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주아 페미니즘 전횡하는 한국사회 '여성총리' 의미

민노당은 ‘성’ 포퓰리즘에 기댈 정도로 부르주아 편향?

아마도, 지금처럼 ‘여성’에 방점을 찍는 한 지명자가 노 정권 후기 총리에 임명된다면 그는 한국사회의 빈부양극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는 결코 손도 대지 못할 것이다. 그는 단지 정부 각 부처에 화이트칼라 여성인력을 심는 일과 여성관련 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드는 일에 몰두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논평]부르주아 페미니즘만 전횡하는 한국사회의 여성총리 의미

노 대통령의 한명숙 총리 지명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보수적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까지 여성계가 온통 환영일색인 것과는 달리 정치권 및 사회 각계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어 청문회 통과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국민중심당은 한 총리 지명자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것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여성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대놓고 “지금 여자냐 남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의 총리 지명을 성(性)을 이용한 포퓰리즘으로 인식, 보수계 여성정치인으로는 의외로 쓴소리를 던졌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최초의 여성 총리 기용이라는 상징성으로 이해찬 총리 골프 파문을 잠재우고, 5.31 지방선거에서 ‘여성표’를 공략하는 선거전략으로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한 총리 지명자는 1999년 민주당에서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내는 등 김대중 전 대통령 측과 막역한 사이였던 관계로 노 정권의 대 호남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또한 그는 1970년대 민주화운동 세력으로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결성을 이뤄낸 주역으로 노 정권의 대 시민사회단체 전략에 유효한 고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 총리 지명자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면 총리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그가 "남성 중심적인 수직적 리더십보다는 자발성을 유도해 내고 수평적 여성 리더십을 발휘해 국정을 운영해보도록 하겠다"거나 "모성의 관점에서 따뜻하게.. 봉사하고 싶다." 고 포부를 밝힌 것은 ‘여성우월주의’적 사고에 젖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남성을 수직에, 여성을 수평으로 단순화 시킨 것은 그가 남녀 분리주의인 급진적 여성주의에 매몰된 사고라고 볼 수 있다.

한 총리 지명자는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당적 포기 문제에 대해서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당적 이탈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당적을 이탈하면 국민들이 신뢰할지 고민이 된다."라고 반대했다. 급진적 여성주의에 필요한 부분은 ‘모성의 관점’에서 모든 정당과 정파를 초월할 수도 있지만, 정작 권력의 근거지는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모순적인 논리다.

진보적이라는 민주노동당 측의 반응 역시 흥미롭다. 심상정 민노당 의원단 수석 부대표는 여성 총리 지명을 환영한다며 “인사청문회에서 한 지명자가 양극화 및 빈부격차 해소에 어떤 해법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서민의 눈으로 꼼꼼히 따져 묻겠다.”고 했다. 심 의원은 여성 총리이기에 특별한 해법이 있다고 보는 건지, 이 무서운 신자유주의 세계화 하에서 ‘여성(주의)’의 이름으로 대체 무얼 할 수 있다는 건지 갑갑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지난 2월 민주노총 4기 임원 보궐선거와 관련한 참세상 좌담회에서 권수정이 “현재 우리사회 페미니즘 운동은 부르주아 이론만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은 여자고, 비정규직이고, 못 배웠고, 가난하고, 못생기고, 성질 더러운 이런 대다수의 사람들의 권리와 삶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어야 한다. 섭섭할지 몰라도 여성운동에서 이런 이론은 없더라.”고 지적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민노당이 이미 노 정권의 ‘성’포퓰리즘에 기댈 정도로 부르주아 편향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

아마도, 지금처럼 ‘여성’에 방점을 찍는 한 지명자가 노 정권 후기 총리에 임명된다면 그는 한국사회의 빈부양극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는 결코 손도 대지 못할 것이다. 그는 단지 정부 각 부처에 화이트칼라 여성인력을 심는 일과 여성관련 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드는 일에 몰두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과거 여성단체의 수장이나 여성부장관으로서 하던 사고와 국정을 총괄해야 할 총리의 업무는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안 빈 (한국인권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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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민노당 ,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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