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졸업한 지 1년 된 샨 호(Shan Ho)는 자신이 원하던 직장에 취업했다. 하지만 그는 부모에게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저 어렴풋이 “사무직”이라고만 말할 뿐이다. 부모는 그의 보잘것없는 월급은 알고 있지만, 더 큰 진실은 모른다. 샨이 노동조합 활동가라는 사실이다. 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밤잠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여러 제약과 도전 속에서, 홍콩의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위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은 이제 의문에 부딪히고 있다. 홍콩, 2025년 5월. 출처 : 셜리 라우
오늘날 홍콩에서 노동조합에서 일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홍콩에서 가장 두드러진 노동조합 활동가 일부는 징역형을 선고받거나, 베이징이 2019~2020년 반정부 시위 이후 도입한 국가보안법(NSL)에 따라 해외로 망명을 떠나야 했다. 거의 250개의 노조가 해산되었고, 남아 있는 다수의 노조도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젊은 노조 활동가가 부모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꾸민 이 하얀 거짓말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특히 홍콩 정부가 지역 노동조합에 대한 압박을 더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의 노동 당국은 올해 2월, ‘노동조합 조례’ 개정을 제안했다. 국가안보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었다. △노동조합이 어떤 “외부 세력”으로부터 자금을 받을 경우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국가안보 관련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노동조합에서 영구적으로 활동할 수 없도록 하고, △당국이 노조 사무실에 출입해 문서를 압수하거나, △노조 등록 및 통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며, △이러한 결정에 대해 항소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개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표현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는 입법회에서 야당이 사라지고, 주요 친민주 언론 매체들이 대부분 폐쇄된 홍콩의 현재 상황을 반영한다. 최근 소규모 의회 회의에서 친베이징 성향의 노조 활동가이자 입법회 의원인 람 춘싱(Lam Chun-sing)은 2019년 시위 당시 많은 노동조합이 “정부를 공격하는 정치적 파업”을 벌였다고 말하며, 이번 개정이 “노동자를 더 잘 섬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입장을 보인 스탠리 응(Stanley Ng) 의원(홍콩 최대 친중국 노조인 FTU 회장)은 FTU(Federation of Trade Unions, 노동조합연맹)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이 “노조라는 이름 아래 전복 활동을 벌이는 단체”를 막고, 노동조합이 진정으로 노조 관련 업무에 집중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해산된 홍콩노동조합총연맹(HKCTU)의 전 의장이자 노조 활동 경력이 풍부한 조 웡(Joe Wong)은 이번 개정안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가입을 꺼리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노동조합 활동은 이미 오늘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됐다. 이번 개정안은 노동자들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 수 있다. 정부 관계자가 노조 사무실을 드나들며 문서를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규칙이 생긴다면, 노동자들은 노조와 엮이는 것 자체를 꺼릴지도 모른다.”
반면 호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홍콩의 독립적인 노동조합들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의 시각에서 보자면, 전통적으로 노동조합 부문은 대부분 블루칼라 노동자 중심으로 운영됐으며, 최근 몇 년간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규제가 큰 변화를 만들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앞으로 누군가가 새로운 노조를 만들고 싶어 할지는 잘 모르겠다.”
더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
정부가 이번 개정을 추진하는 논리 중 하나는 2019년과 2020년에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이 “노동조합을 가장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노동조합 등록 신청 건수는 4,386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그 전 5년 동안 연평균 15건에 불과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물론 모든 신청이 승인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실제 등록된 노동조합 수는 2019년 917개에서 2020년 1,410개로 1년 사이에 눈에 띄게 증가했다. 친베이징 성향의 FTU 의장이자 입법회 의원인 킹슬리 웡(Kingsley Wong)은 이들 신규 단체 중 다수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민주주의 지지 시민들에게는, 그 시기 갑작스럽게 늘어난 노동조합들이 잠시나마 희열의 순간을 안겨주었고, 홍콩처럼 극단적으로 자본주의화된 도시에서 독립적인 노동운동의 새로운 장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2019년 말부터 2020년 중반까지 이어진 노동조합 결성의 물결은, 논란이 된 범죄인 인도 법안을 계기로 시작된 시위가 수개월간 아시아 금융 중심지를 뒤흔들고 점점 더 격렬해지던 시기에 일어났다. 일부 홍콩 시민은 파업이 운동을 지속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느꼈고, 다른 이들은 노조 결성이 운동이 촉발한 잠재적 사회 변화를 이어갈 수단이라고 여겼다. 나아가 도시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제한적 선거인단에서 노동계 대표로 투표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시 노조 결성을 계획했던 한 사회복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투표권을 얻는 것이 우리가 노조를 만들려던 주된 동기였다. 그것은 불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실현되지 못했다. 2020년 중반 무렵, 코로나19 팬데믹과 베이징이 부과한 국가보안법(NSL)이 겹쳐지면서 시위 운동은 종식되었다. 이 법은 국가 분열, 전복, 외국 세력과의 결탁, 테러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며, 위반 시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은 홍콩을 혼란에서 질서로 되돌리는 데 효과를 발휘했으며, “국가 안보를 위해” 노조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 조례’ 개정안이 현재 ‘애국자 전용’ 소규모 의회에서 심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새로운 규정은 올해 중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급변한 환경
호와 웡 같은 독립 노조 활동가에게 이번 개정안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그들은 2019년 시위에 대한 당국의 탄압과 이어진 홍콩 정치 환경 변화로 인해 노조 부문에서의 급격한 변화를 몸소 겪어왔다.
오랜 기간 동안 홍콩의 노동조합 환경은 친베이징 성향의 FTU가 주도해 왔다. 1990년, 민주파 성향의 홍콩노동조합연맹(HKCTU)이 설립되면서 노동계는 두 갈래로 나뉘기 시작했고, HKCTU는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FTU는 여전히 주도적인 세력으로 남았고, 규모 면에서도 HKCTU보다 거의 세 배 컸다.
홍콩 최대의 민주파이자 독립 노동조합 연합체였던 HKCTU는 93개 노조, 약 14만 5천 명의 노동자를 대표했다. 지역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할 뿐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진 홍콩 민주화 운동의 핵심에 있었고, 중국 본토의 노동권도 함께 주장해왔다. 2019년 민주화 시위 당시에도 HKCTU는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2020년 중반 베이징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공표하고 시위를 진압한 직후, HKCTU 지도부와 다른 몇몇 노조 활동가들이 단속에 휘말렸다.
HKCTU의 공동 설립자이자 사무총장이었던 리척얀(Lee Cheuk-yan), 의장이었던 캐럴 응(Carol Ng), 부의장이었던 레오 탕(Leo Tang)은 시위 관련 혐의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거나 기소되었고, 위원장이었던 멍시우탓(Mung Siu-tat)은 “임박한 정치적 위험과 안전 우려”를 이유로 영국으로 도피했다. 그 사이 수십 개의 민주파 노동조합들이 하나둘 해산했다. 2021년 1월에는 신공무원노조가, 2021년 8월에는 도시 최대 독립노조였던 교원전문직노조(Professional Teachers’ Union)가 해산했다. 시민 자유의 위축에 대한 공포는 커졌고, 정치적 압박이 고조되던 2021년 10월, HKCTU가 해산하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심화다.
오늘날 베이징의 통제가 강화된 시대에, 친중파 지도자들은 홍콩에 안정이 회복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개념에 주목하는 외부 세력은 전혀 다르게 본다. 인권과 자유에 관한 여러 국제 지표에서 홍콩의 평가는 좋지 않다. 예를 들어, 국제노총(ITUC)이 발표한 2025년 판 세계 권리 지수에서 홍콩은 방글라데시,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와 같은 ‘5등급’으로 분류됐다. 이 지수는 특히 ‘외부 세력 개입’이라는 개념의 광범위한 사용을 비판하는데, ITUC는 이를 민주적 권리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이런 방식은 반대 의견을 노골적으로 겨냥하기 때문이다.
“가파른 투쟁”
영향력 있던 HKCTU의 해산은 홍콩의 노조 운동과 활동가, 권리 단체들에게 심각한 후퇴를 의미한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HKCTU에 소속되어 있던 수많은 산하 노조들이다. 산호가 조직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홍콩건물관리경비노동조합도 그중 하나다.
HKCTU가 무너진 이후, 이 작은 노조는 생존을 위해 힘겹게 버텨왔다. 회원 수의 급감과 자금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2020년부터 2024년 말까지 이 노조의 회원 수는 474명에서 74명으로 약 85% 감소했다. 현재 보유 자금도 고갈이 임박했으며, 앞으로 1~2년 정도만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호에 따르면, 과거 이 노조는 신규 회원 모집의 일환으로 HKCTU가 제공하던 교육 프로그램에 어느 정도 의존했고, 사무실 임대료가 비싼 도시인 홍콩에서 HKCTU의 사무실 공간을 이용해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었다. 이제 이런 혜택은 사라졌다. 게다가 지금의 정치적 분위기에서는 HKCTU와의 과거 연계가 오히려 자금과 회원 확보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신규 회원을 찾는 게 어렵다. 정치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제 이 노조의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은 절약이다. 현재 이 노조는 다른 노조인 청소업노동조합과 함께 오래된 공업용 건물에서 사무실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호는 직접 사회적 기업 펀딩을 찾아 자신의 노조 운영에 보탬이 되도록 뛰고 있다. 그는 말한다. “노조 운영은 끝없는 오르막길 싸움이다.”
“뱀에 물려 팔다리를 절단한 기분”
현재 청소업노동조합을 이끄는 웡(Wong)은, 2021년 HKCTU를 해산할지를 두고 핵심 활동가들과 함께 표결을 조직했을 당시 이미 이런 어려움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그만두자고 결정한 건 매우 고통스러웠다. 마치 뱀에 물려 팔다리를 절단하는 기분이었다. 독립 노조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알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우리는 HKCTU의 모든 구성원들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싶었다.”
HKCTU 붕괴 이후 웡 자신도 정신적 충격을 겪었다. 해산 6개월 뒤, 그는 동료 두 명과 함께 국가안전경찰에 의해 HKCTU 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셋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고, 소액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2023년 4월 말, 경찰은 또다시 그의 집을 새벽에 찾아왔다. 이번에는 노동절 행진을 조직하려 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짧은 기간 동안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채 구금됐다. 석방된 이후 언론은 그가 “극심한 압박으로 인한 정서적 붕괴”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웡은 그날에 있었던 일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요즘은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게 좋다. 그들은 새벽 6시에 초인종을 눌렀으니까. 내가 일찍 일어나는 훈련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는 국가안전경찰을 은유하며 말했지만, 곧 덧붙였다. “그래도 나는 다른 많은 사람들보다는 훨씬 운이 좋은 편이다.”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이후 지금까지 12명 이상 노조 활동가들이 체포되었다. 홍콩직업노동조합연맹의 전 지도부인 캐럴 응과 리척얀은 모두 1,500일 넘게 수감되어 있다.
응(Carol Ng)은 2025년 7월 형기를 마치고 석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척얀(Lee Cheuk-yan)은 홍콩에서 가장 많은 혐의로 기소된 민주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시위 관련 혐의 4건으로 20개월의 징역형을 이미 복역했고, 올해 11월로 예정된 국가보안법 재판을 앞두고 현재까지 미결구금 상태에 놓여 있다. 그에게 적용된 ‘국가전복 선동’ 혐의는 최고 10년형까지 가능하다. 그의 아내이자 노조 활동가인 엘리자베스 탕(Elizabeth Tang, 전 국제가사노동자연맹 사무총장)과 그녀의 자매 역시 국가안전경찰의 표적이 되었다. 엘리자베스 탕은 2023년 3월 체포됐다가 기소 없이 석방되었고, 그의 여동생인 마릴린 탕(Marilyn Tang)은 체포 직후 엘리자베스의 집에서 전자기기를 치운 혐의로 ‘사법 방해’에 해당하는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파업이라도 했을 텐데”
웡에 따르면, 홍콩의 정치 지형이 급격히 바뀌면서 민주파 노동조합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협상력을 대부분 상실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정부가 노조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지만, 독립 노조들은 자금난부터 노동자의 신뢰 부족까지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동시에 많은 노동자들은 지금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고, 노조와 거리를 두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HKCTU가 해산되고 노동자들 사이에 냉담한 분위기가 퍼진 상황에서, 많은 독립 노조들은 노동자들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시점에 제때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한 공공주택 단지에서 경비노동자들의 임금이 거의 5분의 1이나 삭감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단지의 경비 용역이 새 업체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새 계약의 총액은 이전 계약보다 400만 홍콩달러나 더 많았지만, 이 추가 예산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호의 노조는 이 사건을 소문으로 처음 접했지만, 실제로 경비노동자들과 연락이 닿았을 땐 이미 그들이 임금 삭감에 동의하는 계약서에 서명한 뒤였다.
회의 도중 노동자들은 불만이 가득한 듯 보였고, 한 사람은 호에게 이렇게 말했다. “좀 더 일찍 와줬다면 우리가 파업을 조직할 수도 있었을 거야.”
호는, 만약 홍콩에 활력 있는 노조 환경이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녀는 자신들의 팀이 더 일찍 제보를 받고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일부 노동자들은 노조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집단행동에 나선다. 2021년에는 음식 배달 플랫폼 ‘푸드판다(Foodpanda)’의 배달원 수백 명이 임금 삭감과 노동조건 악화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다. 21세기적 방식답게, 이들은 소셜미디어 채팅방을 통해 행동을 조율했다. 한 차례 거리 시위에서 경찰은 파업 중인 배달원들—이들 중 상당수는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 출신이었다—에게 해산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물리력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푸드판다 측과 일정한 합의에 이르렀지만, 핵심적인 쟁점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이후에도 푸드판다 배달원들과 다른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은 여러 차례 파업을 이어갔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조직하려 했지만, 외부의 압박을 받고 결국 물러섰다. 당시 상황에 연루됐던 은퇴한 청소노동자는 익명을 요청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용주와 면담을 하려고 했을 때, 다른 노동자들과 감독관이 모두 한 발 물러섰어요. 누군가의 압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즈음 저한테도 어떤 낯선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서, 이 일에서 손을 떼는 게 좋겠다고 말했어요.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는 끝내 알 수 없었어요.”
그는 자신이 과거 하청업체의 청소감독이었다는 사실 외에 더 이상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그는 단지, 결국 그 청소노동자들이 문제 제기를 접기로 했고, 노조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 달리 방법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 노동자들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나?”
홍콩의 소헌법인 ‘기본법’ 제27조에 따르면, 홍콩 주민은 결사의 자유, 집회의 자유, 행진과 시위의 자유, 노조 결성과 가입의 자유, 그리고 파업할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베이징이 국가보안법(NSL)을 도입한 이후, 노조와 노동자들은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데 극도로 신중해졌으며, 경우에 따라 아예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매년 5월 1일 열리던 홍콩의 노동절 집회는 전통적으로 수천 명의 노조원과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서던 행사였지만, 2019년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노동권을 알리기 위해 노조 단체들이 임시로 설치한 거리 부스조차 경찰의 주목과 감시를 받는 경우가 잦아졌다.
최근 몇 년간 홍콩의 노동조합 총수는 해마다 감소해 2021년 1,527개에서 2024년에는 1,412개로 줄었다. 2021년 이후 249개의 조합이 해산된 가운데 일부 새로운 조합도 설립되었지만, 신규 조합 설립 수 역시 2020년 495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급감해 2021년에는 180개, 2022년에는 40개, 2023년에는 25개, 2024년에는 6개에 불과했다.
여러 제약과 도전 속에서, 이제 홍콩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음식 배달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홍콩에는 단체교섭권이 없기 때문에 요즘 노조의 힘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독립노조의 경우 더욱 그렇다. 배달노동자들이 스스로 파업을 조직하더라도 큰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 협상력이 거의 없다.”
은퇴한 청소노동자는 체념한 듯 담담하게 말한다. “지켜보며 기다린다. 우리는 그냥 이 정권보다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노조는 항상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특히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모르는 저소득층 노동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노동단체 ‘산재피해자권익협회’의 대표 시우 파이(Fay Siu)도 이에 동의한다.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임금, 노동시간, 작업조건이 부당하더라도 감히 항의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고소작업 중에도 안전벨트를 안 차려고 한다. 뭔가 의협심 같은 게 있다.” 시우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정말 안타까운 죽음과 비극을 많이 봐왔댜. 이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아무도 돕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그게 바로 우리가 계속 싸우는 이유이다.”
시우에 따르면, 홍콩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그의 단체와 이들이 대표하는 노동자들이 뜻밖에도 언론의 조명을 더 많이 받게 되었다고 한다. 국가보안법 아래 반대 의견이 억눌리자, 그 공백을 산업재해 보도가 채우게 된 것이다. 특히 사망사고와 관련된 보도가 증가했다.
“보도량이 많아졌고, 기금 마련도 전보다 쉬워졌다. 물론 모두 다 안타까운 이유 때문이지만.” 그는 덧붙였다.
또한 시우가 지적한 다른 뜻밖의 변화는, 반대파가 사라진 이후 정책결정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논의가 깊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결국 뭔가 ‘결정하기 위해서 결정했다’는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는 몇 년간 꾸준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개선할 여지가 많다.”
장기적으로 시우는 홍콩에서 저소득 노동자의 권리가 개선될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다. “이런 일을 이끄는 힘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이제 마치 고립된 것처럼 느낀다. 예전에는 주변에 함께하던 사람들과 단체들이 더 많았다. 그들은 때때로 당신의 부족한 점을 짚어주곤 했고, 덕분에 더 나아질 수 있었다. 그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새로운 연대
조 웡에게 해답은, 홀로 싸우지 않는 데 있다. 그의 노조는 때때로 NGO와 협력하여 청소노동자를 위한 프로젝트나 서비스를 운영한다. “지금은 모든 게 더 조각조각 흩어져 있다. 이제 노조만이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는 유일한 통로는 아니다. 일부 시민단체, 개인활동가들, 종교단체들도 노동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들이 꽤 효과적일 수 있다.”
그의 협력단체 중 하나는 지역 기반 돌봄·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NGO ‘락데이컬처(Lok Day Culture)’다. 이 단체는 웡의 노조와 함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거리청소노동 체험투어, 피로한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 마사지 제공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창립자 쿵 와이록(Kung Wai-lok)에 따르면,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노조보다 지역 기반 단체에 더 마음을 여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 부담이 없다는 인식이 그 이유 중 하나다. 몇 년 전 락데이의 커뮤니티 센터가 카오룽의 한 서민 지역에 문을 열었을 때, 쿵은 그 공간에 성경부터 마오쩌둥이 새겨진 팔찌까지, 다양한 믿음과 사상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일부러 전시했다. 이는 일종의 유머이기도 했지만, 정치적 낙인을 피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어떤 일을 신청하려고 노동자에게 여권 사진을 요구하면, 그들은 매우 경계할 수 있다. 아주 사소한 일도 그들을 조심스럽게 만들고 물러서게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여기서는 우리는 비공식적이고 유연하며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더 많은 노동자들과 접촉할 수 있다. 지금은 거리로 나서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된다.”
그러나 락데이(Lok Day)와 같은 NGO들은 노동조합에 비해 한계가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 분쟁을 포함한 법적 절차에서 노동자를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NGO에는 이러한 권한이 없다. 게다가, 조합원이라는 회원 구조를 통해 노동조합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만, NGO는 그러한 속성을 지니지 않는다.
이제 50대에 접어든 조 웡에게 희망은 주로 젊은 세대의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노동권 옹호자들에게서 온다. “젊은이들이 이 현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 정말 힘이 된다. 이들은 새로운 에너지와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있다. 이들 덕분에 저는 여전히 독립노조에 희망을 본다. 힘들긴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출처] “It’s an uphill struggle to run a trade union in Hong Kong” – but still, they organis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셜리 라우는 홍콩 언론인이다.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