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와 미국의 강압 정치

도널드 트럼프는 이제 미국 의회 양원의 입법 승인을 받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반구 선진국들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부과한 제재를 어기고 러시아와 거래해 온 국가의 수입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인도와 중국이 트럼프 관세의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 가운데 중국의 처지는 훨씬 낫다. 중국은 첨단 전자제품에서 방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세계 공급량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상대로 막강한 협상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할 때 항상 신중하게 행동하며, 중국을 지나치게 압박해 희토류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러나 인도에는 미국을 상대로 활용할 만한 이런 지렛대가 없다.

트럼프가 제안한 이러한 관세는 자유무역을 설교하는 국제기구와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제국주의 노선을 따르기를 거부하는 나라에는 일방적인 제재를 가하고, 서방의 제재에도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에는 미국이 현재 제안하는 수준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각국은 무역 정책을 결정할 때 이러한 강압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자유무역이 바람직하다고 믿는 것은 이론적으로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현실정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완전히 터무니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의 행동이 지닌 노골적인 부당함은 일방적 제재나 이를 뒷받침하는 징벌적 관세에만 있지 않다. 제재와 관세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극심한 이중성에도 문제가 있다. 미국은 지금도 인도 같은 나라가 러시아산 및 이란산 석유를 구매한다는 이유로 제재하면서 정작 자신은 러시아에서 천연 우라늄과 저농축 우라늄을 계속 구매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 같은 나라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할 경우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바로 그 법안, 즉 린지 O. 그레이엄 법안(Lindsey O. Graham Act)에는 미국이 러시아산 우라늄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까지 두고 있다. 요컨대 다른 나라의 이익은 무시해도 되지만 미국의 이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린지 O. 그레이엄 법안(Lindsey O. Graham Act)에 서명하고 박수를 치는 트럼프. 출처: 백악관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불과 몇 달 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처음 봉쇄했을 당시만 해도 미국은 세계 유가를 낮추기 위해 인도에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사실상 권장했는데, 왜 지금에 와서 인도 같은 나라를 상대로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인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원유 가격도 분명히 상승할 것이다. 인도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살펴보려면 몇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할 때 드는 운송비가 대체재인 미국산 석유보다 적다. 서방의 제재를 따른다면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 대신 미국산 석유를 수입해야 한다. 둘째, 러시아산 석유는 기본적인 생산·채굴 비용 자체가 미국산 석유보다 낮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제재 때문에 인도 같은 나라에 석유를 판매하면서 가격을 할인해 주고 있다. 이 모든 요인이 합쳐져 러시아산 석유는 상당한 비용 우위를 지니며,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면 이러한 이점을 잃게 된다. 그러면 수입 석유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 압력으로 인도의 물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특히 빈곤 가구에 큰 타격을 준다. 세계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에 빈곤층을 희생시켜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할 법적·도덕적 권리가 없다. 미국은 인도의 빈곤층이 고통을 겪든 말든 개의치 않을 수 있지만, 인도 정부에는 국민이 그러한 고통을 겪지 않도록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미국도 무관심할 수 없는 것은 미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 경제 전체에 미칠 파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봉쇄되고 서아시아산 석유의 대체 수송로에서 핵심 지점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후티가 장악하면서 세계 경제는 심각한 석유 부족에 직면했다. 여기에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의 펌프 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파손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동서 송유관을 폐쇄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 모든 이유로 세계 석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9월 10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줄곧 그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인도와 중국 같은 나라들에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도록 강요하면 세계 원유 가격은 더 상승할 것이다.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서 빠지면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제재 대상국들이 필요로 하는 물량을 비러시아산 원유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 공급되는 상황에서도 이미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러시아산 원유까지 사라지면 가격 상승세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는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때처럼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기침체에 빠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물론 러시아 제재로 발생하는 세계 석유 공급의 절대적인 부족분을 미국이 증산을 통해 일부 또는 전부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이 그렇게 해도 세계 유가 상승을 막을 수는 없다. 제재로 러시아가 공급하지 못하게 된 물량 전부를 미국이 대신 공급하더라도 미국산 석유의 생산비가 더 높기 때문에 국제시장의 석유 가격은 여전히 상승한다. 유가가 오르면 세계적으로 비석유 상품에 대한 수요는 감소한다.

물론 정부가 재정적자를 확대해 지출을 늘리고, 이를 통해 민간 부문의 비석유 상품 수요 감소를 보충한다면 경기침체가 발생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든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정부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때 흔히 내놓는 표준적인 처방은 정반대다. 즉 정부 정책에서 ‘긴축’을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재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때 일어났던 일과 정확히 같은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까지 타격을 입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기침체를 감수할 리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미국 선거가 다가오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왜 하필 지금 린지 O. 그레이엄 법안을 제정했는가?

이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답은 이 법이 트럼프에게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압도적인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트럼프에게 사실상 전권을 부여해,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요구를 따르도록 강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대상은 러시아산 석유 구매에만 국한되지 않고 온갖 다른 사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는 나라들에 “우리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너희 상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도의 경우, 미국 법원이 이 문제에 관한 트럼프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 인도와 미국은 ‘불평등한’ 무역협정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였으며, 아직 새로운 협정의 재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은 린지 O. 그레이엄 법안을 이용해 인도가 과거의 ‘불평등한’ 협정을 새로운 형태로 다시 체결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미국이 이와 비슷하거나 다른 문제에서 압박하려는 다른 나라에도 같은 수법을 사용할 것이다. 다시 말해 린지 O. 그레이엄 법안은 트럼프가 각국을 강압해 미국의 명령을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는 수단이다.

따라서 인도 정부는 이러한 위압에 굴하지 않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과 관련된 사안에서 민족민주동맹(NDA) 정부가 흔히 보여온 소심한 태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굴복하지 않으면 미국 시장에서 인도 상품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국가의 이익을 희생해서도 안 된다. 미국의 위협이 허세인지 끝까지 시험해야 한다.

[출처] Donald Trump and His Tariffs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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