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법원, 전교조 정당 관련 사실상 ‘무죄’

정당법은 무죄, 정치자금법만 벌금형 … “미흡 하나 판결 존중”
정치 자유 보장 목소리 높아질 듯

26일 정당 후원 관련 재판을 마친 교사들이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을 나오고 있다. 안옥수 기자

법원이 정당 후원과 관련해 기소된 교사 177명과 공무원 90명 모두에게 정당법상으로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위반을 적용해 30~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홍승면)와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26일 오후 각각 417호 대법정과 466호 대법정에서 열린 정당 후원 관련 선고공판에서 정진후 전교조 전 위원장과 김현주 전교조 전 수석부위원장을 포함한 교사 146명에게 정치자금법 위반만을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내렸다. 함께 기소된 김병하 대구 강동중 교사 등 27명은 벌금 50만원을 받았으며 3명은 선고유예였다. 무죄는 1명이다.

법원 “당원 가입 증거 없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 확인

재판부는 먼저 검찰이 주장한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죄를 물을 수 있는 시한이 지났고(공소시효 완성) 당원으로 가입해 활동했다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정당법상 당원 명부의 당원이라고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 기록을 검토하면 당원보다는 당우와 후원회원으로 등록했고 당원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의사결정 활동을 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6년 7월 교사와 공무원을 당원명부에서 삭제했다. 그 어느 누구도 민노당에 가입한 것을 알 수 없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교사와 공무원이 후원한 정당은 당원과 당우‧후원회원이 구분돼 있고 이들은 당원이 아닌 당우 또는 후원 회원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을 받아들여 기소된 교사와 공무원 대부분을 면소했다. 공소사실에서 아예 제외한 것이다. 공무원의 정당 가입의 공소시효는 3년이다. 검찰이 지난 해 5월6일 무리하게 기소한 부분을 법원이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재판을 마친 뒤 정진후 전교조 전 위원장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안옥수 기자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하는 이들 교사와 공무원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2006년 2월 정당후원회 제도는 폐지가 됐고 그 전에도 이들은 후원회에 돈을 낸 게 아니라 정당 자체에 돈을 낸 것이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이 정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정기적‧비정기적으로 금액을 이체한 것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보장한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당에 후원금을 낸 자체와 방식이 법에 맞지 않아 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월 5000~10000원으로 작은 금액이고 합계한 후원금도 많지 않은 점과 후원제도가 바뀌었다는 점을 모르고 후원을 한 점을 정상 참작했다”는 말로 벌금 30~50만원의 양형 결정 이유를 밝혔다. 30만원과 50만원으로 양형이 나눠진 것은 총 후원금액의 액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벌금 30만원형을 선고 유예한 3명에 대해서는 “후원 기간이 짧고 후원금액이 10만원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고 무죄인 1명에 대해서는 “자신의 명의로 된 통장에서 남편이 민노당의 후원회원으로 가입해 돈을 냈고 정당 활동을 한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참석을 하지 못한 6명의 교사는 오는 31일 오전 선고를 받게 된다.

또 재판부는 교사의 정당 가입을 막은 정당법 22조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정진후 전 위원장 등 3명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해 “지난 2004년 같은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체로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을 한 바 있다. 이 판결이 바꿔야 할 만한 사회적‧정치적 변화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라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것으로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 교사‧공무원 탄압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26일 법원 선고가 끝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 하지만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옥수 기자

선고가 마친 뒤 정진후 전 위원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다소 미흡하지만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수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행된 정치 수사였다는 점이 명확해 졌다. 잘못된 정책을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위원장은 “수사와 기소만으로 많은 교사들을 교단에서 쫓아낸 교과부가 반성하고 3월1일자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1년이 넘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셔야 했던, 선생님들과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며 “법원은 헌재 합헌결정 이후에 별다른 사정변경이 있지는 않다고 하지만 이번 사안이 사회 문제화 되면서 이미 사정변경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회 2심에서 다시 시비를 가린다면 완전히 무죄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 변론을 담당한 권영국 민주화를위한변호사회 노동위원장은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위헌적인 요소가 있는 법률로 판단을 할 수 없는 선고유예가 적당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누릴 자유에 대해 여전히 두꺼운 벽을 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정치적 기본권 보장 위해 ‘헌법 소원’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이 26일 기자회견에서 헌법 소원 등 교사의 정치적 자유 보장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안옥수 기자
전교조는 항소를 하지 않는 대신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정당 활동을 못하도록 한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헌법 소원을 낸다는 입장이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이같은 계획을 밝히며 “시민으로서 기본적인 정치적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1심 판결을 접한 뒤 바로 항소할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정당에 후원을 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교사 183명과 전국공무원노조 공무원 90명 등 모두 27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안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와 23부에 배당돼 그동안 재판을 진행해 왔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과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정진후 전 위원장을 포함한 6명을 징역 1년, 함께 기소된 교사들에 대해서는 징역6~10개월, 벌금 100~15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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