월 11일 기소유예로 석방되었으나 나머지는 기소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10월 26일 ‘대학생들이 노동현장으로 들어가 근로자들을 혁명의 주력군으로 조직화하기 위한 지역노동자동맹’ 결성을 기도했다는 이른바 ML(맑스레닌)당 결성 기도 사건에 교사 이동훈 송영훈(이상 신구로국) 이용환(면북국)을 엮어 구속했다. 이즈음 민중교육 사건의 김진경은 10월 2일 대전교도소에서 만기출소하여 옥중에서 못으로 책갈피에 쓴 시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고통뿐일지라도>를 발표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 형제여 / 어서 오게나 / 그대 움푹 패인 수갑 자욱 그대로 / ... / 우리 총칼에도 고개 숙이지 않고 / 우리 어떠한 안락에도 고개 숙이지 않고 / 오직 서로에게 고개 숙여 서로의 상처에 입 맞추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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