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어젯밤(7월 4일)은 케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노동당 대표)의 승리가 아니었다.
토리당(영국의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의 붕괴를 목격했지만, 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아니었다. 노동당은 영국 정치 역사상 가장 큰 의회 과반수를 확보했지만, 전국 득표율은 초라한 수준이다.
노동당은 약 33.8%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제러미 코빈(Jeremy Corbyn, 2015년~2020년 노동당 대표)이 2019년에 얻은 32.9%보다 1%로 올리지 못했으며, 2017년 코빈이 얻은 40%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다시 말해, 1885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 덕분에 영국 유권자 중 케어 스타머의 노동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하지만, 그는 전체 의회 의석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게 된다.
출처 : 영국노동당 공식 홈페이지
노동당의 득표율 붕괴는 스타머가 대기업과 전쟁 찬성 성향의 영국 정부, 머독 언론(Murdoch Media)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열정도 없고, 위험도 없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한 계산된 결정의 직접적인 결과다. 그는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지만, 노동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좌파와 무슬림 유권자들은 등을 돌렸다. 노동당은 너무 오랫동안 무슬림 유권자의 지지를 당연하게 생각해왔고, 이번에 큰 댓가를 치뤘다.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 영국에서는 야당이 정부와 유사한 구조의 섀도우 내각을 구성하여, 각 부처의 그림자 장관들이 정부의 정책을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문화부 장관을 지낸 떠오르는 스타 탕감 데보네르(Tangam Debbonaire)는 브리스톨 웨스트(Bristol West)에서 녹색당의 공동 지도자 칼라 데너(Carla Denyer)에게 패배했다. 데너의 승리는 노동당의 가자 지구 정책에 대한 반발 덕분이었다.
또한, 그림자 내각 장관이자 스타머의 지지자인 조나단 애쉬워스(Jonathan Ashworth)는 레스터(Leicester)에서 방글라데시 이주민들을 불법 체류자라고 말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패배했다. 이 발언은 극우 표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애쉬워스는 친팔레스타인 후보인 쇼캇 아담(Shaukat Adam)에게 졌으며, 아담은 승리 연설에서 단결을 촉구하며 "이것은 가자를 위한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앞으로 그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자 지구를 위해’, 노동당을 꺾은 무슬림 의원들
가자지구를 지지하는 대표적 인물인 아담은 노동당 지지자였다. 선거 결과 발표 전날 MEE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팔레스타인 문제는 우리 공동체의 마음에 매우 가깝다. 하지만 그들이 크고 명확하며 분명한 목소리를 필요로 할 때, 그것이 부족했다"며 “학살이 이어지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승리 후 아담은 스타머의 노동당에 "이것은 가자 지구를 위한 것이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쇼캇 아담(Shockat Adam)은 노동당의 조나단 애쉬워스(Jonathan Ashworth)를 꺾고 당선되었으며, 스타머의 가자 지구 전쟁에 대한 입장에 반발한 수많은 영국 무슬림 유권자들을 대변했다. 출처 : MEE/임란 뮬라(Imran Mullah)
아담은 스타머가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 처벌 정책을 지지하고 휴전을 반대하는 것에 반발한 영국의 많은 무슬림 유권자들을 대변했다. 이제 이 무소속 의원들은 하원에서 한 팀을 이룰 것이다. 이 팀에는 듀스베리(Dewsbury)와 배틀리(Batley)에서 스타머의 노동당을 크게 이긴 엔지니어이자 IT 컨설턴트인 이크발 모하메드(Iqbal Mohamed)도 포함될 것이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후 모하메드는 "부패하고 이기적이며 전쟁을 찬성하고 인종차별적인 엘리트에 의해 정치가 장악되어 우리에게 불리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두 주요 정당은 팔레스타인의 대량 학살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국제법을 위반하여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는 무기를 계속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하메드는 스타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 지구 전쟁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에 반발해 탈당한 전 노동당 소속 의원이기도 하다.
여기서 무슬림들이 한 목소리로 투표했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칼리드 마흐무드(Khalid Mahmood)는 스타머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의석을 잃은 무슬림 의원이다. 반전 운동은 전통적인 노동당 유권자, 학생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노동당이 묘사하는 인종과 종교에 기반한 운동과는 다르다.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운 것은 블랙번(Blackburn)의 결과다. 이 북서부의 옛 공업 도시에서 노동당은 투표율보다는 득표율에 더 신경을 썼다고 한다. 전설적인 내각 장관 바버라 캐슬(Barbara Castle)과 외무장관을 지낸 잭 스트로(Jack Straw)를 포함해 69년 동안 노동당 의원들이 이곳을 대표해 왔다. 결국 이 지역 노동당 의원인 케이트 홀른(Kate Hollern)이 또 다른 전직 노동당 운동가인 아드난 후세인(Adnan Hussain)에게 패배했다.
MEE와의 인터뷰에서 후세인은 "가자 지구는 중요하며 이것이 내가 이 자리에 선 이유다. 하지만 빈곤도 큰 문제이며 의료 서비스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 마지막 발언은 노동당의 차기 보건부 장관인 웨스 스트리팅(Wes Streeting)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그는 일포드 노스(Ilford North)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살아남았다.
극우 확대를 막지 않은 스타머
스타머의 외교 정책에 반발한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이슬링턴 노스(Islington North)에서 모든 역경을 딛고 승리한 제러미 코빈(Jeremy Corbyn)이 뒤를 잇는다. 토리당이 자유낙하하는 상황에서 코빈은 사실상 야당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그는 하원의 아버지이자 최장수 하원의원이 될 것으로 보이며, 총리에게 질문할 때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지위를 갖게 된다.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 특권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그의 오랜 동맹인 다이앤 애보트(Diane Abbott)는 하원의 어머니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 노동당 정부에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결과는 스타머의 선거 전략이 의도적으로 보수당과 심지어 극우파를 방조한 것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스타머는 친팔레스타인 지지자인 파이자 샤힌(Faiza Shaheen)의 칭포드 및 우드포드 그린(Chingford and Woodford Green) 출마를 금지하는 보복성 결정을 내리고 그 자리를 전 토리당 대표 이안 던컨 스미스(Iain Duncan Smith)에게 넘겼다.
클랙턴(Clacton)에서 노동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스타머의 이례적이고 당황스러운 결정은 나이젤 패라지(Nigel Farage, 극우성향 정치인)의 순조로운 승리를 위한 길을 열어주었다. 이 전략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개혁당의 득표율 상승이 토리당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나이젤 패라지가 이끄는 극우파의 득표율이 올랐다는 것이다. 진보적이라고 알려진 정당의 지도자로서 스타머는 이를 막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더욱 벌어진 정치인과 국민 사이의 간극
어젯밤의 결과를 요약하면 토리당은 산산조각이 났고 유럽 극우 정당의 어두운 정치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전략에 대한 선거 논리는 매력적이다. 개혁당(Reform UK)과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이 노동당보다 더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덕적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는 매우 다르다.
지각변동으로 노동당은 이제 보수당이 차지했던 중도 우파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소규모 정당인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s), 녹색당(Green Party), 무소속의 놀라운 성공이 이어졌다. 스타머는 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대중적 지지는 일부만 확보했다. 웨스트민스터의 특권층 정치인과 영국 국민 사이의 간극이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출처] Peter Oborne – UK election 2024: Starmer won a majority but only secured a fraction of the popular vot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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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오본(Peter Oborne)은 2017년과 2022년 모두 최고의 논평/블로그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에는 Middle East Eye에 기고한 기사로 드럼 온라인 미디어 어워드에서 올해의 프리랜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