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희망칼럼]주성영 류(類)

지난 6월 20일 새벽 MBC <100분 토론>이 끝나갈 무렵, 구석 자리에 고이 계시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경기장 바깥으로 떨어지는 대형 장외 홈런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때 나는 터져 나오는 하품을 참으며 리모컨 전원 버튼을 쓰다듬던 중이었는데, 잠이 싹 달아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흘 전에 마신 술이 확 깨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쓰고 있는 국회의원 감투는 대구 달성 공주님(누군지는 나도 잘 모른다)께서 하사해 준 작위(爵位)라고 믿고 있었는지, 촛불 든 시민(자기한테는 유권자)들을 두고 ‘천민’ 운운하는 막말을 서슴지 않다가, 결국 상대편 진중권 씨에게 ‘천민 국회의원’의 대명사로 ‘발린’ 뒤였다(진씨는 그의 불세출의 이력 중에 ‘화려한 대구의 밤문화’ 어쩌고 했던 한 건만 가볍게 훑어줬을 뿐인데, 그는 그 이후로 눈에 띄게 기가 죽어 있었다). 그랬던 그에게 사회자가 토론을 마치면서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었으니 이 쾌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그는 A4 한 장을 카메라를 향해 쓰윽 들이밀며, “지난 주 <100분 토론>에 나왔던 이른바 ‘고대녀’(실명을 직접 거론했다)는 이미 제적당했고, 학생이 아니다(물론 허위사실이다). 민주노동당 당원이고(이상하게 내게는 조선노동당 당원으로 들렸다), 여러 선거에 개입했다”며 간첩단 사건 발표하는 공안검사처럼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실제로 그는 공안검사 출신이란다).



그가 억센 경상도 억양으로 그 스물 서너살 여대생의 프로필을 방방곡곡에 중계하던 그 순간,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나는 공안검사 앞에서 팬티바람으로 취조당하는 피의자처럼 수치스런 기분이 되고 말았다. 그는 이미 상대편 토론자 이야기에 수시로 끼어들어 “한미 FTA 찬성하세요? 반대하세요?”라며 검사스럽게 굴었던 터였다.



그날 새벽에 대문간에 조간신문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아,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였구나. 저런 작자가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選良)으로 세비를 받고, 면책특권을 누리고, 입법권을 부여받는, 그런 나라였구나. 지난 수십년간 우리 국가 권력의 최상층부가 저런 류의 인간으로 채워졌겠구나…. 지난 두어 달 촛불의 감동에 푹 젖어 있던 나는 저 주성영 의원의 대형 홈런으로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촛불이 사위어가는 기운이 또렷해지는 요즘이다. 지난 50여 일간 인터넷하면서 수도 없이 웃었고, 이곳에서도 열두 차례나 촛불집회를 하면서 광장의 기쁨을 만끽했고,그래서 행복했다.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에 관한 한 우리는 확실한 말뚝을 박았다(물론 저들은 호시탐탐 뽑을 기회만 엿보겠지만). “조·중·동은 쓰레기, 셋 중 한 놈만 골라 패자”라고 ‘디지털 마오이스트’들이 선동했고, 결국 <조선일보> 광고 수주량이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지금 이 정권의 행태를 보면 저들이 촛불 민심을 따를 가능성은 ‘로또 당첨금 찾으러 가는 길에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아 보인다.



냉정하게 바라보자. 지금 우리 사회의 압도적인 물리력은 여전히 저 ‘주성영 류(類)’가 쥐고 있다. 무엇보다 이 땅의 가장 약한 이들의 오랜 투쟁은 하나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아이들의 고달픈 삶은 촛불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저 주성영 류의 준동을 다시 겪어야 하는가? 끔찍하다. 이것이 우리가 아직 촛불을 끄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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