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이명박은 물러나라” “고시철회, 협상무효”
“연행자를 석방하라” 서울 도심 뒤흔들다

[현장] 26일 광우병 쇠고기 반대 19번째 촛불문화제와 3번째 거리 행진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19번째로 열린 촛불문화제의 주된 관심은 역시 ‘거리 행진’이었다.

지난 주말부터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난 뒤 이어진 거리 시위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수많은 사람이 다치고 68명이 연행되면서 ‘촛불문화제 만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위축되지 않고 세 번째 거리행진을 이뤄낼 것인지’가 궁금했다.

19번째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린 26일 서울 청계광장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성토로 넘쳐났다. 동아일보 앞에서 ‘이명박 OUT’를 들고 촛불을 든 두 참가자. 최대현 기자

‘촛불문화제 만 할까, 3번째 거리 행진할까’

뒤쪽이 맞았다. 오히려 기세는 더 커졌다. 촛불문화제가 끝나던 9시40분 경 청계광장을 지키던 1만5천여명의 참가자들은 “행진”, “행진”을 연달아 외쳤다. 곧이어 앞에서부터 명동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26일 밤 서울 도심을 3번째로 뒤흔든 ‘거리 행진’의 시작이었다. 공식적인 주최단체는 없었다. 촛불문화제를 주최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촛불문화제가 끝나는 것을 알렸을 뿐 그 뒤 거리 행진은 이끌지 않았다.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이날 오후 연 운영위원회에서 거리 행진에는 이견이 있어 26일과 28일, 31일에 평화적으로 촛불문화제를 여는데 집중하기로 했고 장관고시를 강행하면 최대 규모의 범국민적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리 행진 대열 위로 반전‧반자본주의 노동자 운동단체인 ‘다함께’와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동성애자 모임,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등의 깃발이 보였다.

참가자들은 청계광장을 출발해 명동 롯데, 신세계 백화점을 거쳐 명동역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지나면서 참가자들이 더욱더 불어났다.

굴곡이 진 도로를 넘어올 때 보이는 사람물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옆에 있던 한 사진기자가 “와~ 이런 광경을 얼마 만에 보냐”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명동 거리에서 지켜보다 행진에 함께 했다는 정 아무개 씨는 바로 ‘촛불아 모여라’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었다. 정 씨는 “그동안 신문이나 TV를 통해 잘못된 내용만 보다, 인터넷으로 어제, 그제 있었던 일을 찾아서 봤다. 이게 21세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내 눈을 의심했다”면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인 것이 국민을 때려잡는 것이었냐”고 소리쳤다.

3시간여에 걸친 춧물문화제를 마친고 3만여명의 참가자들은 명동, 을지로, 지나 종각역에 이르는 7~8km 가량이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명동을 지날 때는 최대 5만까지 늘어났다. 최대현 기자

한 여고생 당부 “선생님도 같이 쥐박이 쫓아내요”

명동역을 지나는 데 왼손에는 빨간색 바탕에 ‘이명박 퇴진’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오른 손에는 초록색 바탕에 ‘이명박 OUT’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교복 입은 학생이 눈에 띈다.

인천에서 왔다는 이 아무개 학생은 “0교시하고 미친 듯이 공부만 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미친 소까지 먹으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명박 모든 것이 싫어요. 선생님도 같이 나서서 청와대에서 사는 쥐명박을 쫓아내요”라고 당부했다.

이날의 거리 행진의 핵심은 이 세 가지 구호로 요약됐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연행자를 석방하라”
“고시철회, 협상무효”

촛불문화제 핵심 요구는 여전히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와 재협상’이지만 공기업 민영화, 0교시 부활 교육정책, 공공요금 인상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거의 모든 정책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이날 촛불문화제도 그랬다. ‘맞불’ 기자라고 밝힌 전지윤(36)씨는 “정부는 거리행진에 대해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고 하는 데 공공요금을 올리고 물과 전기 등을 다 팔아먹으려는 정부가 진정으로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며 “이것은 대국민 선전포고다. 이 정부가 앞으로도 4년9개월이나 남았다는 것이 무시무시한 괴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지윤 씨는 “자발적인 시민과 학생들의 폭발하는 분노를 받아 민주노총이 이제는 앞장서서 공장을 멈추는 파업으로 이명박 정부를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민들이 이렇게 먼저 나서서 너무나 존경스럽다”며 “국민들을 믿고 총팡업으로 이명박 정권에 끝까지 맞서겠다”고 말했다.

행진을 시작한 지 1시간30분경이 지난 밤 11시 경 을지로 2가, 종로 2가를 지나 종각역에 이르는 7~8km 정도의 거리를 평화롭게 걸어 온 참가자 앞에 경찰이 막아섰다. 방패를 든 경찰 뒤쪽으로는 8차선 도로를 꽉 매운 6대의 경찰버스가 눈의 띈다.

2MB 모든 것이 싫다

밤 11시경 종각역에 도착하자 경찰이 길을 가로 막았다. 시민들은 ‘연행자를 석방하라’며 거세게 저항했다. 최대현 기자

너도나도 ‘이명박 OUT’. 최대현 기자

이날 종각역에는 수천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종각역에서 행진행렬을 가로막은지 2시간여만에 경찰은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로 해산시켰다. 최대현 기자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구호가 더 거세진다. 서울 노원구에서 사는 우봉씨는 “경찰이 너무 심하게 때리고 연행을 해서 사람들이 두려워서 많이 안 나오면 어쩌냐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너무 기쁘고 감동이다”고 말하며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리 행진하면서 시민들에게 알리고 우리의 힘을 보여주는 것은 더욱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일 연속 거리 행진을 한다는 전 아무개 씨는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도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것을 보고 진짜 화가 났다. 미안하지만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세요 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면서 “한 달 동안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는데 이제 다른 행동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침 지난 토요일에 행진을 하자는 요구에 망설임없이 동참했다”고 거리 행진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끝까지 거리 행진에 함께 한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한 관계자는 “1968년 프랑스 혁명이 자꾸 생각이 난다”면서 “앞으로는 조직된 노동자들이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고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3번째 거리 시위와 3번째 강제 진압

거리 행진 대열 주변의 시민들은 박수를 치면서 행진 참가자들을 환호했다. 늦은 밤까지 거리 시위를 지켜보는 시민들. 최대현 기자

<동아일보> 독자의견 접수. 이명박 OUT. 최대현 기자

종각역에서 경찰과 마주 선 지 2시간여만인 12시30분 경 경찰에서 “해산하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라는 경고가 들려온다.

그리고 30분 뒤 경찰은 3번째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 1명이 다리가 부러지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고 종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급히 파악한 바로는 이날 거리 시위 중에 경찰에 29명이 연행됐다. 반면 24일 첫 번째 거리 시위에서 연행된 37명은 이날 12시 경 모두 불구속으로 석방됐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7일 성명을 내고 “지칠 줄 모르고 연일 새벽까지 계속되는 거리행진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미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로를 그대로 잘 보여주고 있다. 경찰이 찾으려 하는 거리행진의 배후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며 “폭력진압으로는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다. 잘못된 쇠고기 협상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재협상에 나서는 것 만이 시민들의 거리행진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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