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창문에 머리통이 깨진다. 헬멧 쓰고 등교하자.”
지난 7일 열린 ‘충암학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충암 행동의 날’참가자들이 똥 쌀 권리를 주장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충암학원이 운영하는 중학교 남학생 건물은 700명이 사용하는데 화장실은 1개다. 윤영훈 기자 |
지난 7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중심가인 응암오거리에 들어서니 특이한 구호가 쩌렁쩌렁하다. 충암고등학교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열린 ‘충암학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충암 행동의 날’에 모인 충암고와 다른 학교 교사, 지역주민 등 50여명이 내는 소리다.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맞은편에서는 교복을 입은 200여명의 충암고 학생들이 지켜본다. 그러다 “교육환경 개선하라. 학생인권 보장하라. 우리가 학교의 주인이다”는 소리가 높아지자 학생들은 “와”하는 소리와 함께 집회장으로 넘어왔다. 교감과 체육교사 등 학교에서 “(학생들이)다칠까봐” 나온‘선생님’의“집에 가라”는‘협박’도 학생들을 막지 못했다.
집회장은 순식간에 학생들로 꽉 찼다. 학생들은 “모두 사실이다. 화장실 더 지어달라는 학교가 어딨냐”고 되물었다.
700명이 화장실 1개 사용
학교법인 충암학원은 유치원 4학급과 초등학교 29학급, 중학교 36학급(남21학급, 여 15학급), 고등학교 60학급을 운영한다. 다니는 학생 수만 4200여명이다. 특히 충암고는 ‘담임선택제’를 실시했다고 주목을 받았던 학교다.
학교에 들어서면 5개나 되는 4~5층 학교건물과 2개나 되는 학교운동장이 큰 기업을 떠오르게 한다. 눈에 보이는 규모로 ‘학교 좋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학교 건물의 모습과 학교 환경을 찬찬히 들어다 보면 이네‘속 빈 강정’으로 바뀐다.
고등학교 1학년 건물 한 벽면은 2003년 교실을 고쳐 만든 화장실에서 나온 똥물로 시멘트가 거의 뜯어져 부식됐다. 물은 파이프관을 흐르며 ‘뚝뚝’ 떨어진다. 최대현 기자 |
1969년 문을 연 이래 제대로 된 보수 공사를 하지 않았던 탓에 건물에 크게 금이 갔고 합판 등으로 덧대 페인트칠을 칠했다.
700명의 고등학교 1학년이 쓰는 5층짜리 별관 한쪽 벽면은 물이 흥건하다. 다른 건물과 연결된 파이프 관을 타고 물이 뚝뚝 떨어졌다. “지난 2003년 3층에 1개 교실을 고쳐 만든 화장실에서 세는 물”이라고 한 교사가 설명했다. ‘똥물’이라는 얘기다.“그래도 화장실이 더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 전까지는 화장실이 지하에 고작 1개였다.
그 옆 700여명이 쓰는 남자 중학생 건물은 아직도 화장실이 1층 밖에 1개다. 학생들은 ‘반드시’ 2층에서 건물 밖으로 나와 1m 너비의 철계단으로 내려와 이용해야 한다.
중앙 현관은 물론 건물 안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모두 막아놨기 때문이다. 이사장실과 행정실 등이 학생 출입까지 막고 한 개 층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밖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한 곳이어서 비상 상황에서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남자 중학교 건물과 연결된 고등학교 2, 3학년 건물도 상황은 비슷하다. 1400여명이나 사용하는 데 대변을 보는 화장실은 1층에 1개 있다. 소변만 볼 수 있는 간이화장실이 중간에 2개가 있을 뿐이다. 한 학생은 “쉬는 시간에 전쟁이다. 5층에서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마다 전기 배선은 어지럽게 엉켜있다. 고등학교 건물에 불이 났을 때 등에 이용하라고 만든 비상계단은 모두 시멘트로 막혀 있다.
떨어진 창문틀에 머리 맞아
학교 건물에 거미줄 같이 엮혀있는 전선. 중학교, 고등학교 건물 곳곳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 최대현 기자 |
지난해 10월에는 고등학교 1학년 건물 5층에서 떨어진 창문틀에 지나던 학생이 머리를 맞았다. 30바늘쯤 꿰맸다. 2006년에는 남자중학교와 여자중학교에서 창문이 떨어졌다. 그나마 그 때는 학생이 맞지 않았다.
그런데도 학교는 고등학교 건물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창틀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창살을 댔다. 학생들이 다니는 쪽에만 만들었다. “이제는 고등학교 2, 3학년 건물에서 떨어질 차롄가”하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2학년 한 학생은 “친한 친구들끼리 같은 반에 가려고 인기 있는 선생님을 뽑는 게 담임선택인가요”라며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데 담임선택하면 뭐하겠어요”라고 말했다.
32대 학생회장을 지낸 충암고 졸업생 천성하씨는 학교 소식을 듣고 “졸업한 지 5년이 지난 많은 것이 변했을 거라 믿었지만 실제로 변한 것이 없다”고 참담해 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로 지난 겨울방학 동안에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고치는 등 변화가 나타나지만 여전히 미미하다.
특히 중고등학교 건물은 지난 2005년 12월, 서울시 교육청이 용역 실시한 개축성능평가에서 "구조안정성에서 '개축'이 유지, 보수보다 더 유리하다"라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개축은 건물을 철거하고 다시 지으라는 결정이다.
고등학교 2, 3학년(본관) 건물은 균열정도가 E등급이었다. 고등학교 2, 3학년(본관) 건물은 균열정도가 E등급이었다. 1학년 건물인 별관도 콘크리트 부식되는 정도 E등급, 균열정도 D등급이었다.
그러나 이 '개축' 판정을 받은 건물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담당자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산문제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면서 "개축, 유지보수 대상 학교들에 대해 민간자본을 유치해 BTL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립은 대상이 아니라서 아직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학교측은 학교환경 개선을 요구한 교사를 보복성 강제 전보했다. 1인 시위를 벌인 전교조 교사 6명에게는 “더 이상 충암고 등의 교직원으로 근무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파면 해임을 포함한 ‘중징계 예비 경고장’을 보냈다.
이에 대해 충암학원은 지난 7일과 8일 모든 학생에게 준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충암학원의 입장’이란 가정통신문에서 “층마다 화장실을 설치한 학교는 최근에 설계된 학교이며 화장실의 숫자는 시설 기준에 맞게 설치되어 있다”고 말했다. 창문틀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학생이 창문을 무리하게 힘을 주어 열다가 떨어진 사실이 한 번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김 아무개 충암고 교장은 “40년 전에 지은 오래된 건물이라 어쩔 수 없다. 그 때 화장실을 건물 안에 만들 생각을 못하고 지었다”면서 “그러나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조도개선 등의 환경개선을 꾸준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열린 ‘충암학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충암 행동의 날’참가자들이 똥 쌀 권리를 주장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충암학원이 운영하는 중학교 남학생 건물은 700명이 사용하는데 화장실은 1개다. 윤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