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국제중 폭탄 "우리 중학교가 사라져요"

영훈국제중 옆 서울 송천초 '달동네 자녀들' 속앓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 달동네 속 송천초에 다니는 진호(6년)는 지난 11일 오전, 학교 운동장에서 톱질을 하고 있었다. 실과 실습 시간인 것이다.

"누나가 영훈중 1학년이에요. 내년엔 저도 누나랑 같은 학교 다닐 거예요."

이 얘기를 듣던 두 명의 여학생이 진호를 쏘아붙였다.

"야! 영훈중 없어지는 것 몰라? 우리는 그곳에 갈 수가 없어…." 

송천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향하고 있다. 유영민 기자


진호가 바라본 정문 밖 세상은 어떤 색깔일까?

이 소리를 들은 진호는 물끄러미 학교 정문을 쳐다보았다. 정문밖엔 노점상과 '노가다'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 학교의 학부모들이 사는 낡은 집들이 비탈을 따라 옹기종기 붙어 있었다. 송천초에 따르면 무상급식 대상자가 전체 학생의 11%나 될 정도로 가난한 서민의 자식들이 몰려있는 곳이 바로 이 학교다.

중학교가 없어지는 '황당한 일'을 당해야 하는 학생은 진호뿐만이 아니다. 송천초 6학년 210명이 모두 '낙동강 오리알' 취급을 받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다른 국제중이 들어 설 대원국제중 주변 초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음은 송천초 6학년생들의 말을 옮긴 것이다.

"거기 가고 싶은데 우리는 못 간데요.","국제중이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중학교인데 왜 돈 내고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립학교인 영훈중은 원래 내년 신입생 200명 가운데 80% 정도인 160명을 송천초 학생으로 뽑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선거로 뽑히더니, 갑자기 '폭탄'이 터졌다. 송천초 학생들이 가도록 약속된 영훈중이 사리지게 된 것이다. 대신 강남 학생들이 많이 몰린다는 '귀족학교', 영훈국제중이 생겨나게 됐다.

걱정이 태산이기는 진호 담임인 이 학교 양아무개 교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당장 11월부터 '중입 배정'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상당수 아이들은 아직 영훈중이 없어지는 것을 몰라요. 눈치 빠른 어떤 아이들은 일기장에 '중학교가 없어져서 슬프다'는 글을 쓰기도 하지요."

송천초 근처에서 야쿠르트 배달로 생계를 이어가는 한 아주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거기는 잘 사는 아이들 모일 거잖아. 우리 애들은 못 가요. 세상이 다 그런 거잖아."

이 학교 정문 옆 송천식당 주인도 한마디 거든다. "영훈중 없어지면 버스 20분 타고 삼각산중으로 가는 거지 뭐.” 송천초에서 영훈중까지는 아이 걸음으로 10분이면 되는데, 이제는 고생문이 열린 것이다.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은 목소리도 못 내고…

송천초 김종철 교감도 17일 서울시교육청에 섭섭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우리 애들 갈 데가 없어졌는데, 교육청은 아무 소리도 없어요. 이곳 학부모들은 먹고살기 바빠 반대 목소리도 낼 수 없고요."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인근 학교에 배정하면 된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시교육청 중견관리는 18일 "국제중이 생겨도 인근 초등생들은 같은 학구에 있는 중학교에 배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민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대책은 '무대책이 대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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