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1박 2일, 교실 밖으로 탈출하라!

체험학습 달인의 여름방학 학급수련회 이야기

주로 대학입시에 몰입하는 인문계 고교에서 여름방학 학급 수련회를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간 지역간 경쟁 구도 속에 대입 열풍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학년을 구별하지 않고 여름방학 때마다 1박 2일 학급 수련회를 다녀오고 있다. 특히 고3의 경우는 어디 움직이는 것 자체가 걸림돌이지만 교육 3주체가 마음을 모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게 몇 학년이든 담임을 맡은 후 5월에 아이들 앞에서 한 마디만 던져 보라. "얘들아, 우리 여름 방학 때 바다로 놀러 갈까?" 기대와 설렘이 일시에 뭉쳐 학생들은 망부석처럼 기다린다. "선생님! 우리 정말 바다 가는 거죠?""그럼, 그렇고말고!" 이때부터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다.



 

1박 2일 학급 수련회를 진행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 여름 방학 때 진행하는 일이므로 6월 중순 경이 되면 우선 가정통신문을 작성해야 한다. 상세한 일정을 첨부하여 참여 혹은 불참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막상 받고 보면 한 명도 빠지는 경우가 없다. 그렇게 참여 동의서를 수합한 후 학년부장, 교감, 교장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학부모 서명이 담긴 동의서를 첨부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구두 결재가 난다. 이때 장애 요인은 안전사고다. 질풍노도 고교생들을 데리고 물가에 가서 만에 하나 무슨 사고라도 난다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다. 강조컨대 안전사고 운운은 의미 없다. 해 보면 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사고로부터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그래도 혹시 몰라 들어두는 게 보험이다. 1박2일용 보험료라야 개인당 천원이 좀 넘는다. 또한 대전에서 경남 남해까지 차량비, 민박비를 합산하여 비용을 뽑아보면 개인당 3만원 남짓하다. 보험에 들고 정식 결재를 받으면 행정 절차 끝이다.

 

그 다음은 모둠을 짜야 한다. 1박2일 동안 무엇을 먹을 것이며 무슨 활동을 할 것인가도 숙고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아주 창의적인 해답이 나온다.

 

물론 모둠별로 밥을 직접 해먹어야 한다. 지금까지 경험한 결과 의외로 아이들이 먹을거리 준비를 잘 해온다. 모둠별로 밥을 짓고 요리를 하는 과정 자체가 교실 밖 체험 학습의 묘미 아닐까? 밥짓기, 삼겹살 굽기, 카레라이스 만들기, 참치 김치찌개, 된장찌개, 부대찌개, 라면 끓이기 등 먹을거리가 완성되면서 협동과 우정과 공동체가 움트기 시작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바다에 나가는 순간 체험학습은 절정에 이른다. 비치발리볼, 씨름, 미니 축구, 닭싸움 등 다양한 모둠별 체육활동을 한다. 백사장엔 웃음꽃이 핀다. 추억은 밀물처럼 밀려오고, 학습 노동은 썰물처럼 쓸려간다.

 

어두워 돌아온 아이들이 민박집 마당 우물에서 알몸을 드러낸 채 바가지나 양동이에 물을 담아 시원스레 몸을 씻는다.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아름다운 체험이다.

 

그 쾌감에 젖어 있는 아이들을 민박집 마당에 모아 교실에서 나누지 못한 살아가는 이야기를 엮어간다. 담임 교사로서 숨겨두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비교해서 발표하기도 하고 자부심에 관해 토의하기도 한다. 꿈을 이야기한다. 바닷가 민박집 마당에 쏟아지는 별빛, 그것은 은총이고 축복이다.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너무 길면 부작용이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밤바다의 자유 시간! "두어 시간 마음껏 놀다 오너라!" 담임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함성과 함께 조별로 삼삼오오 민박집을 나선다. 왁자지껄 소란했던 민박집에 정적이 깔린다. 선생 노릇하면서 그런 정적을 언제 맛볼 수 있으랴. 그 정적은 보이지 않지만 위대한 교육력이다.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지상 최대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친구가 된다.

 

학급 수련회를 통해 교실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 어떻게 참사람을 볼 수 있을까? 대한민국 담임교사들이여!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 여름 방학 때만이라도 교실 밖으로 탈출하라!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예정된 올해 일정은 좀 특별하다. 고1 우리 반 아버지들 여섯 분이 동행한다. 살면서 자식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소중한 이야기를 10분씩만 해달라고 부담을 드렸다. 간격을 더 좁히라는 거다.

 

학급 수련회를 다녀온 후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닦달하지 않는다. 그런 체험학습을 학습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면 안 된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으니 신나게 공부할 줄도 안다. 그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졸업하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때 그 여름 수련회가 있어서 고교 생활이 행복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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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 학급수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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