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만난 강태운 대구 영남공고 교사는 시종일관 담담한 목소리였다. 그는 이날 대구교육청과 영남공고의 감사 청구를 촉구하는 450여명의 서명지를 들고 감사원을 찾았다.
세 번째 파면, 학교로 돌아갈 것
“노동조합 전임 휴직 불허나 연가 투쟁을 내세운 이전의 징계의결요구서는 차라리 나았어요. 이번 징계사유는 학생들이 다니는 오솔길로 출근을 하고 학교 휴게실 소파에서 눈을 붙였다는 것이 답니다. 징계의결요구서를 보고 있으면 온갖 지저분한 짓은 다한, 잡범이 따로 없습니다.”강 교사는 한숨을 쉬었다.
영남공업교육재단은 올해 6월 그에게 세 번째 ‘파면’을 통보했다. 시작은 2007년 전교조 대구지부 전임을 위해 제출한 휴직신청서였다. 재단은 강태운 교사의 노조 전임 휴직 불허를 통보했고, 강 교사는 학교에 연가를 낸 채 대구지부로 출근했다.
![]() |
영남공고 강태운 교사는 "그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강성란 기자 |
“교원노조가 합법화 된 뒤 노조 전임을 위한 휴직을 학교가 거부한 첫 사례일 겁니다. 당시 교육 관료들조차 학교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전임을 안 내줄 이유가 없잖느냐고 쑥덕댔으니까요.”
하지만 재단은 그의 연가를 무단결근으로 둔갑시키고 몇 가지 사유를 덧붙여 그해 5월 ‘파면’을 통보했다. 소청심사위원회가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파면 취소를 결정하자 재단은 9월에 또다시 강 교사를 파면했다. 법적 다툼이 이어졌고 결국 파면의 부당성이 인정돼 정직 3개월의 결정이 내려졌다.
두 번의 파면을 거쳐 2008년 1월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학교는 그의 출근을 막고 나섰다.
“동일학원 선생님들이 파면 취소 처분을 받아 학교로 돌아갈 때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 계고 공문을 보내 곧바로 복직시키지 않을 경우 이사 승인취소를 할 수 있다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대구 교육청은 제 출근을 막는 영남공고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돌아간 학교에서 지난 6월 세 번째 파면 통보를 받았다. 지금까지의 파면 사유에 근무 태도 불량을 보탠 것이 징계 사유였다.
“소청심사위원회 심리가 열리는 날 심사위원 중 한 명이 학교장에게 ‘이런 게 도대체 징계사유나 되는 거냐’고 묻더군요.”
당시를 회고하던 강 교사가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심리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그는 세 번째 소청심사위원회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날 학교 측 대리인으로 출석한 홍 아무개 변호사는 소청심사위원회 출신이었다.
![]() |
전교조 대구지부는 지난 10월부터 영남공고 정상화를 촉구하는 거리선전전을 계속하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제공. |
강 교사는 “소청심사위에 근무하며 이 사건을 다뤘던 변호사가 사학재단 편에 서서 다시 이 건을 다루는 것은 반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보충수업비는 학부모가 걷고 급식은 매점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나에 대한 파면, 해임이 아닙니다.”
강 교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7년 국정감사 기간 국회 의원실이 입수한 학교 회계 관련 자료 박스들을 보게 됐어요. 사실 봐도 잘 몰랐죠. 헌데 관련 업무를 하시는 분들께 조언을 구한 결과 이상한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하루 수 백명이 이용하는 매점을 이사장 간병인의 조카가 불법 위탁 운영하고 있었다. 이 매점에서는 급식을 통해 제공해야 할 학생들의 저녁 급식과 3학년 학생의 점심 식사를 판매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학년당 19학급의 거대 학교입니다. 현장실습을 가는 학생도 줄어들고 있는데 3학년 아이들의 점심 급식을 하지 않아요. 수업 중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아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매점에서 점심을 사먹습니다. 매점에서 밥을 파는 것. 엄연한 불법 아닙니까?”
이 뿐만 아니다. 현행법상 학교 회계로 편입 되어야 하는 보충수업비와 급식비를 학부모들이 현금으로 걷어 학교에 내고 있어 정확한 규모나 액수조차 알 수 없었다.
그는 “학교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대구교육청은 감사를 하고도 저녁은 학교 급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로 덮고, 보충수업비와 급식비 횡령 관련 계좌 추적을 위한 검찰 수사의뢰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학교를 관리 감독해야 할 대구교육청의 책임 방기에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을 위해서 바로 잡아야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교육판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희망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아이들이 절망을 배우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는 이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을 염려했다. 강 교사의 해직을 그와 학교 간 다툼 정도로 여겨 무관심했던 동료 교사 중 몇몇도 이 같은 학교의 비리가 알려지자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강 교사는 그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가졌다는 이유로 동료 교사들이 탄압을 받을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해직될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이 올해 수능 시험을 봤다. 그는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아빠에게 여전히 밝게 웃어주는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길 때마다 감상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뭐든지 낙관적일 수는 없지만 이길 것이란 확신은 있습니다. 이기는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기다릴 뿐입니다.”
그는 이번 감사 청구를 통해 영남공고에 대한 관리 감독을 게을리 하고 있는 대구교육청에 대한 확실한 제제가 있기를 바란다. 그가 말하는 ‘이기는 그 때’에 영남공고의 정상화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영남공고 강태운 교사는 "그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강성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