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아이들도 촛불 시위할 권리가 있다

‘아이들은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다’ 또 영국의 계관 시인 윌리암 워즈워즈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다’라 했고, 성경에서는 ‘하늘나라는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라고 했다.





이 땅의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 앞에 너무나 부끄럽게 살아 왔다. 우리의 해방사를 한번 훑어보라. 어른들이 저지른 온갖 죄악들을 생각하면 이 땅의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FTA 졸속 협상으로 병든 미국 쇠고기를 수입 해다가 억지로 먹을 판에 어찌 아이들도 분노하지 않겠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우리 아이들이 촛불을 드는 그 용기가 오히려 기특하다.



이 땅의 아이들은 너무나 불행하다. 중등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생들까지 잠잘 시간도 없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쓰레기와도 같은 입시용 지식을 강제로 주입하는 오늘날의 교육 현실만 놓고 봐도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기에 충분하다.



먹을거리마저 전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데 잘못된 협상을 먼저 반성하고 시정할 생각은 않고, 배후 세력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 아닌가. 아니, 마치 군사정권 시절이 다시 돌아온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 ‘너희들은 공부나 해라’ ‘교사는 아이들이나 가르쳐라’ 식으로 교사와 학생들을 역사의 주체로 보지 않고 통치의 대상으로만 여겨 왔던 끔직한 악몽이 되살아 난듯해서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슬퍼진다.



특히 서울 교육청의 행태는 점입가경이다. 교사들을 동원해 시위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교사는 진실을 가르치는 자유인이다. 구태의연한 단속보다는 FTA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교실에서 토론 수업을 하는 것이 교육적이 아니겠는가. 진지한 토론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아야 하거늘 교사를 풀어 아이들 안전을 돕는다는 속 보이는 속임수를 쓰는 교육자답지 못한 행동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공부가 무엇인가. 잘못된 입시 공부가 아니다. 삶과 동떨어진 공부가 아니다. 삶과 공부는 따로 있지 않다. 삶과 무관한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정크(Junk) 지식이다.



이번 병든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는 아이들에겐 우리의 주체 의식을 심어 주고, 민족 의식을 심어주고, 진정한 애국심을 기르는 좋은 교육 현장임을 알아야 한다. 좀 더 교육적인 검토를 통해 대응하지 못하고, 가장 졸렬한 방법으로 지도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자 스스로 아이들로부터 존경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사제동행하는 것이 이 땅의 교사다움이 아니겠는가. 아이들을 제대로 선도하려면 교사는 아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 존경을 받으려면 교육자는 진실과 양심의 선두주자가 될 때에만 가능하다.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차라리 단속을 그만두고, ‘선생님이 너희들 대신 촛불을 들 테니 너희들은 집에 가서 공부하도록 하라’는 것이 훨씬 교육적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 감동이 없는 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학교는 광우병 쇠고기 급식을 하지 않습니다.” 지난 24일 교사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미친소 반대 현수막 걸기, 아이들에게 미친소 안 먹이기 등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안옥수 기자


해서는 안 될 학원 강사를 학교로 불러들이고, 아이들을 점수 노예로 만드는 교육 정책으로 잠도 못 자게 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게 해 놓고, 양심의 촛불을 들지 말라고 해서 될 일인가.



치졸하기까지 하다. 촛불은 민족의 자존심이다. 촛불은 진실과 정의의 외침이다. 촛불은 이 땅의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준엄한 경종이다. 촛불의 순수를 왜곡하지 말라. 아이들도 촛불을 들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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