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감싸기가 끝을 보이지 않는다. 끝내 경찰청장으로 부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이 9일, 김석기 내정자의 용산 살인진압 지시에 대해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면죄부까지 선사해 이명박 대통령이 쉽기 김석기 내정자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9일, 8차 라디오 연설을 통해 또 다시 ‘원칙’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살다가 어렵고 복잡한 일을 만나면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며 “눈앞의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라는 말로, 그래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눈앞의 현상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책임자를 사퇴시키느냐 마느냐는 그렇게 시급한 일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 마련된다고 해도 이 대책을 이반할 사람의 가치관과 행태가 좋다고 말하는 대책마저 무로 돌아가는 원칙은 이명박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없어 보인다.
청와대에서는 검찰 발표까지 난 마당에 이후 여론의 추이를 살펴본 후 김석기 내정자의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용산 살인진압 사건 발생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 취해 왔던 태도이다. 또한 경제위기 책임론으로 사퇴압력이 강하게 제기되었던 강만수 전 장관에게도, 촛불 과잉진압으로 사퇴압력이 강했던 어청수 전 경찰청장에게도 적용되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원칙’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 사람은 끝까지 지킨다’는 의리의 원칙이다.
이와 같은 이명박 대통령의 원칙은 여론의 추이를 살핀다기 보다는 비판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은근슬쩍 넘어가는 전술로 읽힌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의 전술에 김석기 내정자 스스로가 판단해 자진사퇴하는 방식으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김석기 내정자를 안고 가기에는 여러 무리수가 놓여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석기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강행할 경우 2월 국회 전체가 파행으로 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인사청문회를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비리백화점’으로 이미 찍혀 있는 상황이다. 10일 있을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용산 살인진압의 책임 추궁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1월 19일 청와대 인사가 총제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여당인 한나라당 안에서의 김석기 내정자 사퇴 목소리도 청와대에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석기 내정자의 거취에 대해 “만약 법적 책임을 지우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 하게 되면, 후에라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