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의 소셜 미디어에 대한 입장은 집권 세력인 좌파에 위협이 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출처: 소셜미디어 X
10월 초, 브라질은 정부와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의 억만장자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사이의 오랜 대립 끝에 X에 대한 금지령을 해제했다. 극우 세력의 파시스트적 위협에 직면한 브라질 사법부는 X에 브라질 사회를 위협한다고 간주되는 콘텐츠를 삭제하고 계정을 정지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는 일부 보호받는 발언에까지 해당되었다. 머스크는 패배가 불가피하고 자신의 회사 이익에 위험이 된다는 점이 명확해질 때까지 저항했다.
많은 좌파 인사들에게 이 사건은 디지털 주권을 위한 전투의 일환으로 여겨졌다. 브라질은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이 이끄는 고귀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 묘사되었으며, 머스크라는 미국 억만장자 제국주의자가 추진하는 우파 신식민주의적 의제를 거부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르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발언을 검열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정의 옹호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이들은 “좌파적” 룰라 정부가 머스크의 극우 의제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빅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언론 검열은 사회 정의 운동에 위협이 된다. 이는 국가를 가짜 뉴스와 허위 또는 오정보를 판별할 유일한 권위자로 위치시켜, 국가와 그 제도를 강하게 비판하는 좌파를 탄압하는 데 그 권한이 사용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점은 룰라의 브라질에서도 나렌드라 모디의 인도나 레제프 에르도안의 튀르키예와 다르지 않다.
근접한 기원
X와 브라질 정부의 충돌은 2019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디지털 민병대와 가짜 뉴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여기에는 법원을 모욕하는 행위에 대한 형사 조사도 포함되었으며, 거짓 정보의 유포 및 자금 지원, 허위 비난(denunciação caluniosa), 위협, 그리고 법원과 그 구성원 및 가족의 명예와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불법 행위가 포함되었다.
다음 해, 인터넷상의 자유, 책임 및 투명성에 관한 브라질 법(Brazilian Law on Freedom, Responsibility and Transparency on the Internet)이라는 이름의 법안 초안이 온라인 발언을 제한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제안했다. 이 법안은 반대자들에 의해 “가짜 뉴스 법안”으로 불렸으며, 플랫폼이 가짜 뉴스로 간주되는 정보의 확산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소셜 미디어 및 인스턴트 메시징 사용자들이 실명을 사용해 게시하도록 요구했다. 이 법안에 대한 반대는 주로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으로부터 나왔지만, 일부는 좌파에서도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2022년에는 알렉산드르 지 모라이스(Alexandre de Moraes)가 선거 절차를 감독하는 책임을 지닌 브라질 최고선거법원(Superior Electoral Tribunal)의 의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미 보수 성향의 대법원 판사였던 모라이스는 권력을 공고히 하며 자신의 검열 캠페인을 확대해 나갔다. 그는 종종 온라인 정치 발언과 관련된 사안에서 판사, 배심원, 그리고 집행자의 역할을 단독으로 수행하며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가짜 뉴스 법안은 2023년에 철회되었지만, 모라이스의 법원은 검열 의제를 이어받아 오정보 및 허위 정보로 인해 발생한다고 여겨지는 불법 선동, 폭력,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콘텐츠와 소셜 미디어 계정을 삭제하도록 명령하기 시작했다.
모라이스의 검열은 2022년 보우소나루의 선거 패배 결과를 부정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콘텐츠와 룰라에 대한 쿠데타를 선동하려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시도를 겨냥했다. 이러한 조치는 보우소나루가 8년 동안 공직 출마 금지 처분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검열 대상에는 헌법적으로 보호받는 발언도 포함되었는데, 예를 들어 보우소나루 지지자인 인기 가스펠 가수 다비 사서(Davi Sacer)는 뉴욕 방문 중 자신에 대한 항의 시위 게시물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X에서 계정 정지 처분을 받았다.
검열은 극우 세력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2022년, 모라이스는 트로츠키주의 정당인 노동자 원인당(PCO, Workers Cause Party)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이 정당은 대법원의 권위주의적 권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 PCO는 트위터에서 모라이스를 “법복을 입은 스킨헤드”라고 부르며, “권리의 억압은 결국 노동자들에게 돌아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대법원을 해체하고 국민에 의한 직접 선거와 취소 가능한 권한을 요구했다.
이와 다른 많은 사례들(대부분 비공개 처리됨)에서 비판자들은 검열 대상자들이 적법한 절차를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하며, 정부가 진실을 판단하고 거짓으로 간주되는 것을 검열할 권한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합법적인 정치 발언을 검열할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억압적인 기록을 가진 모라이스가 이를 실행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지 모라이스. 출처: 소셜미디어 X
정부 검열의 위협
모라이스는 2017년 대법원에 임명되기 전, 우파 정치인 제랄두 알크민(Geraldo Alckmin) 주지사 아래서 상파울루의 공공안전부 장관으로 2년 동안 재임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더 나은 교육을 요구하며 시위하던 대학생들을 강제 퇴거시키라는 경찰 명령에 서명해 “알크민의 핏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모라이스와 알크민은 뉴욕 경찰청(NYPD)이 사용했던 첨단 대량 감시 시스템인 도메인 어웨어니스 시스템(Domain Awareness System)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통해 상파울루에 도입하며, 범죄를 강력히 단속하는 데 앞장섰다. 현재 알크민은 룰라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 중이다.
룰라 역시 국가 억압의 잔혹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04년 그는 CIA의 지원을 받은 아이티 대통령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Jean-Bertrand Aristide) 축출 쿠데타를 "안정화"한다는 명목으로 2,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했다. 브라질군이 이 임무를 주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가혹한 전술을 개발해 브라질로 돌아와 빈민가(파벨라)를 단속하는 데 사용했다. 룰라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은 브라질 병력과 경찰을 훈련시키기 위해 약 900만 달러를 지원했다.
글로벌 환경의 맥락에서 보면, 브라질의 권위주의적 검열은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을 제기한다. 브라질이 기록적인 가뭄과 산불로 타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룰라는 아마존 강 어귀에서 석유 생산을 증대하고 브라질을 이르면 이번 10년 말까지 세계 9위에서 4위 석유 수출국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그는 또한 아마존 열대우림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와 철도를 건설하려고 강력히 추진 중인데, 이미 아마존은 건조 사바나로 전환될 위험에 처해 있다. 환경 운동가들은 이 프로젝트가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5배로 증가시킬 수 있으며, 이는 아마존의 파괴를 가속화하고 지구 온난화를 심화시키며 원주민 브라질인들을 대거 이주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는 자신의 자유를 얻은 후 첫 공개 연설에서 겉보기에 정당화되는 검열이 어떻게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지를 경고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무슬림과 같은 소외된 집단을 골라내고, ‘이 억압적 법안은 그들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다’라고 말하면, 관료들이나 보안 국가의 요소들이 그 조치를 악용하여 더 광범위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한 사람에 대한 불의는 곧 대부분에게 퍼지게 된다.”
룰라 정부와 아마존을 파괴하려는 국가 자본주의적 기관들에 맞선 강력한 항의가 폭력과 탄압으로 맞서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사회적 불안이 확대된다면, 모라이스, 알크민, 룰라와 그들의 민간 부문 동맹들은 사회 및 환경 정의 운동가들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검열 대상을 좌파로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빅 소셜 미디어'에 맞서기
머스크는 브라질 극우 세력을 지원하려는 의제를 가진 미국 제국주의자라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디지털 주권을 이용해 권위주의적 검열을 정당화하는 행위는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
좌파를 포함한 모든 정치 성향의 그룹은 때때로 오정보나 허위 정보를 게시하기도 한다. (직접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피드를 검증해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명예 훼손이나 타인에게 즉각적인 위해를 가하는 발언과 같은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불행히도, 많은 사회주의자, 진보주의자, 자유주의자들이 정부가 신뢰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례들에서 온라인 발언을 통제하려는 국가 권력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국가를 단순히 자신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지도자만 있으면 되는 중립적이거나 온화한 기관으로 간주한다. 놀랍지 않게도, 그들 중 다수는 플랫폼과 클라우드 컴퓨팅, 반도체와 같은 핵심 인프라의 국유화를 빅테크(Big Tech)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들에게 디지털 주권의 ‘주권자’는 국민이 아니라 정부를 의미한다. 이는 심각한 오류를 범한 입장이다.
세계가 점점 더 양극화되고 새로운 세계대전의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오늘날의 세계는 20세기 초를 연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행성이 급격히 파괴되며 초래된 불안정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있다. 환경 비상사태는 권위주의적 소위 사회주의자들과 우익 파시스트들 사이의 경쟁을 위한 비옥한 토대를 제공하며, 이들은 각기 국가를 장악하고 비상 권력을 통해 위기를 해결하려 한다.
룰라 정부, 더구나 브라질 사법부가 디지털 주권을 옹호한다는 주장은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주장만큼이나 신뢰할 수 없다. 브라질은 자국의 지배 계급에 이익이 되는 한, 미국이나 중국의 빅테크(Big Tech)를 기꺼이 수용한다. 룰라가 제안한 기술 관련 법안은 본질적으로 유럽에서 수입된 것으로, 이는 기껏해야 실리콘밸리의 미국식 독점을 모방한 유럽 기업이나 국가 권력에 작은 몫을 떼어주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의 정부는 외국 기술 대기업에 대한 원칙적인 반대나 생태사회주의적 대안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 좌파는 비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기술 제국이 주도하는 빅 소셜 미디어(Big Social Media)의 권력에 대항하려면, 활동가들은 정부에 압력을 가해 소셜 네트워크를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기반으로 분산화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다른 사회 정의 운동과 연결된 디지털 생태계의 급진적 민주화를 목표로 하는 '디지털 기술 협약(Digital Tech Deal)' 같은 시스템 변화를 위한 더 광범위한 의제와 연결될 때만 유지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자유로운 사회의 필수 요소이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보 네트워크를 구동하는 기술의 소유권과 통제권을 장악할 때에만 번영할 수 있다.
[출처] The Truth Behind Musk v. Brazil - Truthdi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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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퀫(Michael Kwet)은 예일대 로스쿨 객원 연구원이며 요하네스버그 대학교 박사후 연구원이다. 그는 인종과 감시의 캠브리지 핸드북(2023)의 편집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