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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행사 때를 제외하곤 늘 썰렁한 지회사무실을 지키던 공주교대 88학번 만년 막내 초등교사 유일상이 요즘은 태안지회 초등 중고참이 되었다. 기름유출 사고로 힘들어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고자 찾아오는 교사, 학생 등 자원봉사 인력을 관리하며 겨울내내 뒤치닥거리를 감당해낸 사람도 그다.
몇 년 전 폐교 대상 1호이던 인근 시목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역출신 교장들이 힘을 쏟고 있을 때였다. 가까운 지역사회 몇몇 지인들조차 공감하여 자기 자식들을 입학시키고 전입시킬 때 그는 자신의 아들을 입학시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학교를 살리는 데 필요한 재원마련이 어려우니 교원평가 시범학교를 신청해 2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야겠다는 엉뚱한 기획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교육적 변화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아온 지역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란 말만해도 반가운 마음에 뒤따라갔던 사람들. 요즘에 와서야 그렇게 시작한 학교 살리기의 진실이 과연 무엇이었던가 뒤늦게나마 깨달은 부모들이 늘고있다.
전교조 교사 유일상의 진실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교육적 취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교사의 진정한 열정으로부터 출발하지 못하고, 소수의 관리자들의 일방적 주도로 수동적으로 진행되는 변화는 결국 교사의 의무감이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그 당시 학부모들이 그 신선한 취지에 얼마나 기대하고 열광하며 자신의 아이를 과감하게 전입시키고 입학시켰던가. 조금 힘들고 이해가 안 되더라도 좋은 일에는 늘상 따라다니게 마련인 어려움이라 여기며 학교일을 내일처럼 자부심으로 지켜왔던 그.
자식의 학년이 올라가고, 해가 바뀔수록 원래 생각했던 학부모의 기대가 무엇이었는지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요즘 유일상 교사는 바쁘다. 내 자식은 안 보냈지만 그래도 대안은 그 학교뿐이라고 지인들의 시목초등학교 전학을 권하던 그가 요즘은 새 학교로 전근하여 새롭게 평교사 중심의 ‘작은 학교 살리기’를 시작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인근 시목초등학교 학부형들의 상담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큰 학교보다 낫고, 설사 많이 어렵더라도 그렇게 쉽게 학교를 옮기는 일은 옳지 않다.”
“학부형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현실을 이해하면서 내 자식의 학교란 생각보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작은 학교가 바꾸도록 애쓰는 편이 낫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요즘 큰 학교에서 자리를 옮겨 인근 대기초등학교로 출근한다. 태안군 폐교 1순위였던 이 학교로 4년 전에 대전에서 전근온 선배 원로교사가 자비로 봉고차를 구입하여 학생들의 통학을 책임지는 등 4년간의 노력 끝에 20여 명 남짓하던 학생 수가 이제 50여 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교육청의 무관심으로 시설도 허름한 대기초등학교 학교에서 우직한 선배교사가 하고 있는 그 지회 사무국장만 7년을 역임한 만년 막내교사. 충남지부 초등사무국장 시절 보성초등 사건 송사에 휘말려 아직도 법정 싸움이 진행되는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이제는 어엿한 중견초등교사로 거듭난 그. 작은 학교 살리기에 바빠 지회 사무국회의가 끝나자마자 좋아하는 맥주 한 잔 못하고 급히 달려가는 유일상 교사.
시골학교의 오늘이 그의 어깨 위에 걸려 있다는 희망 때문일까. 학교에 아이들이 남아 있기에 교
사의 희망도 살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