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12>김수영

김수영이라고 아시죠? 바둑 기사 김수영 말고 시인 김수영요. 예, 알아요. '풀'이라는 시가 유명하죠? 그런데 왜요? 아, 예. 그 김수영이 알고 보니 희한한 사람이더라구요. 희한해요? 예. 희한하다기보다는 뭐랄까, 엄청 내부가 강한 사람이라고 할까? 아무튼 나는 김수영의 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사람의 면면을 알고부터 그 사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왜요? 어떤 점에서요?

 





그 사람이 태어나긴 일제시대 때 태어나서 1968년에 세상을 떴어요. 길지 않은 생이었지만 그의 삶은 우리 근대사의 고락과 고스란히 맞물려 있더군요. 스물다섯에 해방을 맞았고, 서른에 6·25를, 마흔에 4·19, 마흔 하나에 5·16 쿠데타를 겪고 마흔 여덟에 죽었으니까요.

 

어, 그래요? 그래서요? 김수영은 서울 부자 집에서 태어나 선린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하길 바라는 집안의 기대를 뿌리친 채 일본 유학길에 오릅니다. 그곳에서 연극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다 태평양 전쟁이 확대되어 조선 학생에 대한 학병제가 실시되자 1943년 서울로 돌아옵니다. 그러다 1944년 겨울 가족들이 흩어져 있는 만주 길림으로 어머니를 찾아 떠나, 그곳에서 다시 연극에 몰두합니다. 해방이 되어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그는 계속 연극을 하는데, 그가 시인 박인환을 처음 만난 것도 그 무렵입니다. 아, 그래요? 그 '목마와 숙녀'라는 시를 쓴 박인환 시인요? 예.

 

1950년 김수영은 성북동에서 김현경이라는 여자와 동거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6·25를 맞는데, 피난을 가지 않고 서울에 남아 있던 그는 의용군 신분으로 강제 북행되어, 평남 개천 야영 훈련소에서 한 달 동안 강훈련을 받은 뒤 남포 일대에 실전 배치됩니다. 그러다 유엔군이 북진해 오자 그 틈을 타 북한에서 탈출하다 체포되었고, 다시 북으로 끌려가다 재탈출하여 민간인 복장으로 간신히 서울까지 왔는데, 집 근처인 충무로 입구에서 다시 체포됩니다. 그래요? 그랬군요. 그래서 그가 포로 신분으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되는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의 시에도 나오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생활은 가뜩이나 의용군 체험으로 심신이 거덜 난 그의 혼을 빼고도 남을 만큼 끔찍한 것이었죠. 반공과 친공 포로 사이에 벌어지는 습격과 린치, 그에 대한 미군들의 잔혹한 대응을 보면서 그는 이데올로기라는 명분에 따라 인간이 짐승보다 더 더러운 존재로 타락해가는 실상을 몸서리치게 경험한 거죠. 같은 막사에 있던 포로의 시체가 토막 난 채 변소에 던져지는 처참한 상황에서 그는 언제 수용소를 나갈지 모르는 처절함과 절망감으로 자기의 이빨을 뽑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그럴 정도로 끔찍했나요? 예, 그랬던가 봐요. 그 뒤 그는 영어 실력 덕분에 수용소 병원 외과 과장 통역으로 뽑히고, 그해 봄 부산의 미군 기관 야전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포로수용소의 처참한 생활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 1952년 12월 경 외과 병원 원장의 호의로 석방되어 대구 미8군 수송관(ROTC) 통역으로 취직합니다.

 

정말 파란만장하군요. 예, 그래요.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사실은 그동안 소식이 없던 아내 김현경이 자기의 절친한 친구와 같이 살고 있었다는 거예요. 이 소식을 듣고 김수영은 걷잡을 수 없는 환멸과 고통에 빠져 헤맵니다. 그 후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돌아온 아내와 재결합하여 직장 생활도 하고 양계도 하고 자식도 하나 둘 생기면서 생활이 차츰 안정되어 가자 시를 쓰기 시작합니다.

 

4·19 혁명을 지지하여 집회와 시위에도 참여하였죠? 5·16 쿠데타가 일어나자 일주일 간 잠적했다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나기도 했고요. 예, 그랬어요. 그러면서 그는 나태한 자신의 의식을 끊임없이 문제삼았습니다. "시는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는 특유의 시학을 역설하기도 했고,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전복을 꿈꾸는 모든 문학은 불온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온몸으로 치열하게 살다 1968년 6월 15일 귀가하던 중 버스에 치여 쓰러집니다.

 

정말 한편의 드라마네요. 아니 드라마도 그런 드라마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 갑자기 왜 김수영 얘기죠? 아, 예. 내가 김수영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외부로부터 치명적인 상처(트라우마)를 입었을 그가 도대체 무슨 힘으로 '제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살았는가 하는 거예요. 그 점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서였는데, 보통 사람 같으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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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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