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2007년 여름빈민현장활동(빈활)'이 시작됐다. '숨은 빈곤찾기'라는 이름이 붙여진 올해 빈활은 빈곤해결을위한사회연대(준), 전국빈민연합,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등 빈곤관련 사회단체들이 주최했고, 오는 6일까지 진행된다. 빈활 기간 동안 학생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노숙인, 최저생계비, 의료급여, 주거권, 사회서비스 공공성 문제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빈곤 이슈들에 대한 교양과 빈곤당사자들과의 직접적인 연대의 기회를 갖게 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번 빈활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 빈곤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빈활 참가 학생들이 보내온 참가기를 연속으로 싣는다.[편집자주]
7월 2일, 빈민 현장 활동에 참여한 지 3일째이다. 첫날에는 오리엔테이션을 했고, 두 번째 날에는 꿀벌마을에 들어왔다. 꿀벌마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점거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오늘, 기자회견과 헌법소원, 최저생계비 설문조사, 지하철 선전전 등의 활동을 하면서 여러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7월 1일에는 의료급여개악 저지 기자회견에 결합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도 의료급여개악을 슬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빈활 대원들은 우비를 쓰고 의료급여 개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꿀벌마을에서 만든 피켓과 대자보를 들었고,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의료급여 1종 대상자들이 직접 나와서 발언을 하시고 불복종 운동을 선포 하셨다. 마지막 발언자의 말씀이 가슴속에서 울린다.
“노무현 대통령은 가난한 자들도 건강할 권리,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었는데, 지금 그의 행동은, 혹은 그의 정부는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7월 1일은 의료급여 개악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개악법이 시행된 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정규직들의 눈물을 닦아주기엔 또는 돈 없어서 건강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기엔 너무 합리와 효율에 익숙해진 것 같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갔다. 헌법재판소에서 간단한 기자회견을 다시 하고 대표자분들께서 헌법소원을 하러 갔다. 헌법소원을 하고 나서 1,500원짜리 우거지해장국을 먹었다. 우리의 생활과 잘 어울리는 식사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맛이 매우 훌륭했다. 다들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발산 역으로 2시까지 지하철 선전전을 하면서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대부분의 조원들은 지하철 스피치가 처음이었다. 필자도 대학에 입학한지 5개월 되어가는 새내기라 스피치가 처음이었다. 너무나도 떨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고민했다. 두 눈 딱 감고 말을 뱉었다. 의외로 시민들의 반응은 좋았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직접 찾아오셔서 묻기도 하시고 유인물을 받아 가시기도 하셨다. 의료제도나 빈곤의 문제가 삶과 바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최저생계비 설문조사를 했다. 우리 조는 발산 역 근처 주공아파트 9단지에 갔다. 먼저 15층에 올라갔다. 올라가니 할머님 한 분이 계셨다. 할머님과 1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님께서는 의료급여 2종, 아드님께서는 1종의 해택을 보고 계셨다. 아드님은 그날도 아파서 쉬고 계셨다. 고혈압에 당뇨 등 여러 합병증 때문에 고통 받고 계셨다. 할머니의 아드님은 중학교 딸을 생각해서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대리운전을 하러 나가신다고도 하셨다. 할머니는 큰 수술을 세 번 받으셨다. 의료급여 2종의 혜택으로 7백만 원이 넘는 수술을 158만 원에 하셨다. 하지만 이 돈도 너무 크기 때문에 부담된다고 하셨다. 더욱이 이 수술은 3번까지만 의료급여 혜택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4번 수술을 받아야할 할머니께서는 다음수술 때는 모든 수술비를 내야했다. 할머니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은 3번까지만 수술 받고 4번째는 죽으라는 말이냐며 분개하셨다. 할머니께 3인 가족 최소생계비에 대해 여쭈니 120만 원 쯤 이라고 대답하셨다.
장애인 부부의 집에 들어갔다. 이 분들은 1종의 혜택을 받고 계셨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병원도 마음을 먹지 않으면 못 가신다고 하셨다. 최소생계비를 여쭈니 돈백만원이라고 말씀하셨다. 최소한 120만 원, 돈백만원을 요구하시는 분들을 도덕적해이로 몰아간 보건복지부가 안타까웠다. 그리고 조사하다가 받아야 할 기초생활보장급여도 못 받으시는 분들을 만나게 됐다. 정확한 사실은 아직 확인 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홍보가 덜 된 것은 분명했다. 13.9평의 임대아파트에는 장애인 분이나 의료급여 1, 2종 수급자들이 살고 계셨다. 밖에서 볼 땐 멀쩡한 아파트 안에는 전혀 사회적으로 멀쩡하지 않은 분들이 거주하고 계셨다. 조원들, 더 넘어서 빈활대 전체 참가자는 충격을 받았고 분노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교양을 하면서 이게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의문이 풀리면 시원해야 하는데 점점 답답해지기만 하다.
사람들은 빈곤한 사람과 빈곤하지 않는 사람의 경계(境界)에 대해서 경계(警戒)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활 실천단은 단순히 빈곤한 사람들에게 시혜를 베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들도 나왔다. 빈곤의 문제를 우리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진정한 공동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우리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강서구 안의 수많은 사람들, 서울시 안의 수많은 사람들, 대한민국 안의 수많은 사람들을 배제하고 분리하는 것들에 맞서야 한다. 그때야 아름다운 강서구, 아름다운 서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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