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산모 사망률, 즉 의료 제공과 사회적 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 중 하나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산모 사망자 수이다. 이것이 지난 게시물(#1, 내가 새로 시작한 사회적 재생산에 관한 시리즈의 첫 번째 주제)의 주제였다.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미국의 산모 사망률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스스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라고 자부하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의료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하지만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이는 WHO와 여러 전문가 그룹들이 인정한 바와 같이, 미국의 산모 사망률 기록이 참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로 산모들이 사망하고 있다.
출처 : Scientific American
다른 모든 선진국들의 추세와는 반대로, 미국에서는 산모 사망률이 두 배로 증가했다는 데이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원주민 여성과 흑인 여성의 경우 그 수치는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흑인 여성의 산모 사망률은 스위스 여성의 사망률보다 40배에서 50배 더 높다.
출처 : Commonwealth Fund
이 문제가 국가적 반성과 정책 우선순위의 최상위에 놓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대신 임신중지와 기본적인 생식권 방어가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은 왜곡된 혼란 상태를 보여준다.
산모 사망률은 미국에 관한 명백한 문제 중 하나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직접 마주하기보다는 충격을 받은 채 곁눈질로 스쳐 지나간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암묵적 수용의 일부는 미국의 산모 사망률에 관한 나쁜 소식이 미국 생활의 다른 많은 끔찍한 현실과 명백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전체 기대수명이 짧고, 유아 사망률도 더 높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산모 사망률이 나쁘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출처 : Commonwealth Fund
이 문제는 명백히 만연한 다차원적 불평등, 빈곤, 불충분한 의료 접근성, 그리고 직장에서의 불충분한 산모 권리와 관련되어 있다.
출처 : Commonwealth Fund
여성들, 특히 이러한 요인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임산부들은 명백히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
출처 : Commonwealth Fund
막대한 의료 지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관련 의료 인력의 가용성이 가장 낮다.
출처 : Commonwealth Fund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추세는 '절망사(deaths of despair)'와 비만율 증가 같은 다른 악화된 사회적 문제들과 맞물려 있다.
반면, 이는 고령화 사회와 위험을 동반한 의료 개입을 선호하는 사회적 특성과도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 합병증 위험 증가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2000년대에 급증한 제왕절개 비율이며, 이 추세는 지난 10년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 산모 사망률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산모 사망의 3분의 2가 산후에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부유한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법적으로 보장된 산전·산후 휴가를 제공하지 않는 나라다.
특히 백인 여성들 사이에서는 산모 사망의 큰 비율이 출산 후에 발생하며, 이는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출처 : Scientific American
하지만 데이터가 그려내는 그림이 실제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걸까?
미국 의료 시스템 내부의 일부 사람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 학자팀이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증가하는 비율은 보고 시스템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 인위적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들은 추세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사망률 수치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의 연구 결론에 따르면, 실제 산모 사망률은 CDC가 발표한 22.3명보다 훨씬 낮은 10만 명당 10명에 가까운 수치일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Our World in Data와 NPR(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네트워크)은 위기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게 되었다.
출처 : Our World in Data
이러한 노력들은 기록을 바로잡으려는 신뢰할 만한 시도로 보이지만, 이러한 수정 역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CDC는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고 있으며, 다른 학자들은 수정론자들이 사용한 방법이 사망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데이터 보고 문제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는 시스템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병원 관리라는 통제된 과정에 임신 관련 추가 질문 하나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체크박스를 올바르게 표시하는 것조차 믿을 수 없다면, 그 외의 다른 항목들은 또 얼마나 잘못 보고되고 있는 걸까? 예를 들어, 어떤 서식에 임신한 70세 여성이 사망했다는 비현실적인 사실이 기록되었다면, 그것이 임신과 관련된 오류인지, 아니면 나이에 대한 오류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러한 비현실적인 질문을 차치하더라도, 세 가지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첫째, 수정된 데이터에서도 미국의 산모 사망률은 다른 부유한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더 나쁘다.
둘째, 미국에서 산모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다른 선진국들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 시스템이 개선을 추구해야 하며, 부유한 사회에서의 모든 산모 사망은 재앙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자체로도 심각한 시스템 결함의 증거가 된다. 높은 수준의 사망률이 정체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다.
셋째, 인종에 따라 나타나는 산모 사망률의 충격적인 격차에 대해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 사회의 오점일 뿐만 아니라, 운명을 함께하는 공동체라는 개념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만든다.
[출처 ] Chartbook 335 The shame of US maternal mortality - mounting crisis or chronic condition?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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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