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군사독재 항거 기념 교장 교사 학생도 대장정

현장| 효광중·청산중 손잡고 5.18광주항쟁 걷기대회 벌인 날

지난 17일 오후 광주 효광중과 전남 청산중 학생들이 금남로에 도착하자 플래카드를 펼치고 행진하고 있다. 윤근혁 기자

“여러분의 부모님이 독재정권에 항거해서 바로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영어단어 하나 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와 평화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5·18 광주민중항쟁 28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17일 오후 1시 30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에 있는 효광중학교 대운동장. 확성기에서는 이 학교 김선호 교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사도 학생도 스스로 참여한 걷기대회

이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서 있는 이들은 광주 효광중 학생 130여 명과 전남 완도군에 있는 청산중 전교생 40여 명이다. 두 학교 60여 명의 교직원들도 함께 했다. 두 중학교가 손을 잡고 5·18 기념 걷기대회를 나란히 연 것이다.

이들의 목적지는 5·18 전야제가 열리는 광주 금남로다. 모두 15km 거리. 정수희 교사(효광중)는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서부경찰서 소속 경찰 3명을 태운 경찰차가 학생들이 걸어갈 길을 터줬다. 정연국 청산중 교장은 “섬에서 외롭게 공부하던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현장학습의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앞장서서 걸었다.

학생들의 손엔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태극기와 남북 단일기가 일제히 들려 있었다.


출발 한 시간 뒤인 2시 30분께 5·18 기념문화회관에 도착했다. 추모단에 오른 학생들은 일제히 영령들에게 묵념을 올렸다. 다시 양동시장을 향해 출발.

“그 시장 분들이 자신의 전 재산인 좌판을 털어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그 분들이 자랑스럽고 훌륭한 것이다.”

학생들은 양동시장을 지나며 김 교장의 말을 떠올렸을까.

하루 전 청산중 교무실과 행정실에는 두 통의 전화가 잇달아 걸려왔다고 한다. 완도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건 것이었다. 내용은 “학교가 학생들을 광주에 데려간 이유가 혹시 촛불시위에 참여시키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것.

전화를 받은 이 학교 김 아무개 교사의 다음과 같은 대답이 걸작이었다. “촌놈들 시내 좀 보여주고 광주민주화운동 걷기대회 한 것이 무슨 죄가 된 당가요?”

금남로를 눈앞에 둔 오후 5시쯤, 3시간을 넘게 걸어온 학생들이 지치기 시작했다.

“선생님 발 바닥에 물집이 생겼어요.”
“봉사시간 2시간 준다고 해서 왔는데 왜 이렇게 하염없이 걸어요.”


“자주, 민주, 통일을…” 두 학교의 행진

걷기대회 4시간을 넘긴 오후 5시 30분쯤.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드디어 민중항쟁의 중심, 금남로에 도착한 것이다.

두 학교 학생들은 대형플래카드를 펼쳤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 위대한 정신을 계승하여 자주, 민주, 평화통일을 이룩합시다. 효광중(청산중) 교직원·학생회·운영위원회·학부모회’

학생들이 금남로를 지나 구 도청까지 20여 분간 행진을 시작했다. 주변 시민들이 박수를 쳤다. 기자들이 몰려들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학생들은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빙그레 웃었다.

오후 5시 55분, 구 도청 옆에 있는 ‘민주의 종’ 앞에서 만세삼창을 끝으로 이날의 대장정이 완성됐다. 이날 학생들이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효광중 본관 건물엔 ‘효광의 푸른 꿈 세계로, 미래로’란 큼지막한 글귀가 적혀 있다.

학생들의 이날 깨달음이 세계로 미래로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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