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도시락 코칭으로 사제간 정 깊어져

형식적 상담보다 ‘발견 질문’으로 마음 열게해

점심시간 10분 전. 서울여고 정경화 교사는 네모난 쟁반에 큼직한 김밥 두 줄과 녹차 두 잔, 과일을 준비한다. 그리고 오늘 코칭할 학생의 자기소개서, 모의고사 성적, 인성검사 결과를 살펴본 후 쟁반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목련과 벚꽃이 지고 푸른 잎이 한창인 교정 벤치에 앉아 있으니 잠시 후 학생 한 명이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다가온다.



“햇빛도 많이 비치고 선생님과 소풍나온 기분이 들어서 무척 좋아요.”



정경화 교사는 매일 점심시간에 학생 한 명과 이렇게 도시락을 먹으며 코칭을 한다. 코칭은 21세기형 대화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모든 문제의 해답은 상대방 안에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코칭의 주제는 물론 코칭받고 싶은 장소도 학생이 스스로 정한다. 그리고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상담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비밀을 지켜주는 것도 코칭 성공의 중요 요소이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선생님 표 특제 왕김밥, 매일 점심시간 학생 도시락을 마련해 온 정경화 교사와 학생이 점심시간을 이용한 대화나누기를 한다. 안옥수 기자




“1교시가 끝나면 코칭 알리미가 오늘 코칭받을 학생 이름과 코칭 장소를 문자로 알려줘요. 그러면 제가 도시락을 준비해가지고 그리로 가죠. 어떤 아이는 코칭보다 김밥이 더 궁금해서 코칭 순서를 바꿔서 오기도 해요.”



‘왕김밥’ 때문인지 ‘코칭’ 때문인지 도시락 코칭의 인기는 대단하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학교생활에서 이런 경험이 처음이고, 엄마한테 못하는 얘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 뿐더러, 다양한 질문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실행을 위한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간 동안 코칭을 하다보면 그 아이를 새롭게 발견하게 돼요. 이런 시간이 아니었다면 절대 몰랐을 이야기를 듣게 되거든요. 그리고 코칭을 하고난 아이들은 저를 훨씬 더 친근한 눈으로 바라보고 학교생활 태도가 스스로 달라져요. 자기 안에 훨씬 더 괜찮은 자기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믿어준 사람에 대한 신뢰인 것 같아요.”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고 한다. ‘오늘 코칭이 좋았나 봅니다. 집에 와서 집안일도 도와주고 동생도 챙겨주고 수연이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밝아졌습니다.’이런 문자를 받을 때가 정말 뿌듯하다는 정경화 교사.



“코칭을 한 아이들에게 간단한 소감문을 받아 학급신문에 실어주는데요, 그 중에 이런 글이 있었어요. 매년 해왔던 상담은 ‘너의 진로가 무엇이냐?’, ‘그래, 열심히 해라.’, ‘가서 다음 사람 불러와라.’ 이런 식이었는데, 우리 담임 선생님은 진심으로 자기 말을 들어주는 것 같았다고요. 제가 코치로서 하는 일이 바로 그거예요. 진심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요. 답은 아이들 안에 있고, 그걸 스스로 발견하도록 옆에서 조금씩 도와주는 거죠.”



한국리더십센터를 통해 코칭을 접한지 4년 동안 많은 교육과 실습을 거치며 코칭을 통해 대한민국의 교육을 변화시킬 희망을 발견하셨다는 정경화 교사는 동료 선생님들에게 교육코칭을 소개하는 일을 앞으로 20년간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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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도시락 코칭은 선생님의 1학년 수업으로 인해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촉박한 점심시간이 아닌 느긋한 방과 후에 선생님과의 데이트를 즐겼다. 선생님과 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 아직 내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현재의 나를 위해, 미래의 나를 위해! 난 선생님께 내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도시락코칭을 하기 전엔 내가 나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였는데, 이제야 미래를 향해 나아갈 길을 내 스스로 닦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의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듬직한 선생님이 늘 가까이에 계시니 고민이 있을 때 마다 도움을 청해야겠다. - 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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