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편향 역사교과서 선정을 막아라”(9월 4일 시도교육감협의회)
“광우병 수업교사 명단을 내놔라”(8월 29일 서울시교육청)
“우수학생 성취동기 부여 위해 일제고사 찬성 한다”(9월 4일 안병만 교과부 장관)
올해 4, 5월 ‘학교 자율화’ 계획을 일제히 내놓은 교과부와 16개 시도교육청이 교과서와 교육내용을 간섭하고 통제하기 위해 나섰다. 정부 입맛에 맞는 ‘코드 교육’만 허용하고, 그렇지 않는 교육은 색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은 ‘70년대 군사독재시대에서나 있을법한 학교 독재’라면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학교 자율화 계획’을 내놓은 교육당국이 오히려 학교 독재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입맛 따라 개입, 학교 자율성 침해 속출
전국 16개 시·도교육감이 참여하는 ‘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공정택 서울시교육감)는 인천에서 지난 9월 4일 회의를 열고 “이념편향 역사교과서 선정을 막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교사와 교장, 그리고 학교운영위원회에 부여된 교과서 선택 권한을 사실상 빼앗겠다는 결정이었다.
이들이 지목한 이념편향 교과서는 절반가량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금성출판사의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교과서는 교과부가 만든 교육과정에 따라 제작, 검수된 것이다. 게다가 한국사연구회, 역사교육연구회, 한국연사연구회 등 역사학계에서도 ‘균형 있는 내용 기술’이라고 검증한 바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잣대는 이 교과서를 걸러낼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학교구성원에게 주어진 교과서 자율선택권을 교육감들이 사실상 회수하는 강압책을 쓰게 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서울시교육청의 ‘광우병 수업교사 명단 보고’ 공문도 수업자율성 억압책이란 비판을 샀다.
교육청은 한 서울시교육위원의 부탁을 받고 지난 달 29일 지역 초중고에 ‘광우병 관련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교사 현황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전교조는 물론 민주당 등 정치권까지 ‘비판적인 수업을 한 교사를 색출하기 위한 편향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지난 4일치 민주당 논평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4, 5공화국 시절의 행태를 즉각 그만 답습하고 이성을 되찾길 바란다. 차별, 편향, 불공정한 교육 정책으로 세계 2, 3위하는 대한민국 학생들 순위가 밀릴까 걱정이다. 더 이상 초중고생들한테 부끄러운 일 삼가라.”
올해 하반기 처음으로 치르는 전국 일제고사 또한 학교 평가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는 10월 교과부가 주관하는 초중고 일제고사에 이어 16개 시도교육감협의회 주관 중학교 시험도 잇달아 진행될 예정이다.
임병구 전교조 대변인 직무대행은 “전국 일제고사는 학교별, 지역별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전국 학생들을 획일화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 흐름 거스르는 시대역행 그만 둬야”
교육시민단체들도 최근 교과부와 교육청의 ‘반자율화, 학교독재’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교육당국이 그동안 학교 자율에 맡겨진 교과서 선정과 수업내용에 제멋대로 개입하는 일은 교육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20년 넘게 이뤄온 교육 다양화와 민주화라는 사회 흐름을 거스르는 시대역행적인 행위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