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가시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직선을 오려내어 양끝을 서로 맞대면 직선의 가장 먼 두 부분이 원 한가운데서 만나게 된다. 돌려 말하면 직선 위의 양극단은 화해할 수 없는 대립관계지만, 그것이 서로 만나면 새로 형성되는 원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모순적인 듯하면서도 이토록 단순한 양극단의 관계가 세상의 실제 현실에서는 그다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데 문제의 핵심이 자리한다.
지난 10월 27일 프랑스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3주 이상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북아프리카 출신자들의 소요사태는 오늘날 지구촌이 대면하고 있는 양극화현상의 전형을 제시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고도성장을 지속한 프랑스는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 자국 식민지출신 아랍계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그들은 유럽 여타지역 출신자들과 달리 무슬림의 종교와 문화전통을 강력하게 고수하였다.
프랑스 정치권은 이들의 교육이나 사회보장 등에 태무심했으며, 지난 세기 90년대를 전후로 한 유럽의 전반적인 보수화 이후 인종과 고용차별이 강화된 것이 사태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이른바 9.11 테러였다.
미국의 뿌리 서유럽은 이 사건을 계기로 아랍계 2-3세들의 일자리를 차단하였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도시빈민으로 전락하여 최하층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프랑스 소요사태는 정치-경제-문화-인종-종교 등의 각 분야가 뒤얽힌 총체적인 양극화의 응축된 폭발이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에 주목하는 까닭은 이것이 강 건너 등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과 세계 여러 지역 출신자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프랑스 사회에 비한다면 우리나라는 하나의 잣대만이 통용되는 획일적인 단성사회다.
방어적인 민족주의와 공격적인 국가주의가 교묘하게 혼재되어 있으며, 지역주의와 반지역주의가 치열하게 활동공간을 확대하는 도정에 있다. 도시빈민을 필두로 하는 기층민중과 상층부 부르주아의 상호소통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어디 그뿐이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과수재배농가와 벼농사농가, 통일세력과 통일반대세력,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세대간의 대립과 갈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본보기는 끝이 없다. 어떻게 하면 이런 대립적인 양극화현상을 해소 내지는 완화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겠다. 그 하나는 수수방관이다. 모든 것은 시간과 더불어 자연치유가 가능하다는 낙천적인 믿음과 인간 이성에 대한 확신에 기대는 방식이다.
그 둘은 예전의 권위주의 시기처럼 국가가 강력하게 개입하여 사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간 모든 것은 아름답다는 복고주의자들의 얼빠진 희망사항의 현재화에 다름 아니다. 세 번째는 국가나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성숙한 시민사회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아마 이런 방식이 원만한 사태해결에 가장 근접한 해결책일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전제가 있을 터, 생각해보자.
국가 혹은 정부는 공정한 경기를 위한 공명정대한 규칙을 제정하고 위반자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적게는 4조 원, 많게는 10조 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취하고 세금은 16억 원을 낸 삼성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변칙상속을 눈감는 행위는 자살골과 다름없다. 부도덕한 세습경영의 폐해로부터 국가경제를 해방시켜야 한다.
엑스파일의 실체를 낱낱이 공개하고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하는 너무도 당연한 법집행을 실행해야 한다. 국민 참여정부가 나라의 주인인 민중을 더 이상 우롱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재벌, 언론 및 검찰의 먹이사슬 관계를 근절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시민사회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야기하는 폐해를 모른 척 눈감는다면, 대한민국이 제2의 프랑스가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법집행과 그것의 구체적인 결과물을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라. 시민사회는 날로 성숙하여 국가와 정치권의 강력한 파수꾼 노릇을 하라. 그리한다면 오늘날 양극화로 치닫는 분열양상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은 지구촌 일원으로 더욱 당당하게 도약할 것이다.
단순히 통하는 극과 극이 아니라, 서로에게 의지하고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양극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하여 양극이 힘차게 비상하는 창로(蒼鷺)의 두 날개 되어 높푸른 저 하늘로 솟구쳐 오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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