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대학 갈 거면 '인권'은 말도 꺼내지 마?


인권은 대학가서 누리라고요? / 끌레마 / 13,800원
 
청소년인권에 관심 좀 가지고 있고 공부 좀 해본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라면 비슷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번 체벌이 왜 인권침해인가, 어찌 보면 명명백백한 것에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라는 좀 뻔한 제목의 책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교육 일을 하던 사람이 썼다. 책의 표제도 그렇지만 "청소년, '지금-여기'에서 행복해야 한다"라는 서문에서부터 이 책이 고만고만하게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사랑으로 지도하자는 류의 책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인권에 대해 발언해오고 쌓아온 우리의 이야기들이, 비록 비주류 기구이긴 하지만 정부기구에서 일하던 사람에게도 이만큼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작은 성취감 같은 것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1부 '이분법에 갇힌 청소년'에서는 청소년과 학생을 보는 대략적인 관점들에 대해 다루고 있고, 2부 '유예된 권리, 그러나 지금-여기가 중요하다', 3부 '가고 싶은 학교'에서는 주로 학생들의 인권, 학교에서의 인권을 다루었고 일부 가정에서의 인권 문제도 다루고 있다. 4부 '살고 싶은 사회'는 학교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의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대부분 차별에 관한 사례들과 문제의식으로 채워져 있다. 체벌이나 두발자유 뿐 아니라 벌점제, 무상급식, 사생활의 자유, 교육시설과 환경, 노동인권, 학벌주의, 외모차별 등까지 청소년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인권 문제들을 폭 넓게 담으려고 노력한 티가 난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교과서적인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인권 문제에 대해 청소년들의 경험담이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되었던 사례들이 나오고, 그 문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저자의 견해를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국제인권법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등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제시하면서 결론을 맺는다. 모두가 이런 구성인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Tip 본문관련 조항'에서는 그 인권 문제에 관련된 법이나 국제협약의 조항, 국제인권기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등을 참고 자료로 보여준다. 그리고 매 장마다 뒤에 '인권의 눈으로 더 넓게 더 깊게'라는 박스 형태의 글로 인권교육 프로그램이나 경험담, 다른 사례들을 보여줌으로써 이해를 깊게 하고 있다. 김민아 씨가 인권교육을 다니면서 만난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그 청소년들이 인권교육 과정에서 만든 이미지들은 이 책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좋은 양념이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청소년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위적으로 우리의 어떤 의식과 태도를 바꾸자 정도의 논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예컨대 청소년들의 가정에서의 사생활의 자유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 존중합시다"로 좀 약하게 결론을 맺고 있고, 학벌주의를 이야기할 때도 마무리가 약하다. 이건 인권침해니까 하면 안 된다, 이래야 한다 투의 이야기들이 계속되기 때문에 도덕교과서처럼 공허한 느낌마저 준다. 마지막 장의 소재로 '삐삐 롱스타킹'을 택한 건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만, 가정과 학교로부터 자유로운 아이인 삐삐 롱스타킹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충분히 담지 못하고 "삐삐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기를 바라본다" 정도로 정리하는 것은 소재가 아깝다.
 
하지만 딱 그 정도 선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별 거부감이나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청소년인권 문제에 대해 이제 막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청소년인권이 어떤 건지 그 대략적인 관점과 내용을 알고 익히기에는 크게 빠뜨린 것 없이 만들어졌다. 인권 문제에 대해 물어보는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나 청소년들에게 한 번 부담 없이 읽어보라며 내밀 수 있는 책이다.

공 현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좌충우돌 인권 수업
땅콩 선생, 드디어 인권교육하다 / 전국사회교사모임 / 11,000원


 
체벌, 차별, 언어폭력, 소지품 검사 등 인권의 사각지대로 비판받아 온 학교. 지금까지 학교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에 대한 개론서나 문제제기를 하는 비판서는 많았다. 그러나 수없이 지적되었던 인권 침해 문제들을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풀어 나가고, 아이들에게 인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학교에서 인권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은 사실 많이 부족했다. 인권의 사각지대인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에 의해 개발되고 검증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교사의 역할과 좀 더 나은 교육활동을 고민하는 교사들이 개발한 인권교육 프로그램은 '인권'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무겁고 딱딱하게 여겨지는 인상을 줄이기 위해 발랄한 문체와 교육 현장에서의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책은 땅콩 선생이 인권교육을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과정과, 학교에서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인권교육을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전국사회교사모임의 인권교육분과 선생님들이 만들어 낸 30여 가지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예시 자료와 학생 작품, 활동지와 함께 담았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인권교육 프로그램들은 한 번도 그렇게 배워 본 적이 없는 교사들이 좌충우돌하며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만들어 낸 것이다. 인권을 가르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보통의 수업 시간을 인권을 존중하면서 운영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정리 · 임정훈 기자  

어린이·청소년의 자유로운 '비행'을 위하여
인권교육, 날다 / 인권교육센터 '들'/ 도서출판 사람생각 / 18,000원

 

인권교육 활동 경험을 묶은 책이다. 어린이·청소년과 함께 인권을 이야기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공부방 인권교육, 어린이·청소년 인권캠프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권에 대해 서로 배우고 존중하고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엮었다. 수업에 활용하기 딱이다.
 
학교에서는 인권을 가르치지 않는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아직도 힘의 논리에 따라 아이들을 줄세우고 힘이 곧 도덕이라고 가르친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교과서에 갇힌 활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처지에서 아이들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깨닫게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
 
한 번의 교육,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는 인권의 이야기는 많지 않다. 이것이 바로 인권교육이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이·청소년의 자유로운 '비행'을 위한 날갯짓에 지침서가 될 만한 책이다.
 
전체를 4장으로 나누어 1장 '숨고르기'에서는 인권교육이 무엇인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담았고 2장 '몸풀기·맘열기'에서는 본격적인 인권교육에 들어가기에 앞서 몸과 마음을 열어 인권교육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초대하는 과정이다. 3장 '인권맛보기'는 인권주제와 관련해 몸으로 체험하면서 권리를 살펴본다. 4장 '인권돋보기'에서는 더욱 깊이 있는 인권이야기와 활동프로그램으로 차이·차별, 평화, 표현의 자유 등 다양한 인권 프로그램과 이와 관련된 읽을꺼리가 담겨 있다. 세계인권선언문과 아동권리협약은 누구나 알기 쉽게 쉬운 말로 고쳐 부록으로 담았다.

정리·임정훈 기자

인권이 영화보다 재미있다
불편해도 괜찮아 / 김두식 지음 / 창비 / 13,800원

 

"또 인권이야?" 혹은 "인권은 늘 뻔한 소리"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 이것은 김두식만이 쓸 수 있는 인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김두식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광'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저자는 약 80여편에 이르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인용하며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인권을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특장은 뭐니뭐니해도 '불편함'에 익숙해져버린 우리의 감수성을 경쾌한 터치로 톡톡 건드려 깨워준다는 점인데, '새로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그 과정이 엄숙하거나 당위적이기는커녕 너무나도 유쾌하고 즐겁다. 청소년 인권을 이야기하는 데서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위대한 인생법칙을 발견하고, 늘 머리로만 이해해 온 성소수자 인권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게 하는 저자의 입담은 언제나 그렇듯 읽는 이의 무릎을 치게 한다.
 
내용은 크게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인권처럼 일상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노동자, 종교와 병역거부, 검열 등 국가권력의 문제를 거쳐, 인종차별과 제노싸이드 같은 국제적인 문제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고 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일단 첫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두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빠져드는 영화처럼 책 속에 몰입하게 된다. 책을 덮으면 어느새 새로운 인권감수성의 세계에 눈뜨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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