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지지율 오르자 결집하는 푸에르토리코 우파

11월 5미국뿐 아니라 푸에르토리코에서도 선거가 진행된다푸에르토리코는 126년 동안 미국의 식민지로 남아 있다. 20세기 대부분 동안 푸에르토리코에 만연한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은 종종 경제적 고립을 빌미로 반미주의로 치부되곤 했다그러나 지난 1년간 독립을 지지하는 일부 좌파 정당들이 느슨하게 연합해 하나의 블록을 형성했으며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보이며 푸에르토리코 지배 엘리트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9월 24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에는 주지사 후보인 제니퍼 곤잘레스(Jenniffer González)를 포함한 미국의 주(지위 획득을 지지하는 친미 성향의 정당인 신진보당(PNP)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수백 개의 광고판이 세워졌다그날 늦게 해당 광고판 사진이 포함된 트윗이 올라왔으며이는 푸에르토리코의 래퍼이자 가수제작자인 배드 버니로 알려진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오카시오(Benito Antonio Martínez Ocasio)가 비용을 부담했다고 밝혔다며칠 후또 다른 유명 아티스트인 레네 페레스(René Pérez, 레지덴테로 알려짐)가 영상에 등장해 11월 선거에서 곤잘레스의 주요 경쟁자인 후안 달마우(Juan Dalmau)를 인터뷰하며 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달마우는 푸에르토리코 독립당(Puerto Rican Independence Party, PIP)에 소속된 인물로이번 선거에서 주지사 후보로 나선 진보적 선거 연합체 '동맹'의 후보이다동맹은 달마우가 속한 독립당을 비롯해 시민승리운동(MVC), 그리고 여러 정치 및 종교 단체들로 구성된 연합체다.

배드 버니가 후원했다는 광고판. "PNP에 투표하는 것은 루마(LUMA)에 투표하는 것과 같습니다." 출처: 현지 생중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최근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와 니디아 벨라스케스(Nydia Velázquez) 하원의원이 지지한 이 연합은오랜 기간 선거와 정치 담론재정 관리를 장악해 온 신진보당(PNP)과 인민민주당(PPD)을 물리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이 연합은 푸에르토리코의 식민지 지위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주 지위자치령 등 지위 문제를 두고 반복되는 국민투표로 낭비되는 수백만 달러 대신 구속력 있는 양자 협상 절차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동맹이 성장하게 된 동력은 식민지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이익을 챙기는 지역 인물들에 대한 집중에서 비롯되었다이는 PNP와 PPD 정부들이 대부분의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위기들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한때 급속한 자본주의 발전의 모델로 찬양받았던 이 섬은 현재 긴축 정책부채에 의한 경제적 예속심각한 부패라는 위험한 문제들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푸에르토리코 가구의 47%가 2,000달러의 빚조차 갚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다이는 섬 주민들이 끊임없는 정전으로 인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17년 9월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황폐화한 이후 정전은 일상화되었으며, 2021년 전력 생산과 배급이 민영화된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일부 배드 버니의 광고판은 에너지 위기와 PNP(신진보당사이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려 했다그 중 하나는 “PNP에 투표하는 것은 루마(LUMA)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는데루마 에너지는 당시 주지사이자 전 법무장관인 완다 바스케스가 이끄는 PNP 정부가 전력 배급 및 송전을 위한 계약을 부여한 현재의 민간 독점 기업이다바스케스와 루마가 이 계약을 따내기까지의 전 과정은 현재도 규정 위반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다.

섬의 재정을 관리하고 PNP와 PPD의 여러 정부가 쌓아온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2017년에 강제 설치된 재정통제위원회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이들 정부는 수십 년간 푸에르토리코를 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조세 피난처로 만들어왔으며경제 체제를 부의 이전과 착취를 위한 수단으로 발전시켰다이러한 모델은 지역 및 국제 자본에 혜택을 주면서도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야기했다푸에르토리코는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곳 중 하나로 꼽히며빈곤율도 미국보다 훨씬 높다주민들은 사회보장메디케어재건 자금영양 지원금과 같은 연방 정부의 지원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고 있다.

허리케인지진, COVID-19로 인해 지난 10년간 연방 지원금과 자원이 늘어났지만많은 가정에 생명줄이 되어야 할 이 자금들은 여전히 오용되거나 사라지고 있다푸에르토리코 주민의 43%가 빈곤선 이하에 있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참고로미국 본토의 빈곤율은 12%이다.

이런 현실은 동맹이 직면한 상황이다양대 정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한때 분열되어 있던 선거 반대 세력이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동맹의 주요 구성원인 PIP와 MVC가 개별 정당으로 출마했던 2020년 선거에서 이들은 합산 2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반면현재의 PNP 정부는 사상 최저치인 33%를 기록했으며, PPD는 32%를 기록했다이 모든 결과는 2019년 PNP 주지사를 물러나게 한 대중적 시위 직후에 나온 것이다.

2020년 선거에서 동맹 소속인 마누엘 나탈(Manuel Natal)은 오랫동안 노동자 단체들의 지지를 받아온 인물로산후안 시장 선거에서 현직 미겔 로메로(Miguel Romero)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규정 위반 문제가 발생했다이번 선거에서도 나탈은 로메로와 다시 맞붙게 되었으며로메로는 주지사였던 루이스 포르투뇨의 노동부 장관 출신으로현재 트럼프의 라틴계 지지자 역할을 하고 있다.

포르투뇨의 임기 동안, 2009년 수천 명의 공무원들이 해고되었고수백만 달러의 공적 자금을 손실시킨 여러 가지 세금 면제 법안이 통과되었다일부 비평가들은 이러한 법안들이 로메로에게 개인적으로 이익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로메로는 또한 전력 회사 기능의 민영화와 루마 에너지에게 계약을 부여하는 것을 지지한 상원의원이기도 하며이 민간 기업은 대규모 전력 공급 경험이 전혀 없었다.

위협에 대한 대응

PNP와 PPD의 인기 하락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동반되면서 불만에 찬 반대 세력의 성장세를 저지하기 위한 조직적인 대응이 있었다냉전 이후의 시대에서 성장한 푸에르토리코의 새로운 세대는 양대 정당에 대한 매력을 덜 느끼고 있으며이 세대의 삶의 배경에는 오히려 지난 20년간 섬을 휘감아온 사회경제적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일부는 미국으로 이주할 수 있었고이는 섬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야기했다하지만 남아 있는 이들에게는 미래가 암울하다. 9월 3일 발생한 정전은 푸에르토리코 리오피에드라스 캠퍼스의 수백 명 학생들의 등록 과정을 방해했으며이 상황은 현 실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3.7백만 달러를 들여 주 선거위원회가 도입한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들이 문제를 겪었다약 6만 건의 선거 관련 거래가 처리되지 않았다고 보고되었는데이 중 많은 수가 유권자 등록 요청이었다더 심각하게는사망자가 차기 선거의 공식 유권자 명부에 포함되는 사례가 발견되었다.

이 마지막 규정 위반 사례는 푸에르토리코 탐사 저널리즘 센터가 밝혀낸 사기 행각의 일환으로해당 기사에 따르면 이번 사기는 최소 2016년 선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당시에는 현재 도피 중인 리키 로셀로가 PNP 소속으로 주지사에 당선되었다가 2019년 여름 대규모 대중 시위로 임기를 중단하게 된 바 있다.

2016년 선거에서 로셀로와 함께 출마해 현재는 미국 의회의 비투표 대표인 제니퍼 곤잘레스(Jenniffer González)현 주지사인 페드로 피에르루이지(Pedro Pierluisi)를 제치고 이번 11월 선거에서 PNP 주지사 후보로 나선다스스로 공화당원임을 밝히고 벤자민 네타냐후의 팬이라고 밝힌 곤잘레스는 2020년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으며그녀의 현재 시장 후보인 미겔 로메로와 함께 수천 명의 공무원을 해고한 입법부 지도자였으며 불법 부채 증가와 관련된 스캔들에 연루되었다.

미국 내 공화당 지도자들을 따라 곤잘레스 캠프는 동맹에 대한 냉전 및 반공 선전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한 연설에서 그는 "여기 있는 공산주의자들이 권력을 차지하려 한다"라고 말했다예를 들어그는 동맹의 주지사 후보 후안 달마우가 푸에르토리코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하며그들에게 독립은 공산주의와 미국으로부터의 완전한 고립을 암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 전쟁은 다른 전선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의 보조 수단일 뿐이다푸에르토리코 선거에서 사망자가 투표할 가능성을 드러낸 주 선거위원회의 문제는 이 문제를 일으킨 바로 그 위원회에서 다루고 있다이 문제를 조사하는 대신주 선거위원회는 푸에르토리코 탐사 저널리즘 센터가 소스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했다.

적의 배후에 있는 적

2006년에 시작된 경제 위기와 2017년의 채무 불이행은 부동산 수익을 올리던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이들은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재정통제위원회가 도입되면서 균형 예산과 채권자 만족에 중점을 두게 되어 임대료와 이자수익 축적 속도가 느려졌다이런 상황에서 푸에르토리코 자본가 계급의 많은 대표들은 스스로를 "보니스타스 델 파티오"라 부르며푸에르토리코인으로서 공공 부채 상환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이는 사실상 공공 복지를 해체하는 데 이들이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간 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정치가 정의되길 원하는 이러한 크리올 자본가 집단은 수십 년간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의 혜택을 받아왔으며노동 시장의 불안정을 조장하고 국가 부채를 증가시켜왔다이들은 이제 슈퍼 PAC로 조직해 동맹을 약화시키는 PNP와 PPD의 인사들을 활발히 지지하고 있다이를 통해 PIP와 MVC가 공식적으로 함께 출마하지 못하게 하고현재 의회에 당선된 인사들이 공식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양대 정당과 다른 초보수 단체들의 "반공주의주장에 함께 목소리를 내면서이 민간 부문 연합은 그들의 이념 뒤에 숨겨진 진정한 동기를 드러냈다비용은 사회에 떠넘기고 자신들은 계속해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식민지적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미래를 향하여

동맹이 푸에르토리코에서 이전 정부들이 사회경제적 위기를 다뤄온 방식에 대한 불만을 잘 포착하며 중요한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2019년에 주지사를 퇴진시킨 주민들의 분노는 점점 더 양극화되는 사회에서 기존의 지위 논의를 넘어 정치적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이에 맞서, PNP, PPD, 크리올 자본가 계급초보수 세력은 쇠퇴하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이들은 이번 선거가 "좌파와 미국과의 관계를 지지하는 사람들 간의 싸움"이라고 주장하며 여전히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가 상당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주 선거위원회의 신뢰성이 크게 손상되었기 때문이다이러한 "신뢰성 결함"은 현상 유지 세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악화되었으며선거 이후 양측이 이를 활용하며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이 과정에서 거리 시위가 주요 무대가 될 것이며현상 유지는 극우와 동맹이 지지층을 계속 확장해가는 상황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출처The Puerto Rican Right Is Rallying Against a Rising Left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이안 J. 세다-이리사리(Ian J. Seda-Irizarry)는 뉴욕시립대 존 제이 칼리지(John Jay College)에서 경제학 부교수이자 대학원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다. 그의 연구는 푸에르토리코의 정치 경제와 마르크스주의 경제 이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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