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야자'가 좋다는 아이들

내부형 교장공모제 학교를 찾아서 <3> 경남 남해 설천중학교

지난 해 말 봇물 터지듯 불거진 교육비리의 해법으로 교과부는 교장공모제 확대 도입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교과부의 교장공모제는 '초빙형'이란 점에서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국 6개 지역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은 초빙형 교장공모제의 확대로 고사 위기에 처한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육희망'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실시하고 있는 초 · 중 · 고교를 찾아 학교 구성원들이 말하는 제도의 가능성을 살핀다. <교육희망>


경남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와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를 연결하는 남해대교는 빨갛다. 그 아래를 흐르는 노량수도(露梁水道)는 푸르다. 그 빨갛고 푸른 남해대교를 건너 5㎞ 남짓 더 바다를 끼고 꼬불꼬불 들어가면 새들의 울음소리가 낯가림도 없이 먼저 반기는 3층짜리 정갈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교사(校舍) 앞에 제법 자태를 뽐내며 정이품송처럼 서 있는 소나무 너머로는 바다가 드나들며 아이들과 함께 까르르 출렁이기도 하는 곳. 설천중학교다.
 
1 · 2 · 3학년 다 해서 전교생 70명. 학년마다 남 · 여학생이 함께 있는 학급이 1개씩이다. 여학생이 남학생의 절반인 2학년을 빼곤 반반 남짓하다. 학교가 작아 교감은 없고 교장 선생님 1명과 교사 9명이 이들과 함께 지낸다.
 
2007년 9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지금의 이영주 교장이 부임하면서 낡고 학생 수가 줄어 가만히 두면 없어질 학교가 정갈하게 안팎을 단장하고 변화를 거듭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떠나지 않는다는 건 부모나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교사 초빙을 생각해 목조건물 사택까지 2동을 지었다. 전국에서 최초의 일이다. 학교 운동장을 덮고 있는 인조잔디도 코코아 천연물질로 만든 친환경 제품이다.
 
무엇보다 설천중이 자랑할 만한 것은 수업예고제와 명사특강, 방과후 활동 등이다.
 
수업예고제는 미리 수업 내용을 알려주어 학생들이 예습을 해오면 공부를 좀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교사들의 부담이 컸다. 날마다 수업 예고 파일을 만들어야 하는데 일년이면 300여개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영주 교장은 "수업 예고 파일을 잘 하는 교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규 교사는 절대 가질 수 없는 노련한 파일이 나온다. 힘들더라도 이게 습관이 되면 큰 자산이라고 교사들을 설득했다"며 수업예고제를 시작하던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명사특강은 부임하면서부터 매월 이 교장이 직접 강사를 섭외하고 챙기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 시인 도종환, 김진경 씨를 비롯해 상지대 정대화 교수, 서울대 박상현 교수 등의 학자는 물론 지난 5월엔 우주인 고산 씨가 다녀갔다.
 
수업 시간표도 매월 바꾸는데 이 교장에 따르면 "반밖에 성공 못 했다". 매월 시간표가 바뀌는 이유는 이렇다. 중학생이면 평생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절인데 학년 초에 만든 시간표로 일년을 간다는 건 안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월의 아이들 자세나 모습과 12월의 그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3~4월 결기를 내고 할 때는 공부할 분위기 만들어 줘야하고 노량 앞바다를 건너오는 봄바람이 화사해지는 5월에는 풀어줘야한다는 게 이 교장의 생각이다. 거기에 어울리도록 시간표를 달마다 짜는 것인데 예상만큼 풀리지 않아 절반의 성공이라는 것이다.
 

오후 4시 30분이면 정상적인 일과가 끝이 난다. 그러면 전교생의 절반이 하교를 한다. 나머지 절반은 학교에 남는다. 국영수과 교사들도 남아서 8시 10분까지 방과후활동을 하는 것이다. 학교에 남아 방과후활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집에 갈 것인가 하는 건 100% 자율이다.
 
국영수과 네 과목을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씩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저녁 튜터반도 반응이 좋다. 작년까지는 사회까지 포함해 5과목을 했는데 올해는 빠졌다. 담당 교사는 하겠다고 했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게 된 탓이다.
 
이 교장과 교사들이 만든 희망한문연구모임에서 직접 만든 교재로 학생들의 한자능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학생들은 졸업할 무렵이면 기본으로 5급 자격증은 받게 된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교실에서 만난 3학년 아이들도 학교 자랑이 여간하지 않았다. 이 교장이 부임한 후에 입학해 졸업을 앞 둔 아이들이 바로 지금의 3학년들이다.
 
"가면 갈수록 달라졌다. 입학할 때는 안 좋았는데 체육실 등 환경이 좋아졌다(김지향)"거나 "학교에서 문제집도 사주고 우유값 다 내주고 급식비까지 공짜라서 좋다(김성훈)"는 이야기부터 "분필이 바이오초크라서 좋다. 먹어도 된다(김현진)"는 너스레하며 책장을 겸한 개인 사물함 자랑에 한자자격증, 강요가 아닌 야자가 좋다는 이야기에 심지어는 (졸업한) 선배 오빠들이 잘 생겼다는 우스개까지 아이들은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말하는 동안에도 아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웃음이 환하다. 결코 꾸며낼 수 없는 표정들이다. 이 모두가 내부형 공모 교장 3년여 동안 이루어진 변화이고 즐거움이다. 내년 8월이면 이러한 즐거움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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