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선생님, 열심히 싸워주세요”

초등생들 …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애교섞인 한마디

4월 28일 오후 3시 청와대 앞은 따뜻했다. 인라인을 타고 관광객을 안내하는 서울 경찰들, 야유회 나온 유치원 아이들, 저 멀리 거제도에서 수학여행 온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 그리고 청와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그 사이사이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알리안츠 생명 노조원, 황우석 지지자 그리고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청소년 단체 회원, 그들은 모두 청와대를 뒤로 하고 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똑똑히 보라며 유독 청와대를 바라보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이가 있다.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이다. 그가 자리한 곳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지나면서 쉽게 눈길을 줄 수 있는 청와대 앞 광장의 한복판이다.
15공교육포기반대연석회의에 참가단체들이 1인 시위에 동참했다.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청소년 단체 회원이 담긴 28일 청와대 앞 모습. 사진 김상정 기자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정위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정위원장 앞에 멈춰서서 농성피켓의 문구를 보면 서로에게 설명해주고 대화를 나누고 이내 곧 지나친다. 인라인을 타고 있는 경찰들과 양복을 잘 차려입은 청와대 보안을 맡은 경찰들은 가끔 와서 상황을 묻거나 방문객 등을 살핀다. 그 중 가장 반가운 이들은 다름 아닌 야유회 나온 유치원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을 정위원장에 보내고 정위원장은 환환 웃음과 함께 광장을 지나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든다.
거제도에서 수학여행 온 아이들, 정진화 위원장님을 보며 박수를 치더니 이내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단다. 사진 김상정 기자

더 반가운 아이들도 있었다. 거제도에서 수학여행 온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 한꺼번에 100명가량이 광장 한켠을 가득메웠고 그 중 몇 명 아이들은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왜 사진을 찍냐고 물었더니 “좋아서요”란다. “뭐가 좋은대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0교시 하기 싫어요. 학교에서 너무 공부만 시켜요. 열심히 싸워주세요.” 라고 말하며 쑥쓰러워하기까지 한다. 다시 “학교에서 0교시 해요?”라고 물었더니 지금은 아니란다. 그런데 “중학교 올라가면 힘들어질텐데”라며 말을 잊지 못한다.
줄지어 다음 일정을 향해 가는 아이들은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뒤돌아보는 일을 반복한다. 사진 김상정 기자

피켓 문구만 보고 이 선생님이 왜 농성을 하고 있는지를 금방 알아챈 초등학교 아이들의 말이다. 인원점검 와중에 아주 잠시 동안 오간 대화다. 정위원장은 아이들에게 “어느 학교에서 왔니?"라고 묻고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 이름을 외친다. 절로 웃음바다가 된다.

정위원장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자연스레 환한 웃음을 짓고 손을 흔드는 때는 아이들과 만나면서부터고 또 아이들을 보내면서다. 또 지지방문객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할 행동들을 나누는 모습은 단식농성으로 심신이 힘겨울 것을 염려하는 이들의 마음을 안심하게 만든다.

농성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 절절하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이번 조치는 입시산업에 아이들을 내맡기는 것으로 학교의 시장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며 절망에 빠진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대중화시키는 작업을 같이 하자”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위원장 단식에 버금가는 활동을 교실에서 분회해서 함께 할 때 이번 투쟁은 한단계 전진하고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길에 우리도 함께 할 것”이라고 현장 교사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당부한다.
농성장을 지지 방문한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함께 싸우겠다며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상정 기자

함께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청소년단체 한 회원도 “말이 자율화지 청소년이나 서민들한테는 압박이 될 거고 성적의 높낮이를 떠나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자율화는 학생교사학부모 모두를 고통의 길로 내몰기 때문에 빨리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의 말을 듣고 받아적는 모습을 또다시 받아적는 청와대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무전기를 통해서 주고받는 이야기도 간간히 들린다. 방문객 세 명이 방문하면 그들은 ‘세 점’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도 참 낯설다.

청와대 뒤에 자태를 뽐내는 인왕산이 짙은 연두빛으로 물들었다. 햇살도 따스하고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공기좋은 곳이 있을까 싶다. 청와대 앞 농성을 마치고 옮긴 청진동사무소 앞 밤샘농성장.농성장임을 알리는 플랑이 걸리기 전에 까만 가방을 메고 모자를 쓰고 열심히 농성장을 찾는 교육문화공간 '향’대표 윤한탁 교사의 모습을 정위원장이 먼저 봤다. 농성장에 있는 사람들이 두 손을 높이 흔들고서야 윤한탁 대표는 농성장을 찾는다. 곧바로 농성하고 있음을 알리는 플랑 하나를 내걸려고 했더니 청와대를 지키는 한 경찰관계자는 인근 보안과 관계자가 와봐야 한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28일 농성장을 찾아가면서 이중 삼중으로 무전기를 든 경찰들과 만났다. 일일이 신분증을 제시하고서도 한참을 기다려야만이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올해 들어 유독 청와대 앞 광장에 들어서는 시간이 길어졌다.



정진화 위원장이 단식중인 농성장에는 4·15 계획 철회를 동의하는 많은 시민들과 단체 회원, 교사,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안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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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 , 청와대 앞 , 위원장 단식 농성 , 4.15 공교육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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