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밥 퍼 운 동
- '밥퍼'도 좋지만 '사회변혁운동'으로 푸는 게 더 바람직하다
언론에서는 연일 최일도 목사의 밥퍼운동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오는 27일로 300만 번째 그릇의 주인공을 맞이하게 된다나. 밥을 주면서 일일이 세었다는 얘기인가. 이 일을 주관하는 다일공동체는 내달 2일에 300만 그릇 돌파를 기념하는 '감사와 축하의 잔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성경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뭔가 석연치 않다.
연전에 최 목사가 김영삼 전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에게서 5억원을 기부 받았다가 문제가 되자 1백만원을 제외하고 돌려준 사실을 두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토론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때 최 목사 인근지역의 한 목사가 전화로 참여했다. 그는 자신의 가난하고 낡은 교회에서 오갈 곳 없는 사람들 열댓명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밤이면 넘치는 노숙인들로 비좁아터질 지경이라며 흥미로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잠자리 제공은 모르쇠로 편하게 펼치는 자선사업?
밤늦은 시간, 전농동 일대 몸이 아픈 노숙인들은 밥퍼운동을 주관하는 다일공동체의 다일천사병원에 종종 간단다. 거기서는 간단하게 조치하고 빨리 나가라고만 하는데 노숙인들은 막상 갈 곳이 없으니 가까운 자신의 교회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집주인이 재건축한다며 나갈 것을 요구해 교회가 어려움에 처한 형편인데, 그들이 오면 재워야 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식사까지 제공해야 하는데 예삿일이 아니란다. 그들에게 정작 급선무는 잠자리인데 그쪽에서는 참 편하게 자선한다며 씁쓸해하는 그 목사는 교계의 극심한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지적했다. 또 우리사회의 선행을 몇몇 스타급 목사 중심으로 언론에서 띄우고 정치인들이 이를 자신의 인기관리용으로 편승하는 점을 비판했다.
밥퍼운동과 같은 자선방식으로 이웃을 돕는 것은 당장 한끼가 급한 불우이웃들에게 생명과 같은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권장하고 칭찬해야 할 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운동에는 일반 후원회원들 외에도 한국전력, 외환은행, SK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시기에는 김현철의 불미스러운 정치성 기부행위도 드러난 바 있다. 물론 최 목사가 돌려주긴 했지만 언론의 눈길이 많은 곳에 기업이나 정치인, 연예인들의 발걸음이 잦은 현상은 시사하는 바 크다.
'자선'에 나오는 정치인과 기업가, '사회변혁'에는 보기 힘들어
예컨대 그 기업들과 정치인들은 언론보도로 대중들에게 많이 드러난 ‘자선’의 마당에는 나눔과 상생을 말하며 카메라와 함께 종종 등장하지만, 정작 밥퍼운동 당사자들의 문제이기도 한 빈부양극화 현상을 줄여나가기 위한 사회구조적인 변혁작업에 참여하는 경우는 눈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들다. 뿐만 아니다. 사창가에서 윤락여성들을 도우미로 시작했다고 홍보하는 밥퍼운동의 주체들은 오늘날 성거래 여성들이 성매매 특별법으로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일체 모르쇠로 일관한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온 기존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4월 20일을 투쟁으로써 장애인권을 쟁취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든다고 선포했다. 이는 지난해 6월 29일 성노동자들에게 오명과 낙인을 찍으며 시혜를 베푸는 양 선전에 급급했던 게 정책의 현 주소라며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하는 성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당당히 선포한 ‘성노동자의 날’과 맥락에서 정확히 일치한다. 만약 밥퍼운동의 대상자인 노숙인들도 조직화가 가능하다면 자선을 넘어 제도적인 뒷받침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할 것은 명확하다.
사회변혁 프로그램 없는 시혜와 동정에 넋 나가면 안돼
성경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며 칭찬을 받으려고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베푸는 일이 없도록 할 것과 가난한 사람에게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하는 것처럼 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성경은 이런 사람들을 가르켜 “그들은 자기들의 자선행위를 드러내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나팔을 분다.”고 폭로했다.(마태복음 6장 1절~ 4절) 또 달라이라마는 “오른손이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라”며 이타행을 가르쳤다.
결론적으로 '밥퍼'도 좋지만 '사회변혁운동'으로 푸는 게 더 바람직하다. 힘든 삶을 살아도 민중들은 당당한 권리가 있는 이땅의 주인들이다. 오늘 아무리 언론이 냄비로 들끓어도, 구체적인 사회변혁 프로그램에 동참하지 않는 일체의 시혜와 동정들에 우리들의 넋이 나가면 안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최 덕 효 (한국인권뉴스 논설주간)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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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한국양성평등연대(평등연대)가 제공합니다. 평등연대는 전근대적 가부장제와 부르주아적 급진여성주의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시민네트워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