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연금 적자의 주요 원인은 공무원의 사용자인 정부가 법적으로 져야 할 수조억원을 내지 않는 등 관리 운용의 책임에 있는 것을 나타났다.
법에서 정한 정부 책임준비금 6조여원 적립 안 해
지난 2000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면서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한 3자 고통분담 내용’으로 자신의 부담률을 8.5%까지 올린 정부는 정부보전금과 함께 책임준비금을 적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책임준비금은 공무원들이 한꺼번에 퇴직할 것에 대비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금액이다. 연금법 제69조의2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이 책임보전금을 단 한 푼도 적립하지 않았다. 그 금액만 6조2000억에 달한다는 것이 공무원노조쪽의 설명이다.
반면에 노동자인 공무원은 그 때 바뀐 대로 8년 동안 기여율을 8.5%로 올린 기여율에 맞게 연금을 꼬박꼬박 부담했고 10살 높아진 60세부터 연금을 탔다.
당시 연금을 개정한 이유도 정부 때문이었다. 정부는 IMF를 맞은 이유로 지난 1998년부터 3년간의 정부구조조정으로 21만여명을 강제로 퇴직시켰다. 그러면서 퇴직자들에게 지출해야 할 연금을 5조5000여원을 연금기금에서 당겨서 썼다.
이 때문에 1997년 6조2000원이던 연금기금은 2000년 1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기금이 줄면서 미적립부채는 2006년 말 기준으로 212조원에 달한다. 미적립부채란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총액과 현재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쌓여있는 돈의 차액을 말한다.
민간사용자, 다른 나라 보다 훨씬 적은 정부부담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으로 공무원을 강제로 쫓아내면서 정부가 구멍 낸 연금기금을 공무원에게 고통을 분담하자고 해놓고 지금까지 자신이 져야할 책임은 지지 않은 것이다.
또 정부가 부담하는 금액의 비율은 8.45%로 민간사용자가 부담하는 12.8%보다 4.43%나 적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은 12.2%로 미국 30.5%, 프랑스 51.9%, 독일 47.1%인데 비해 많게는 4배 가까이 적었다.
지난 달 행정안전부 인사실 연금정책과가 만든 ‘공무원연금제도의 이해’라는 제목의 내부 자료에도 이같은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데도 행정안전부는 개정의 방향을 정부의 책임을 더욱 줄이고 재직공무원들이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대통령에 보고한 업무보고 자료에도 오히려 정부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문일곤 행정안전부 연금정책과 연금제도 담당자는 이에 대해 “책임준비금은 매년 정부보전금을 내고 있고 정부가 파산할 일이 없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적립하지 않았다”면서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어차피 나가야 될 사람이 2~3년 당겨진 것이기에 나가지 않을 돈이 나간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본부장은 “공무원연금 재정 불안정 책임을 연금가입자인공무원에게 100% 전가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며 “사용자로서 국가가 공무원연금제도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오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현재까지 누적된 재정 불안정 요인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