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희망칼럼]독재시대의 역사교과서로 돌아가려는가

얼마 전 김도연 교과부 장관은 기존 한국사교과서가 좌편향적이라 주장하고, 역사비전공자인 사회과학자도 집필에 참여하도록 해서 역사교과서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역사학계 전체가 좌편향적이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요컨대 현행 교과서의 검정 기준안과 내용을 고치고,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자에게도 한국사 교과서 서술의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나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련 등 재계 그리고 여타 수구적인 세력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 개정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일제의 식민지근대화 정책에 크게 힘입었다고 본다. 일제의 수탈보다는 식민통치에 의해 조선이 얼마나 ‘문명개화’했는가가 관심의 초점이다. 이는 일본 우익의 주장하는 ‘제국주의시혜론’의 반복이다. 또 이들은 친일 세력에 대해서는 어려운 가운데 근대 행정경험을 익히거나 기업가적 능력을 배양하고 지식을 습득하여, 해방 후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해방 후 이승만과 친일세력의 거점이었던 한민당이 연합해 친미반공노선에 입각해 분단정부를 수립한 것을 ‘탁월한 결단’으로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나 경제성장도 없이 부패와 무능과 독재로 일관하다 무너진 게 이승만 정권이다. 이들은 박정희시대의 ‘치적’을 근대화혁명이라고 극찬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재벌의 역사적 업적에 대해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것을 요구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경력은 차치하고 군사 쿠데타를 통한 정권 장악, 국가주의에 입각한 테러와 인권 유린, 경제개발 속에 이루어진 구조적인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는 아직도 우리 역사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남아있다.



독재자와 재벌의 역사를 미화하여 학생들에게 가르치자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학생 전체가 배우는 교과서에 특정한 세력에게만 유리한 서술을 요구한다. 모 경제관련 단체는 검인정 교과서 내용 가운데 ‘헐리우드의 물량 공세에 맞서 한국 영화가 선전한 사실’을 기술한 것을 두고 ‘헐리우드의 물량 공세’ 등의 표현을 반미적인 표현으로 간주하여 삭제하라고 요구한다. 도대체 이들이 한국인인지 미국 영화업자인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는 좌경화라기보다는 그간 축적된 역사학의 성과나 우리 국민의 성숙한 역사 인식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단 한명의 역사학자도 참여를 꺼릴 정도로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 인식은 문제이며, 과거 독재정권의 낡은 인식의 반복일 뿐이다. 이들은 뉴라이트(New Right)를 표방하지만, ‘도로 라이트(Re-right)’ 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천박한 역사 인식에 교육부 장관이 공감하고 이들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과거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국사는 한 나라의 일기장이며 일기는 정직하게 써야 한다. 땅을 갈아 엎으면 곡식이라도 잘 자라지만, 역사를 갈아 엎으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태그

교과서 , 독재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박한용/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