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오는 25~29일에 한미FTA 반대를 위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비난하는 언론들의 공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프레시안의 보도를 살펴보겠다.
금속노조는 지난 4월 대의원대회에서 한미FTA 저지를 기치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금속노조의 이번 파업 결정은 한미FTA로 인해 금속 산업에 끼칠 직접적인 악영향을 우려한 것도 있지만, 노동조합의 본래 역할 중 하나인 사회적 쟁점에 대한 직접적인 행동을 결의한 것으로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총파업 준비과정을 놓고 금속노조 내부에서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금속노조의 파업은 정치파업이므로 불법이다”라는 언론들의 공세는 조합원들의 생각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으로 총파업 준비 단계부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성중 노동부 차관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금속노조 등 민주노총 산별연맹 조합원들이 찬반투표도 하지 않고 한미FTA 체결을 막기 위해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라면서 “이번 파업은 근로조건 개선과는 관계없는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말하고,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미FTA는 한국사회 전반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직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하기에 노동부가 말하는 ‘근로조건 개선과 관계없는’이란 말은 정당한 파업을 불법으로 만들기 위한 논리일 뿐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 적으며 한 목소리로 정치파업은 불법이라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거기에 총파업 찬반투표 여부를 놓고 금속노조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 대해 왜곡보도까지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속노조는 왜곡기사를 쓴 기자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까지 밝혔다.
프레시안, 금속노조 파업 산별교섭 걸림돌로 보도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는 12일, ‘금속노조의 FTA 총파업, 산별교섭에 걸림돌 되나’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여정민 기자는 이번 금속노조의 총파업이 산별전환 이후 첫 번째라는 이유로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산별교섭과 연결지어 이를 보도했다.
여정민 기자는 “당장에 조합원 찬반투표도 없이 총파업을 결정한 것을 두고 재계와 보수언론에서 문제제기하고 나선에 따라 올 해 처음으로 산별교섭을 앞두고 있는 금속노조 앞길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라며 “올 해 15만이라는 대규모 조직으로 다시 출범한 금속노조의 역사적인 첫 산별교섭이 다소 엉뚱하게 한미FTA 총파업으로 좌초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산별교섭의 의미는 단순히 교섭 대상의 틀을 확대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별 노조에서 노동자들이 각개분파 싸워 왔던 것을 넘어 단순한 경제투쟁 뿐 아니라 정치적 쟁점까지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있다.
하기에 이번 한미FTA 총파업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금속노조가 산별교섭을 제대로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논리와 다르지 않은 보도
여정민 기자는 정부의 논리와 다르지 않게 “찬반투표 없이 진행되는 금속노조의 첫 번째 단체행동이 조합원과 집행부 사이의 불신과 괴리를 낳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라며 “찬반투표 없는 파업으로 결정이 나면서 현장에서는 어쩌란 말이냐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물론 노동법에서 규정한 합법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조합원 찬반투표를 하는 것은 단순히 파업에 대한 법적 구성요건을 마련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벌어진 문제에 대해 조합원의 의식수준을 높이고, 힘을 모아내 파업의 힘을 더욱더 높이는 과정이다. 그래서 한편 찬반투표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노동법에서 규정하는 합법파업이라는 것이 오히려 많은 노동자들의 싸움을 불법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노조는 자기 밥그릇이나 챙겨라?
이런 프레시안의 보도는 그간 노동운동에서의 실리주의적 경향에 힘을 싣고 있었던 것에 연장선에 있다. 여정민 기자는 11일, ‘국민들 현 노동운동 점수는 41점’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노총이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한국노총이 진행한 설문에서 노동조합의 실리주의적 노선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지난 4월 한국노총이 진행한 대학생 설문조사의 결과까지 비교하며 투쟁위주의 운동노선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또한 여정민 기자는 이 기사의 부제로 ‘한국노총 설문조사, 노동조합 정치활동 지양해야’라고 까지 뽑으면서 대학생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가 57.7%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실리적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노동조합이 실리주의적 경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조합은 근로조건 개선을 중요한 목표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노조의 근로조건 개선의 노력은 단순히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두의 밥그릇을 위한 금속노조 총파업
한국노총의 설문조사에서 노동운동 방향에 따른 지지도 조사를 보면 ‘책임지는 노동운동’이 72.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노동조합이 자신의 노동조건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체 민중을 책임지는 싸움을 해야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한미FTA 반대라는 국민적 정서를 대변하는 노조의 파업은 찬반투표 여부를 통한 합법, 불법 논쟁을 부추기는 보도보다 왜 금속 노동자들이 한미FTA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지를 밝혀주는 보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