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10번 출구, 다시 그곳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어둠을 밝혔다. 작은 광장에 모인 여성 노동자들은 "윤석열과 이재용은 하나"라면서,"구조적 성차별을 철폐"하고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실현하자고 외쳤다. 퇴근길 시민들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으로 행진하는 이들에게 박수와 손인사를 건네며 응원을 보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행진하는 여성 노동자들. 참세상
13일 오후 7시,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오픈마이크'가 열렸다.
참여자들은 "여성 혐오를 발판으로 집권한 윤석열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외치고, 불안정 노동을 양산해 온 자본을 비호해왔다"면서 윤석열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여성노동자를 차별하고, 현장의 노동자들을 질병과 죽음으로 내모는" 삼성을 규탄했다. 이들은 "여성노동자들의 목숨값으로 배당하는 삼성은 들으라"며, 여성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해 싸우자고 함께 외쳤다. 이날은 12월 말 삼성전자의 4차 배당일을 앞둔 날이었다.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여성노동자 오픈마이크' 현장. 참세상
이날 전해진 우하경 삼성 기흥캠퍼스 매뉴얼 67라인 제조노동자의 이야기는 삼성 여성노동자들이 마주한 고통어린 현실을 드러냈다.
우하경 씨는 "삼성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경제적 중심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 노동조합 노동자들에 대한 소외와 차별의 문제들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삼성 기흥 캠퍼스 여성노동자들은 5킬로그램 가량 박스를 들고 나르는 작업을 쉴 새 없이 하고, 그로 인해 손 마디는 굽어 휘어가고 퇴행성 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 허리 디스크, 손목 터널 증후군, 하지정맥류 등 많은 질환에 당연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아픔에 대해 "삼성 블라인드에는 손가락이 어떻게 굽냐, 장애인이냐라며 여성에 대한 외모 비하와 장애인을 동시에 비하하는 말까지 등장했다"고 분노했다.
우하경 노동자는 최근 일어난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사건의 재해 노동자와 함께 10여 년을 같은 곳에서 일했다.
그는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았던 피폭 사고 설비 주변 근무 중이던 임산부와 여사원들, 방사선 피폭 사고를 보상이라 인정하지 않고 질병으로 주장하는 회사"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씨는 "앞으로 저희 여사원들은 과연 이 라인에서 화학 노출 사고를 당해 병에 걸리면 삼성전자를 상대로 피해 과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피해자가 사실을 증명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우하경 씨는 30살에 손가락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아 손가락 변형 시작 단계로 손의 열감과 통증에 관절염 진통제를 복용해야 생활이 가능해졌다. 류마티스 관절염 수치도 경계에 이르렀다. 극심한 우울 증세와 무기력함으로 일상 생활도 어려워진 상태다. "후배들에게 잘못된 일터를 되물림하는 것 같은 죄책감"도 그를 옥죄어 왔다. 지금은 공황장애로 병가 중이다.
그는 다시 라인으로 돌아갈 시간이 너무나 두렵다면서도, "두렵다고 피한다면 문제를 바꿀 수 없다. 함께 연대하여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싸우자"고 힘을 냈다.
"너희는 갈라치지만, 우리는 단결한다!". 참세상
341일째 고공에 올라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소현숙 씨의 목소리도 전해졌다. 이날 소현숙 씨는 현장 전화연결을 통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지분을 100% 보유한 일본 닛토덴코도, 최상위 원청인 삼성도 "여성노동자의 고통을 조금도 보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자신들의 이미지에 조금이라도 금이 갈까 뒤로는 협박과 손해배상 소송까지 하면서 저희 힘 없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막강한 자본의 힘을 휘두르며 입을 막고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는 "삼성은 추운 겨울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고공에 올라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여성노동자가 다시 일터로 돌아갈수 있게 침묵하지 말고 나서야 한다"면서 "삼성은 여성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지희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도 발언에 나섰다. 12일, 대법원은 세종호텔의 노동조합원 12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다. 허지희 씨는 "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지치지도 않았다. 아직 더 싸울 힘이 남아 있다"면서 "더 열심히 싸우고 투쟁해서 반드시 복직할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 여러분도 같이 연대해 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마음을 전했다.
"구조적 성차별 철폐하라!", "노동권과 건강권을 실현하자!". 참세상
이날 오픈마이크와 행진은 '2025년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가 주최했다. 조직위는 "윤석열 정권과 삼성 등 자본이 함께 유지·강화하고 있는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여성 및 소수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현실을, 여성노동자들의 파업투쟁으로 돌파하자는 문제의식 아래 2024년 11월 만들어진 연대체"이다.
조직위에는 현재 24개 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2025년 3.8 여성의날, 여성노동자의 실질적인 파업 투쟁을 통해 8대 요구안을 관철하고자 여러 행동들을 조직하고 있다.
“너희는 갈라치지만 우리는 단결한다” 2025년 3.8 여성파업 8대 요구안
1. 돌봄 없이 살 수 없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차별 금지,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폐지
가사돌봄노동자 노동권 보장과 양질의 공공돌봄 일자리 확대
성평등 돌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유급·무급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 재평가
2.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생활임금을!
성별임금 격차 해소
실질임금 및 최저임금 인상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
3.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출퇴근길 등 사회와 일터의 성폭력 끝장내자!
딥페이크 성착취 등 모든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포괄적 성교육 실시
비동의강간죄 도입, ‘성적 수치심’이 아닌 ‘성적 모욕감’ 으로 수정 등 성폭력 관련 법 개정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예산 확대
4. 낳을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한다! 출생률 말고 재생산권리 보장!
모든 사람의 성적 권리와 평등하게 임신, 출산, 임신중지, 육아 등에 대해 결정하고 보장받을 수 있는 재생산권 보장!
유산유도제 도입 및 건강보험 적용 등 임신중지 권리 보장하는 보건의료체계 마련
임신중지, 유사산조산에 유급병가 보장
5. 일하다가 죽기 전에 위험하면 멈춰, 아프면 멈춰!
위험한 환경에서 노동자 작업중지권 보장
성인지적 노동환경 조성으로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성인지적 노동재해 기준과 법제도 개선
유급휴가, 상병수당 등 아프면 쉴 권리 보장!
6. 이주여성노동자에게 평등한 노동권을!
가사돌봄,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
고용허가제, 체류자격 등 이주노동자 노동 통제 철폐
안전하게 생활하고 일할 권리 보장
7. 모든 혐오와 차별에 반대한다!
여성혐오, 성소수자 혐오, 페미니즘 사상검증 등 일터의 소수자혐오 대책 마련!
인종, 국적,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장애 등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8. 갈라치기 이제 그만, 비정규직 철폐하라!
특수고용, 프리랜서, 가짜 3.3 등 비정규직 철폐
노조법 2,3조 온전한 개정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노동시간 양극화 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