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살수차를 배치해 놓고 두 차례 해산 경고방송을 내보냈으나 전의경들이 도로 행진을 차단하고 있어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밤 11시를 지나며 집회 참가자들이 2백여 명으로 줄었을 즈음 명동 하나은행 앞쪽에서 20대 남성 한 명이 한때 연행돼 소동이 빚어졌다.
소식을 들은 집회 참가자들이 연행자가 태워진 경찰차로 일제히 몰려들어 항의했다. 경찰관 두 명이 뒷좌석 가운데에 태운 이 시민의 상반신을 숙이게 하는 모습이 포착돼 항의 시민들이 경찰차 창문을 두드리는 등 격분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계속되는 항의에 이 시민은 20여 분만에 풀려났다.
이 시민이 풀려난 후 집회 참가자들은 자진 해산했다. 경찰도 전의경과 경찰버스를 철수하고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내일 저녁에도 추모 촛불집회를 계속하고 오는 23일 1차 범국민추모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명동 산발 시위, 살수차 도착
[3신 22:20] 추모촛불, 명동 일대에서 대치
명동 일대에서 산발적인 추모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철연 등 4백여 명의 시민들은 오후 9시 30분께 경찰 병력이 물러나자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 자리를 잡고 자유발언을 진행중이다. 이 자리에 참가한 한 중년 남성은 "(참사 현장에)누가 불을 붙였냐는 논쟁이 일고 있는데 이는 틀렸다"며 "죽기살기로 화염병을 짊어지고 그 곳에 올라간 이들을 어떻게든 죽지 않게 설득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분노를 표했다.
한편 "진상규명 책임자처벌"등의 구호를 외치며 명동까지 행진을 벌인 노동사회단체 회원들과 대학생 등 2백여 명은 명동성당 입구 명동아바타몰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경찰은 롯데백화점 방향 길목을 봉쇄하고 이들을 막고 있다. 이 곳에서 깃발을 든 시민들은 "이명박은 살인마다", "철거민을 살려내라", "살인정권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오후 10시경 이들의 길 건너편 롯데백화점과 영플라자 사이로 살수차가 도착해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명동성당 앞에서 따로 발언을 이어가던 2백여 명의 참가자들은 명동 대로변에 살수차를 배치한 경찰이 10시 10분께 1차 경고방송을 내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대치하고 있는 이들과 합류하기 위해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5분 후인 10시 15분에는 남대문경찰서장의 2차 해산 경고방송이 나왔다.
▲ 명동성당 부근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막아선 경찰 |
[2신 21:30]두 번째 추모촛불, 명동으로 자리 옮겨
명동성당 일대 전의경으로 봉쇄
용산구 한강로3가 사고현장 앞 인도에서 한 시간 동안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해산한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는 오후 9시 30분 현재 명동성당 부근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촛불집회 장소가 경찰에 의해 봉쇄되자 명동에서 2차 촛불을 밝히겠다며 이동한 참가자들이다. 그러나 명동성당 부근에 이미 전의경 등 경찰력이 배치돼 있어 곳곳에서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도 빼곡히 들어선 경찰들로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 중 일부 참가자들은 명동성당에서 추모제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이 이를 막아서 산발적인 몸싸움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전국철거민연합의 방송 차량은 경찰을 향해 "추모를 막지 말라"며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명동성당 주변에 200여 명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도착해 있으며, 소식을 들은 다른 참가자들도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모여든 이들은 "살인마를 몰아내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1신 20:10] 경찰 봉쇄 속 두 번째 촛불집회 마무리
'난쏘공' 조세희 "과거와 변함없는 끔찍한 나라"
▲ 사고 현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분향하고 있는 조세희 선생/ 이정원 기자 |
▲ 추모집회 장소로 가는 신용산역 부근 인도가 경찰의 도로 차단으로 꽉 막혀 있다. |
▲ '미친소 미친교육 미친철거민정책'을 반대하는 청소년들 |
용산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두 번째 촛불집회가 한 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전날 도로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경찰의 물대포와 진압 작전으로 극심한 마찰을 빚은 이후, 사고 현장 건물 주변은 물론 용산역과 신용산역 일대가 전경버스와 전의경으로 완전히 봉쇄됐다.
촛불집회는 오후 7시 20분께 시작됐다. 이번 용산 철거민 참사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씨가 발언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조세희 씨는 "귀중한 생명 여섯이 희생된 것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다. 이 사실을 듣고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또 "내가 '난쏘공'을 쓸 때 내 후대 사람들은 좋은 곳에 태어나 좋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지금도 과거와 변함이 없다.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마지막을 보게 되고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끔찍하다"며 격하게 울분을 토해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던 청소년들도 다시 촛불을 들었다. '용산틴에이저스'라는 카페를 개설했다고 밝힌 한 청소년은 "미친 교육을 반대하던 청소년모임이 미친 철거민 정책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들 청소년들은 부상자 치료비 등 용산 철거민을 후원하는 모금을 진행하기도 했다.
▲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집회 |
이날 촛불집회에는 시민, 네티즌, 노동.인권.사회단체 활동가, 철거민, 청소년 등 천 오백여 명이 참가했다. 경찰의 도로 봉쇄로 사고 현장 앞 좁은 인도는 집회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했다. 인근 용산역 앞과 주변 상가 골목골목까지 모두 경찰로 봉쇄됐다. 집회 초반 전경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던 경찰과 집회 참가자간에 다소 실랑이가 있었으나 이날 큰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비좁은 공간에서 한 시간여 만인 오후 8시 10분께 촛불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해산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버스 정류장과 역으로 가는 통로인 횡단보도까지 막고 있는 바람에 곳곳에서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됐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다음 시위 장소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삼삼오오 이동하고 있다.
한편 숨진 철거민 사망자 5명의 유족들과 대책위는 21일 시신이 안치된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현재 희생자들의 시신이 있는 순천향대학병원 부근에도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