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등 농어촌지역 교원 정원 줄여
전남 무안군 일로읍에 위치한 무안중학교. 이 학교에는 음악 과목은 있지만 가르칠 교사가 없다. 올해 한 학급이 줄었다는 이유로 지난해 14명이던 교과 담당 교사 정원을 한 명 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음악을 배우지 않는 건 아니다. 차로 25분 거리에 있는 몽탄중학교에 소속된 음악 교사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무안중을 찾아 음악을 가르친다.
과목은 있고 교사는 없고
사회 과목 역시 교사가 부족해 인근 전남체육중에 소속된 사회 교사 지원을 받는다. 한 교사가 1개 이상의 학교를 돌아가면서 과목을 가르치는 겸임(순회)교사로 해결하는 셈이다.
1주일에 한 번 무안중 학생들을 만나는 김춘곤 체육중 교사는 "최선을 다 하지만 서로 다른 학사일정과 교육과정으로 진도가 맞지 않고 수업시간이 끝나면 본교로 돌아오기 바빠 아이들과 관계 맺기가 어려워 생활지도 같은 것을 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털어놓았다.
컴퓨터 과목은 몇 년 째 다른 교과 교사가 가르친다. 지난해에는 수학 교사가 담당했고 올해는 미술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전공을 하지 않은 교사가 해당 과목을 가르치는 비전공교과 지도(상치)교사로 부족한 교사를 채우는 것이다.
지난해 컴퓨터를 맡았던 김방희 교사는 "혼자서 인터넷 찾아가면서 수업 준비를 했지만 아이들이 좀 더 깊은 내용을 원하면 당혹스러웠다. 원하는 바를 바로 채워줄 수 없어 아이들에게 늘 미안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겸임·비전공 교과 교사
교사 정원이 늘지 않으면서 공교육이 망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째 교사 정원이 감축된 전라남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 중에서도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겪는 폐해가 심각하다. 일단 겸임교사와 비전공 교과 지도교사가 계속 늘고 있다. 특정 교과 전공 교사를 뽑지 않아 '고육지책'이 확대되는 것이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김춘곤 교사와 같이 겸임을 하는 교사 수는 모두 16과목 539명으로 지난 2007년 414명보다 23%나 증가했다. 음악과 미술 과목 겸임교사가 각각 104명과 97명으로 가장 많았고 도덕(76명)과 기술가정(56명)이 뒤를 이어 예체능 과목과 사회과목에 집중됐다. 국어와 수학을 겸임하는 경우도 있었다. 2개 이상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도 62명이나 됐다. 비전공 교과 지도교사는 섬 지역에서만 98명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사의 주당 수업시수는 꾸준히 늘었다. 중학교의 경우 지난 2006년 16.9시간이던 수업시수가 올해 18.6시간으로 2시간 가까이 증가했다. 고등학교는 같은 기간 16.3시간에서 17.6시간으로 1시간 넘게 늘어났다.
고광준 무안중 교장은 "교사가 더 늘어 수업시수도 줄고 겸임도 안하면 좋겠지만 현재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쓰게 웃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과부는 내년도 중등교원 정원을 전국적으로 단 한 명도 늘리지 않았다. 현재 각 시도별로 공고한 내년도 신규채용은 정년과 명예퇴직 등 자연퇴직으로 나오는 정원을 채우는 정도다.
농산어촌 지역의 교원 정원은 감축시키는 쪽으로 교원정원 배분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기존의 학급 수에서 학생 수로 배분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은 전남은 내년도 410명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이미 준 769명을 포함하면 모두 1179명이니 2년간 전체 교과교사 1만2516명의 10% 가량이 줄어들게 된다. 강원 역시 내년도 중등교사만 80명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으로 교원 충원' 한 목소리
전국 교원법정정원확보율을 봐도 중등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기간 올해 확보율이 79.1%로 가장 떨어졌다. 80%도 못 채운 것이다. 올해 부족한 교사 수만 해도 3만7000명에 이른다.
지난 달 7일 인천에서 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원정원 배정 기준이 변경돼 소규모 학교가 많은 시·도는 교사 정원의 감소로 교육력 증진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며 △초·중등교원 특별충원법 △농·어촌교육지원특별법 등을 입법할 것을 교과부에 제안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에서였다.
교원단체도 힘을 보탰다. 전교조는 "교원 정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공교육의 질을 심각히 훼손해 결국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법 제정으로 부족한 교원 정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