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와 22부는 26일 정당 후원 관련해 기소된 교사들에 대해 당원으로 볼 증거가 없어 정당법상으로는 ‘죄가 없다’고 판결했다. 또 죄를 물을 수 있는 기간을 따지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교사에 대해서는 아예 공소에서 제외하는 ‘면소’를 내렸다.
정당 후원 교사에 대한 법원 판결로 교과부가 무리하게 징계를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해 10월29일 해임을 당한 김동근 충남 천안 성환고 교사가 11월22일 마지막 수업을 하고 학교를 나오면서 학생들과 눈물의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최대현 기자 |
교과부가 징계를 하는 핵심 이유로 든 ‘정당가입행위’ 자체가 힘을 잃은 것이다.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둔 5월 중순 교과부는 정당가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정당법을 위반했다며 정치운동 금지 내용의 국가공무원법과 연동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기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이것을 뒤집은 셈이다.
정당법 ‘면소’ 판결을 받은 김병하 대구 강동중 교사는 “징계가 얼마나 무리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죄를 물을 수도 없는 데 이를 빌미로 해고를 당해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병하 교사는 정당 후원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해 11월1일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당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면서도 30~50만원 비교적 작은 액수의 ‘벌금형’에 그쳤다. 후원 액수가 적고 후원제도가 바뀐 것을 몰랐다는 이유에서였다. 교사들이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치자금법 57조를 보면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받았을 때에만 당연 퇴직으로 처리한다.
이를 종합하면 재판부는 정당에 후원한 교사들이 해직을 당할 정도로 죄가 무겁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는 교과부가 정당 후원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면서 징계 양정 기준으로 정한 ‘배제징계(파면․해임)’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부는 지난 5월과 10월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배제징계가 원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교과부와 대구와 부산 등 9개 시․도교육청은 지난 해 10월~12월 징계를 강행해 모두 9명의 교사를 ‘해임’시켰다. 그리고 36명을 ‘정직’시켰다. 경징계인 감봉과 경고, 불문인 교사는 1명씩 나왔다. 20명은 시효완성 등의 이유로 징계를 보류했다. 모두 68명의 교사가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징계 절차를 밟은 것이다.
벌금 50만 원형을 받은 김동근 충남 천안 성환고 교사는 “당초 1심 선고를 보고 징계 여부를 진행한다는 약속을 깨고 일방적으로 해임을 시킨 것에 여전히 분노를 느낀다”며 “겨우 벌금 50만원으로 교단을 떠나도록 한 것에 교육청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과부가 지난해 5월 정당 후원 관련 교사 징계를 강행하면서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낸 공문에는 배제징계가 징계 기준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해임 징계는 틀렸다는 것이 입증됐다. 자료사진 |
전교조, 손해배상 청구 검토․징계 무효 소송 진행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박순천 충남도교육청 교원정책과장은 “판결문을 받지 못해 현재로서는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소청심사위원회에서 다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남영종 대구시교육청 교원능력개발과장은 “그 당시에는 징계가 정당하다고 보고 진행했다. 법원의 결과에 따라서 판단을 다시 해야 할 지를 검토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청에서 징계와 관련한 절차는 모두 끝났다. 소청심사위원회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1심 선고라는 변화가 생겼지만 교육청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전교조는 징계 과정에서 ‘징계를 강요한 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소청심사와 행정소송 등으로 징계를 무효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교조는 “지금까지 교육계에서 벌금 30만원을 이유로 해임을 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즉 지금까지 교사들이 형사 처분으로 인한 벌금과 그에 따른 징계 양형을 비교한다면 이들에 대한 해임처분은 형평성을 상실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교조는 “교과부는 지금까지의 징계 강행 과정에 대해 사과하고 시도교육감은 징계의결 요구 자체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교과부 “유죄니 잘못된 징계 아니다” 중징계 강행 방침
교과부는 이 같은 요구를 일축했다. 김관복 교과부 학교자율화추진관은 “잘못된 징계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원에서도 정치자금법 유죄로 판결한 만큼 중징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법원 판결이 나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구체적인 징계 양정은 시도교육청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관복 추진관은 “보통 판결문이 2주 정도 걸리니 2월 중순께 시도교육청 징계담당자들을 불러 징계를 촉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번 판결로 민노당 후원 교사와 공무원들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징계는 그 근거가 사라졌다”면서 “재판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정부는 이를 존중해 해임 교사를 즉시 원직 복직시키는 한편 이후 교사와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당 후원 교사에 대한 법원 판결로 교과부가 무리하게 징계를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해 10월29일 해임을 당한 김동근 충남 천안 성환고 교사가 11월22일 마지막 수업을 하고 학교를 나오면서 학생들과 눈물의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