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우리 시대의 가장 슬픈 사람, 빼앗기고 짓밟혀도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혀지게 강요받는 사람을 기억하고 그와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명동 세종호텔 앞, 한 달 가까이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진수 해고노동자의 곁으로 시민사회 원로들이 찾아왔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황석영 소설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원로 94명은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이들에게 정리해고라는 ‘일터의 비상계엄’, ‘삶의 비상계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며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언제까지 모른척 할 것인가?". 백기완노나메기재단
10일 오전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세종호텔 앞 고공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호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원로들의 입장을 전했다.
원로들은 "2009년 세종호텔 지분의 100%를 소유한 대양학원 재단의 전 이사장 주명건이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 알려졌다"면서 "사측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세종호텔지부 노동자들은 코로나 시기 호텔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민주노총 조합원 12명을 골라 정리해고했다"고 환기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2023년부터 세종호텔은 흑자로 전환되었음에도 사측은 코로나를 핑계로 정리해고했던 노동자의 복직은 외면"했고, "노동 당국과 법원도 부당해고라는 해고노동자들의 절규를 끝내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원로들은 "고진수 지부장은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2월 13일 새벽 5시 세종호텔 앞 도로 위 10미터 철재 구조물에 올라갔으나, 고진수 지부장의 처절한 투쟁마저도 윤석열의 반 역사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정치적 격변에 묻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짚고는 "우리는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과 같이 했던 고 백기완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고진수 지부장,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와 함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종호텔 문제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직장 내 민주노조에 참여했던 사람들만 꼭 찝어 해고하고, 민주노조를 어용노조로 만든 사례로, 이 투쟁은 부당한 노동탄압에 대해 끝까지 굴하지 않는 투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연대를 하는 투쟁이자, 회사 측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법적 판결을 넘어 사회적 정의와 노동권과 직장 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큰 의의를 지닌다"며 "이 투쟁이 승리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이야기했다.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땅에는 많은 고진수들이 곳곳에서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 외로움과 억울함과 구조적 모순 속에서 추위에 떨고 외면에 떠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면서 "내란을 일으킨 도둑놈은 실실 웃으면서 감옥을 나왔는데, 우리 고진수 동지는 왜 하늘감옥에 머물러야 하는지 우리에게 물어봐야 할 시간"이라 말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탄핵 사회대개혁 투쟁이 물결치고 있고,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투쟁을 하는 이곳이 사회대개혁 투쟁"이라며 "고진수 노동자를 원직복직시키지 않으면,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지 않으면 사회대개혁 물결이 당신들을 쓸어버릴 것"이라 "세종호텔 자본에 엄중히 경고"했다.
"반드시 복직하도록 하겠습니다". 백기완노나메기재단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은 농성장을 찾은 원로들에게 "더 엄혹한 시절에 사회 민주주의와 노동자들의 삶을 위해 목숨 바쳐 싸워오신 분들"이라 마음을 전했다. 고 지부장은 또한 "250명이 넘었던 세종호텔 정규직이 이제는 21명이 되었고,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포함해도 60명이 되지 않는다."며 "직원들이 즐겁게 일해야 투숙객들도 행복할 수 있는데, 주명건(전 세종호텔 회장)은 복직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 힘은 부족하지만 더 많은 연대로 세종호텔의 정리해고가 잘못됐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다. 반드시 복직하도록 하겠다"고 힘 주어 말했다.
이날 시민사회 원로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측은 문제 해결에 즉시 나설 것 △정치권도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고, 비극의 근원인 정리해고법과 사학법 개정을 추진할 것 △ 시민사회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에 더 단결하고 더 많이 연대할 것을 촉구했다.
명동 세종호텔 앞 도로 위 10미터 높이의 철제 구조물, 그곳에 사람이 있다.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에서는 매일 저녁 6시 30분, 고공에 오른 고진수 해고노동자의 곁을 지키며 투쟁문화제가 열린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을 바라는 원로 94명 연명
강내희(중앙대 명예교수), 강성남(전 언론노조 위원장), 강재훈(사진가), 고광헌(시인), 곽노현(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권낙기(통일광장), 권영국(변호사), 권영길(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김봉준(그림꾼), 김세균(서울대 명예교수), 김승호(전태노동대학 이사장), 김영옥(한국진보연대), 김영호(전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김영호(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정헌(전 4.16재단 이사장), 김정환(시인), 김준권(그림꾼), 김중배(전 MBC 사장), 김태동(성균관대 명예교수), 김판수(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이사장), 남경남(전국철거민연합 의장), 남구현(한신대 명예교수), 단병호(평등사회노동교육원 대표), 류연복(그림꾼), 명진(스님), 문규현(신부), 문정현(신부), 민정기(그림꾼),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박불똥(그림꾼), 박석무(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운(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박순희(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 박용일(변호사), 박중기(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연대 명예의장), 박흥순(그림꾼), 방동규(백기완재단 고문),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백도명(서울대 명예교수), 백원담(성공회대 교수), 손호철(서강대 교수), 송경동(시인), 신학철(백기완노나메기재단 이사장), 심정수(그림꾼), 양규헌(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양기환(영화제작자), 양길승(전 녹색병원장), 염무웅(문학평론가), 유영표(전 민주화운동공제회 이사장), 유홍준(전 문화재청장), 이기연(질경이 우리옷 대표), 이대로(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덕우(변호사), 이도흠(한양대 교수), 이부영(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 이사장), 이수호(이소선장학재단 공동이사장), 이시백(소설가), 이시영(시인), 이은(영화제작자), 이종회(전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 이해동(목사), 임동확(시인), 임재경(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임진택(판소리꾼),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장남수(유가협 회장), 장임원(중앙대 명예교수), 장회익(서울대 명예교수), 정동익(동아투위), 정연순(변호사), 정일욱(전 칼라tv), 정지영(영화감독), 정현기(전 연세대 교수), 정현찬(전 가톨릭농민회 의장), 정희성(시인), 조돈문(전 노회찬재단 이사장), 조순덕(민가협), 조영선(변호사), 조현철(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이사장), 조희주(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 주재환(그림꾼), 채희완(부산대 명예교수), 천영세(전 민주노동당 대표), 최갑수(서울대 명예교수), 최병모(변호사), 최열(환경재단 이사장), 최윤(강원민주재단 이사장), 최헌국(목사), 한도숙(시인), 한상렬(한국진보연대), 함세웅(신부), 현상윤(전 새언론포럼 회장), 홍선웅(그림꾼), 황석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