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교는 텃밭, 아이들은 열무

내부형 교장공모제 학교를 찾아서 2 전남 강진 칠량중학교

지난 해 말 봇물 터지듯 불거진 교육비리의 해법으로 교과부는 교장공모제 확대 도입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교과부의 교장공모제는 '초빙형'이란 점에서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국 6개 지역 진보교육감 당선자들은 초빙형 교장공모제의 확대로 고사 위기에 처한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육희망'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실시하고 있는 초·중·고교를 찾아 학교 구성원들이 말하는 제도의 가능성을 살핀다. <교육희망> 


지난 15일 오후 5시. 전남 강진 칠량중 정문 안쪽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마한 텃밭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텃밭에는 1학년, 2학년, 3학년이라고 쓰인 푯말이 서 있다. 마을사람들을 맞는 서남원 칠량중 교사는 "지난 4월에 전교생이 심고 두 달 동안 물을 뿌려 키운 열무를 지역사람들과 함께 수확하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주민의 학교 자랑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칠량중 자랑은 2008년으로 거술러 올라간다. 전교조 조합원을 지낸 심경섭 교장이 내부형 공모제 교장으로 오면서 학교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돌아오는 학교 만들기'라는 목표 아래 심 교장과 교사들은 한 데 뭉쳤다. 교실에 전자 칠판을 들이고 책상과 의자는 최신식으로 바꿨다. 학생 한명 한명에게 사물함을 줬고 샤워장도 마련했다. 운동장에는 조명을 설치해 해가 떨어진 뒤에도 학교에서 머물 수 있게 했다. 심 교장은 "학생들은 최고의 시설에서 지낼 권리가 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농촌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고려해 학교가 '학생 돌보미'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자 칠량중만의 교육과정이 탄생했다. 정규 수업시간 뒤 사실상 갈 곳이 없던 학생들을 위해 '꿈틀 공부방'을 개설해 운영했다. 수요일을 뺀 모든 요일에 오후 9시까지 국어와 영어, 수학 특강을 교사들이 하고 있다. 학생들 저녁식사는 학교 앞 식당에서 배달해 오고 택시와 교사 자가용 등을 이용해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준다.
 
인성교육과 특기적성 교육 역시 빼놓지 않았다. '따심'이라는 봉사동아리를 꾸려 수요일과 토요일에 가까운 경로당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또 밴드부와 사물놀이반 플루트반 등 다양한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농촌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연극과 영화, 국악공연 등 문화 활동은 물론 광주 치평중과의 도시·농촌 교류체험학습으로 5·18묘역 참배 등 다양한 체험도 제공했다.
 
이렇게 현재 운영하는 돌봄 학교 프로그램만 26개다. 이러한 칠량중 모델은 교과부가 지난해부터 운영하는 '농산어촌 돌봄 학교'바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돌봄 학교 지원 예산 7천500만 원으로 부족한 예산은 교사들이 각종 단체의 장학 사업에 공모해 지원받으면서 해결했다. 심 교장 역시 발품을 팔아 지역사회 도움을 받았다. 올해 자원해서 왔다는 조성태 교무부장은 "일이 많아 힘이 들지만 흥이 난다. 도시학교, 큰 학교에서는 느끼지 못한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같은 학교의 움직임은 지역사회의 신뢰를 샀다. 무상으로 학생들의 건강 검진을 책임지겠다는 병원도 나타났다. 조용필 학교운영위원은 "학교가 내 집 같다. 주민들이 학교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한테 정말 관심이 많아요"
 
학교와 지역사회 신뢰가 쌓이니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2008년 강진교육청 우수학교 표창을 받은 데 이어 지난 3월 교과부와 한국농산어촌교육발전센터가 주관한 '2009 농산어촌 연중돌봄학교' 성과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학교로 뽑혔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학생들의 변화다. 다양한 체험활동과 독서로 사회를 보는 눈이 넓고 깊어졌다. 자신감이 생긴 학생들은 대외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도 대표로 전국대회를 준비 중이라는 이미경 학생(2학년)은 "아침에 책 읽고 체험학습 많이 하면서 사물을 보는 시각이 깊어졌어요"라며 "학교가 우리에게 신경을 쓰는 게 보여요. 선생님들이 정말 관심이 많아 가끔은 간섭처럼 느껴져요"라며 활짝 웃었다.
 
심 교장과 같은 해 부임해 돌봄 학교의 기틀을 마련한 서남원 교사는 "학생이 줄지 않는 학교도 성공한 것이라는데 이제는 돌아오는 학교가 됐다"고 밝히며 "좋은 선생님이 많이 와서 이같은 학교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교생이 32명이었던 학교는 올해 42명으로 늘었다. 내년에는 54명을 예상한다.
 
심경섭 교장은 "농어촌에서 학교는 집과 같고 교사는 부모와 같아야 한다"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펴도록 학교가 잘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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