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교육청 돈 받아 새벽 1시까지 입시반 운영

경기교육청 학력신장 시범학교 ㅈ고, 특별예산 4억
“이 학교가 4·15 조치의 미래다” 주변 인사들 한탄

5월 22일 밤 0시 21분.
최신식 사설 독서실처럼 리모델링한 학교 교실에서 학생 30여 명이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 공립학교인 경기 수원 ㅈ고의 성적우수반(조기졸업반) 학생들이다.

이들의 특별 자습시간은 이날 자정을 넘긴 0시 54분에 끝났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사정은 같다는 게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증언이다.

“학교가 학원 갈 시간은 자습시간에서 빼줘요.” 광대뼈가 선명하게 삐적 마른 1학년 한 남학생의 말이다.

새벽 12시 21분, 선발된 학생들은 심야 자습을 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와 함께 특혜 교육은 시작되고…

이 학교가 이 같은 특별 입시반을 운영하기 시작한 때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올해 초. 시험 성적 순으로 1학년 35명, 2학년 23명, 3학년 21명 등 모두 79명을 뽑았다. 전체 학생의 10%가 약간 덜 되는 수준이다. 대입 특혜 몰입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다.

이들에 대한 특혜는 정규수업 뒤, 밤부터 시작된다. 저녁 7시께부터 이 학생들은 보충수업을 따로 받은 뒤, 학교 건물 4층에 모인다. ‘심화학습 창의실’, ‘도전실’ 등 최신식 학습공간이 이들에게 무료 제공된다. 물론 공부가 뒤떨어진 다른 90% 학생들에게 이 시설들은 ‘그림의 떡’이다.

성적우수반 소속 학생들의 이른바 ‘자율학습’ 선택은 크게 두 종류다. 자정까지 공부하든가, 아니면 새벽 1시까지 하든가.

일반 학생들도 오전 7시 20분(1, 2학년은 7시 50분)까지 등교해야 한다. 교육당국이 금지한 0교시 학습에 내몰리는 탓이다. 이들도 보충수업과 ‘타율학습’을 밤 11시(1, 2학년은 10시)까지 해야 한다.

“짜증도 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이날 밤 11시쯤에 만난 김장훈(2, 가명) 군의 말이다. 그는 새벽 2시에 자고 아침 7시쯤에 일어난다고 한다.

이쯤되면 이 학교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다음처럼 말한 뒤 하교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선생님! 집에 정말 잠깐만 다녀오겠습니다.”

심야특혜반 학생들의 출석부. 새벽 1시란 시간표시가 적혀 있다.

“선생님! 집에 잠깐만 다녀오겠습니다”

교육당국이 금지한 심야학습과 0교시가 버젓이 진행되는 이 학교.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학교경영 우수 시범육성교’ 9개 고교 가운데 하나다.

ㅈ고교 자료를 보면 이 학교의 시범목표는 ‘학력신장 프로그램 적용’이다. 이를 위해 0교시, 심야수업, ‘특혜를 통한 학습 차별’을 다른 학교로까지 일반화하기 위해 시범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시범사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돈이다. 올해 경기도교육청과 수원시는 이 학교에 각각 1억8천만원씩 모두 3억6천만원을 지원했다. 내년과 후년에도 같은 액수를 대준다. 줄잡아 11억원의 나랏돈을 쏟아붇는 것이다.

김영후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이 학교의 모습이 바로 4·15 자율화 추진계획에 따라 변화될 고등학교의 미래”라고 개탄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성적우수반 아이들은 새벽까지 심야학습받느라 정규수업시간에 졸기 일쑤”라면서 “동료교사들과 함께 조사해봤더니 이들 학생들 성적 향상도는 오히려 떨어졌다”고 말했다.

학교는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이 학교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지난 해 초빙제로 온 교장이 자신의 성과를 보이기 위해 욕심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학교 윤 아무개 교장은 “기피학교를 선호학교로 만들려면 색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성적에 따른 분리학습을 특혜라고 비판하는 것은 전교조 선생들의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교육청 실태조사 착수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22일 “이 학교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중등교육과 한 관계자는 “국민세금을 한해 4억원씩 지원하는 의도가 성적우수반 특혜를 주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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